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어머니와 할머니의 장독대
[경기시론] 어머니와 할머니의 장독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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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필자도 어머니 된 지 28년. 그래도 우리 어머니의 깊이를 헤아리지 못하는 바보라서 가슴으로 눈물로 글을 쓴다.

국가가 나서서 ‘어머니날’을 만들었다. 전쟁고아, 전쟁미망인, 아이들, 부상당한 아버지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1950년대 어머니, 이들에 대한 국가의 복지 정책이 형편없었으니 어머니의 책임을 강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가족의 건강과 가정의 안녕을 기원하던 어머니의 손맛이 그립다. 어머니의 사랑과 많이도 닮아 있는 장독대를 보고 있노라면 미래가 보인다. 어렸을 때 장독대를 지키던 어머니의 정갈한 손길도 충청남도 공주의 맑은 햇살 속에 자란 마음도 세월 속에 점점 녹슬고 있다. 장 담그고, 새벽 정한수 놓고 가족들의 삶을 기원하며, 평생 장독을 정갈스레 닦으며 어루만지던 우리의 어머니!

얼마 전 근교 여행을 다녀왔다. 젊어서 할머니의 장독은 무겁고 불필요한 짐 덩어리였는데 장독대 사이를 거니는 동안 손수 장을 담그시던 할머니의 이야기가 들리는 듯했다. 아이들에게 우리 먹거리인 장을 들려주듯 자연스럽게 임신도 천부인권으로서의 의미를 들려줄 수는 있는 어머니가 그립다.

도깨비에게서 장을 지킨다며 장독에 새끼줄을 비스듬히 매 놓는다. 흰색을 싫어하는 벌레를 오지 못하게 한다며 흰 버선을 거꾸로 매달아 놓는다. 잡귀를 잡는다며 붉은 고추와 청솔가지를 매단다. 대추를 넣어 붉고 진한 단맛의 간장 색이 우러나도록 한다. 짚을 이용하여 새끼줄을 만들어 발효숙성이 활발한 균의 도움을 받게 한다. 좋은 장맛을 위해 잘생긴 독을 이용하여 좋은 장맛을 내도록 한다. 양지바르고 바람 잘 드는 곳에 장독대를 만들고 장독을 보관한다. 혼을 담은 정성이 깃든 장과 임신이 많이도 닮아있다.

장독이 한 집안의 음식 맛과 품격을 좌우하듯 집집마다 맛있고 특색 있는 가정의 맛은 아이들이다. 장 담그기 좋은 날도 있지만, 구더기가 생긴다, 신맛이 난다는 등 꺼리는 날도 있었다. 장 담그는 날 목욕하고, 메주, 소금, 붉은 고추로 고사 지내며, 외출이나 출입도 삼갔다 한다. 결혼이나 임신도 마찬가지다. 정성이다. 그래서 우리의 어머니, 할머니들은 장독대를 소중히 생각하듯 아이들 또한 정갈하고 엄하게 교육했으리라 필자는 그런 어머니의 사랑이고 싶다.

코로나19로 인해 힘들어했던 분들 그리고 그 안에 수고한 손길들의 배려와 인내 그리고 자기희생이 지금 생활에 안정을 찾아가듯 우리 어머니들로 인해 대한민국을 지속적으로 환하게 만들 수 있다. 가정의 붕괴가 현대인의 과제라면 ‘나’ 아닌 ‘우리’가 서로 노력하면 된다. 조상의 슬기와 지혜를 바탕으로 현재를 설계하고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어머니의 산 지혜가 필요한 때다.

선조의 지혜가 담긴 전통장의 향기가 이어져야 하듯 젊은 세대들이 결혼과 출산 포기를 포기하고, 정직한 자연을 섬기고, 가족의 건강을 생각하며 정갈하게 담그던 어머니 장맛처럼 출산문화도 어머니를 통해 어머니의 염원이 담긴 건강한 밥상과 행복 속에 대대손손 이어져 인성의 꽃으로 다시금 피우길 소망하며 이번 주만이라도 만나는 분들께 붉은 카네이션을 선물해야겠다.

김양옥 한국출산행복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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