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나는 '미드'…진짜 열풍일까?"
"넘쳐나는 '미드'…진짜 열풍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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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I' '프리즌 브레이크' '로스트' '그레이 아나토미' '위기의 주부들' '24' '하우스' '특수수사대 SVU'….

안방극장에 '미드'('미국 드라마'를 줄인 신조어)가 넘쳐난다. 인터넷 다운로드를 통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미드'가 지상파와 케이블TV에 속속 입성하면서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미드'가 소개됐다.

'미드'가 새로운 콘텐츠로 이목을 끌면서 편당 1천만 원을 넘긴 작품이 등장할 정도로 판권가 역시 부쩍 오르는 추세다. 과연 '미드'는 열풍을 탄 걸까?

◇'미드'의 홍수

사실 '미드'는 우리에게 이미 친숙하다. '맥가이버' '브이' '원더우먼', '600만불의 사나이' 등 주로 초능력 캐릭터를 내세운 드라마와 '슈퍼소년 앤드류' '케빈은 열두 살' 등 청소년층을 겨냥한 시리즈물이 미국에서 건너와 1970~1980년대를 풍미했다.

1990년대엔 'X파일'이 명맥을 잇다가 차츰 TV 속에서 '미드'가 자취를 감췄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 '프렌즈'와 '섹스앤더시티' 'CSI' 등 미국 현지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TV시리즈들이 차츰 케이블TV로 소개되기 시작했다.

'미드'가 본격적으로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05년부터. KBS가 '로스트' '위기의 주부들' '그레이 아나토미' 등 미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TV시리즈를 연달아 선보였고 케이블TV에서도 'CSI' 등 기존 시리즈의 새 시즌을 비롯해 지상파를 통해 먼저 소개된 시리즈물과 '24'와 '하우스' 등 새 드라마를 앞다퉈 내놨다.

비슷한 시점에 '아메리칸 아이돌' '배첼러' '어프렌티스' '도전 수퍼모델' '프로젝트 런웨이' 등 서바이벌 형식의 미국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케이블TV로 방송됐고 이는 미국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인지도 상승으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누가, 왜 '미드'를 보는 것일까. 방송계에서는 국내 드라마에 식상함을 느낀 20~30대 시청자들의 욕구가 '미드'라는 새로운 탈출구를 찾았다고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범죄 수사물 'CSI'나 의학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처럼 소재 차별화를 꾀하는 '미드'가 여전히 사랑 타령에 목매기 일쑤인 국내 드라마에 비해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이 첫 번째 이유. 회당 제작비가 100만~200만 달러에 달해 극적 완성도가 상대적으로 높고 회별로 완결된 에피소드를 다루는 경우가 많아 짧은 영화를 한 편 보듯이 시청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KBS 영화만화팀 관계자는 "국내에서 인기 있는 미국 TV시리즈는 범죄나 의학 등 우리나라 드라마의 보완적인 내용을 다루는 것이 많다"면서 "미국에서도 경쟁이 심해 작품성이 좋고 스토리도 좋은 드라마가 많이 나오고 있으며 국내에 들여올 때는 주로 우리 드라마 트렌드에서 비어 있는 곳을 찾아 채운다"고 말했다.

◇ "'미드' 편당 가격 2~3년 새 두 배"

인터넷 다운로드로 마니아층을 형성하던 '미드'가 지상파와 케이블TV를 통해 대중화되면서 판권가 역시 천정부지로 오르는 추세다.

지상파의 경우 심야 시간대에 투자 대비 수익성이 낮은 자체 제작물 대신에 완성도 면에서 검증된 '미드'를 편성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고, 케이블TV의 경우 미국에서 이미 인기를 끌었거나 국내 누리꾼 사이에서 입소문을 탄 '미드'로 채널 인지도가 낮은 케이블TV의 매체 특성을 보완할 수 있다.

또 20편 안팎으로 한 시즌이 구성돼 연속적으로 새 시즌이 나오는 '미드'의 경우 안정적인 편성을 꾀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어 '미드'를 둘러싼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이 같은 경쟁은 시청자에게 양질의 미국 TV시리즈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프로그램의 가격 상승을 불러와 비용 부담으로 이어지는 반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손승애 CJ미디어 콘텐츠사업본부 구매1팀장은 "최근 2~3년새 미국 TV시리즈의 편당 가격이 2~2.5배로 뛰었다"며 "인기 시리즈를 잡기 위한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온미디어 콘텐츠사업국 차장은 "영화 '스파이더맨'을 사서 매일 틀어줄 수는 없는 것이고 한 시즌을 잡으면 안정적인 편성이 가능하기 때문에 미국 TV시리즈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커지는 것 같다"며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사소해 보이는 시리즈까지 가격이 동반 상승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케이블TV는 편당 수백만 원 선에서 '미드'를 들여오고 있지만 이례적으로 편당 1천만 원을 넘긴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미드'를 둘러싼 업계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상파의 경우엔 접근성이 높다는 매체 특성상 케이블TV와 다른 기준으로 가격이 책정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미드'를 들여오고 있지만 지상파도 점점 '미드'에 대한 관심을 높여 가는 추세라 시청자의 관심을 끌 만한 '미드'를 선점하려는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 '미드' 열풍? "그게 언제 얘기야?"

최근 수퍼액션은 '프리즌 브레이크'라는 새 '미드'를 설 연휴에 22시간 연속 방송해 케이블TV로서는 흔치 않은 1.54%(AGB닐슨미디어리서치 조사)의 시청률을 올린 뒤 뉴스 시간대로 인식된 오후 9시대에 첫 번째 시즌을 공격 편성했다.

SBS도 현재 방송 중인 5월부터 '프리즌 브레이크'의 첫 번째 시즌을 방송한다는 계획을 세우는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미드 열풍'은 현재 진행형일까. '미드'의 경우 '어둠의 경로'라 불리는 인터넷 불법 다운로드로 최신 시즌을 구해 보는 누리꾼들이 인터넷 동호회나 포털 사이트에 시청 소감과 작품평을 올려 입소문을 내고 이후 TV로 뒤처진 시즌이 방송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TV 편성이나 시청률만으로 인기를 가늠하기 어렵다.

지상파에서 방송되는 '미드'의 경우 심야 편성으로 3~5%의 시청률을 올리고 있고 케이블TV에서도 1% 안팎의 시청률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미드 열풍'이라 부를 만한 구체적인 근거는 없는 셈이다.

또 인터넷 다운로드로 해외 드라마를 신속히 접하는 누리꾼의 수효도 가늠하기 어려운 데다 연령대도 넓게 보아 10~30대에 한정돼 있고, 또 이미 마니아층에서는 1~2년 전 인기를 얻었던 '미드'가 TV로 '뒷북'을 때리는 경우도 적지 않아 일부 마니아층에서는 "언제적 '미드' 이야기를 이제서야 하느냐"는 소리도 나온다.

김하정 SBS 영화팀장은 "지상파로서의 서비스를 다하기 위해 남녀노소 볼 수 있도록 더빙으로 시청층을 넓히기도 하지만 아직 미국 드라마가 국산 영화만큼 시청률이 나오기는 힘든 것 같다"며 "미국 드라마의 시청률이 현재 눈에 띄지는 않지만 그래도 (작품성 등에 힘입어) 몇 년은 갈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손 팀장도 "'미드'를 인터넷으로 먼저 봤다고 해서 TV 시청자로 직결되지는 않을 수도 있다"며 "인터넷으로 '미드'를 보는 누리꾼과 TV로 미드를 접하는 시청자 사이에 인터넷을 매개한 상호작용이 있기는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연관관계가 있는지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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