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馬夫의 歸鄕-문희상
[지지대] 馬夫의 歸鄕-문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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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말. 문희상 의원을 만났다. 연속 기획 인터뷰였다. ‘도지사 후보를 만나다’였다. 다선의 현역 국회의원이었다. 경기 북부를 대표하는 인물이었다. 기자들이 그를 후보군으로 꼽았다. 처음 본 사이였다. 기억이 특별하다. 아마 발톱을 깎고 있었던 것 같다. 앉은 채로 손을 내밀었다. 나는 선 채로 손을 잡았다. 처음 해보는 불쾌한 자세였다. 처음부터 반말로 답변했다. 나는 꼬박꼬박 존대를 했다. 역시 처음 해보는 불쾌한 대화였다. ▶얼마 걸리지 않았다. 곧 털털함으로 다가왔다. 털털함 속에 겸손함도 있었다. 도지사 출마 의향을 물었다. 간단하게 답했다. ‘출마 안한다’고 했다. 이유를 설명했다. 그 대목에서 ‘마부론’을 들었다. 기억을 더듬으면 이랬다. -내 역할은 주인공이 말을 타고 가도록 길을 열어주는 마부다. 내가 김대중 대통령을 모시면서도 늘 말했다. 나는 결코 말에 오르지 않는다. 도지사를 만드는 일이 내 일이다. 내가 도지사가 되려 하지는 않을 거다.- ▶그가 국회의장을 마쳤다. 2018년부터 했다. 언론에 자주 등장했다. 대부분 중재 모습이었다. 여야를 묶으려 노력했다. 정례회 모임을 만들었다. 취임 직후 만든 게 초월회다. 여야 5당 대표를 엮었다. 이금회라는 모임도 만들었다. 매달 둘째 주 금요일에 모였다. 여야 중진 의원들이 회원이었다. 이 밖에도 참 많다. 하나같이 여야를 만나게 하는 일이었다. 의장 공관은 만남의 광장이었다. 어떻게든 끌고 가려 했다. 마부의 역할다웠다. ▶기자들이 전하는 그의 정치 철학이 있다. 화이부동(和而不同)과 무신불립(無信不立)이다. ‘생각이 달라도 함께 할 수 있다’는 철학, ‘믿음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는 철학이다. 그래서 그는 권위와 거리가 멀었다. 분수를 넘는 욕심도 내지 않았다. 남을 이끄는 마부 역할에 충실했다. 국회의장이라는 자리도 그렇게 썼다. 모임 만들며 서로 만나게 했다. 권위 따지지 않고 믿고 대화했다. 그 때문에 억지로 악수한 정치인들이 꽤 된다. ▶그가 내려온다. 정치도 떠난다. 그의 송별사가 전해진다. “기어이 이 날이 오고야 말았다”-정계 은퇴에 대한 소회일 것이다. “뼈를 묻을 의정부로 돌아갈 시간이다”-지역에 대한 애정일 것이다. “어머님께서 가꾸시던 것과 비슷한 텃밭을 일구는 것이 진짜 꿈이다”-범부로 가려는 비움일 것이다. 국회의장 되던 날, 경기 지역 언론들이 썼다. ‘경기 출신 의장 탄생했다.’ 국회의장 떠나는 날, 이렇게 쓸 것이다. ‘경기 출신 의장은 잘했다.’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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