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이카루스의 추락, 한 예술가의 소통방식
[문화카페] 이카루스의 추락, 한 예술가의 소통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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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의 삶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비대면 소통이 일상화되면서 타인과 이웃에 대한 관심이 자칫 피상화되는 것은 아닐까. 타인들의 삶이나 외부 환경에 대해 서서히 둔감해지는 것은 아닐까? SNS를 통해 펼쳐지는 정보의 바다 속에서 그 정보만으로 외부와 소통하게 되지는 않을지. 하지만, 대면적 소통과 실제의 가치는 더욱더 중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예술가들의 소통방식은 어떨까? 그들은 자신의 작품세계에만 몰두하느라 세태에 무감한 듯하지만 현실을 꿰뚫는 직관과 예민한 감성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존재들이다. 직설적으로 사회문제에 개입하고 반응하는 작가들도 있지만, 대부분 세태에 무심한 듯 거리를 두면서도 그들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들은 상징으로 우화로 또는 추상적인 어법으로 세상과 소통한다.

16세기 네덜란드 대표작가 중 ‘농민화가’로 불리는 브뤼겔은 성서를 소재로 한 작품과 다양한 농촌의 세시 풍속 그리고 속담들을 소박하고 생생하게 그림으로 남겼다. 대표작 중 하나인 <이카루스의 추락>(1560)은 이탈리아에서 돌아온 후여서인지 일반적인 풍속화와는 다르게 그리스 신화를 소재로 하고 있다. 이 작품의 특이성은 엄청난 사건이 벌어진 상황임에도 화면 속의 인물들은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너무도 무심히 자신의 일상에 몰두하고 있는 점이다. 많은 화가의 소재가 된 이카루스는 다이달로스라는 전설적인 장인의 아들이다. 다이달로스는 미노스 왕의 명을 받아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가두는 미궁을 건설하게 되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아들과 함께 그 미궁에 갇히게 된다. 미궁 탈출을 궁리하던 중 그는 밀랍으로 깃털을 이어붙인 새의 날개를 만들어 공중으로 날아올라 아들과 함께 탈출한다. 하지만 이카루스는 아버지의 경고를 무시하고 너무 높이 날아오르다가 태양열에 밀랍이 녹는 바람에 날개를 잃고 추락하여 죽고 만다. 이 신화는 인간의 헛된 욕망을 경계하는 교훈과 불가능에 도전하는 용기라는 이중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브뤼겔은 수평선 위로 기우는 석양을 작품의 배경으로 설정하였다. 농부와 목동, 어부, 선원들 모두가 바다로 추락하는 이카루스의 극적인 사건에 대해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 무심하며 너무도 평온하게 일상에 충실하고 있다. 범선 앞 공중에 흩날리는 깃털들과 수면 위에 허우적거리는 두 개의 다리를 조그맣게 그려놓은 것이 이카루스에 관한 정보의 전부이다. 유심히 보지 않으면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화가는 주인공의 비극적 장면을 처리해 놓았다. 한가운데 그려진 소몰이 농부는 마치 ‘사람이 죽었다고 쟁기질을 멈추진 않는다’는 네덜란드의 속담을 상기시키듯 쟁기질을 하고 있다. 이카루스와 가장 근접한 낚시꾼조차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낚시에만 몰두하고 있다. 목동은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지만, 바다를 등지고 있다.

작품은 장구한 역사 속에 인생의 유한함을 깨닫고 헛된 욕망을 버리며 묵묵히 자신의 소명에 충실해야 하는 것이 인생임을 웅변하는 듯하다. 그러나 이 작품 내면에는 스페인의 지배를 받고 있던 당시의 정치, 사회, 종교적 정황들이 우의적으로 담겨 있다. 종종 태양 또는 태양의 제국으로 비유되던 스페인을 기우는 석양으로 상징화하면서 네덜란드 캘빈 교를 탄압하던 스페인의 가톨릭 교회에 대한 저항, 그리고 이카루스의 비과학적 태도의 허망함을 말한다. 기울어가는 스페인의 지배에서 벗어나기를 원하는 국가적 염원을 우의적으로 그려냄으로써 국민에게 희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작가들의 소통방식은 대체로 비밀스럽고 중의적이다.

김찬동 수원시립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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