[기고] 불의 전쟁터 ‘화성’에서의 첫 걸음
[기고] 불의 전쟁터 ‘화성’에서의 첫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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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민

 

2020년 3월20일. 중앙소방학교에서의 1년간의 소방간부후보생으로서 교육을 마치고 교육생 신분에서 벗어나 소방관으로서 첫발을 내딛게 됐다.

그 시작은 경기도 화성소방서 향남119안전센터. 전국 화재 출동 1위의 지역이다(소방청 국가화재정보센터의 화재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9년 화성소방서 관내 화재건수는 637건으로, 전국 1위). 가장 많은 것을 배우고 익힐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처음 화성소방서에 가고 싶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화성의 ‘화’자가 실은 ‘불’화(火)라며 농담 반 진담 반 만류하는 조언을 들었을 정도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다.

사실 패기 넘치게 화성소방서에 가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다녔지만서도 진심으로 결심이 서기까지 많은 생각에 마음속이 복잡했었다. 임용일이 코앞으로 다가올수록 스스로가 아직은 많이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고, 재난현장에서 오랜 시간 활동해온 선배소방관들에게 생사를 오가는, 마치 전쟁터와 같은 치열한 현실일지도 모르는 화재현장을 더 많이 배우고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이 현장을 배움의 장으로 착각한 나 개인의 욕심은 아닐까하는 걱정이 들었다.

누군가가 보기엔 ‘객기’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도 역시 컸다. 그러나 겪어보지도 않고 겁부터 먹고 있는 모습은 나답지 않음을 이내 깨닫고 일단 직접 부딪혀보기로 했다. 덕분에 화성에서 직접 화재현장에서 몸으로 부딪혀가며 현장의 산경험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한 달여가 지난 지금, 당연히 그 명성답게 녹록지 않지만 역시나 겪어보지 않았으면, 이론만으로는 잘 와닿지 않을 수도 있는 소중한 경험들이 벌써 많다. 바로 얼마 전 한 공장화재였다. 강한 주수압력에 의해 창문 하나가 아래로 추락하였고 창문은 나의 왼쪽 어깨를 스치듯 추락했다. 파열음이 난 뒤에야 창문이 내 바로 옆으로 떨어졌음을 인지했다.

현장에서는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한다는, 이론적으로만 알고 있던 사실이 온몸으로 와닿는 순간이었다. 만약 그 당사자가 내가 아닌 동료였더라도 나의 잘못인 상황이었다. 나 자신의 안전뿐만 아니라 동료의 안전을 위해서도 항상 주위의 위험요소를 면밀히 살펴야 함을 크게 배웠다.

현장에서 바보 같은 행동을 할 때, 특히나 지휘권과 책임이 주어지는 하늘색 간부 핼멧을 쓰고 재난현장에서 실수할 때면 그 이후로도 한참이나 이불을 찰 만큼 부끄러움과 자책감이 들지만 주어진 자리에 대한 더 깊은 소방의 사명감을 책임감을 느끼게 해준다.

더불어 절대 잊을 수 없는 경험까지도. 세상에 공짜는 없고 수고 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없음을 그 어느 때보다 확고히 느낀다. 신임 소방간부로서 빠르게 배우고 습득해 나가야 할 것들에 대한 부담감은 있지만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확실하게 다지며 가고 싶다. 그 어느 것 하나라도 허투루 넘기지 않고 잘 쌓아 앞으로 대한민국 소방의 발전에 가장 가까이에서, 그리고 가장 선두에 서서 나아가고 싶은 포부를 밝혀본다.

마지막으로 아직 많이 어리고 미숙함에도 항상 곁에서 인내심을 가지고 차근차근 가르쳐주시는 우리 향남119안전센터의 직원분들과 센터장님께 특히, 깊은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

윤수민 화성소방서 향남119안전센터 소방위

<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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