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혹행위 형사들, 人倫에는 시효 없다
[사설] 가혹행위 형사들, 人倫에는 시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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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남부경찰청장이 고개를 숙였다.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모씨와 가족, 당시 경찰의 무리한 수사로 인해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했다. 연쇄 살인 피해자들의 영령에 명복을 빌었고, 그 가족들에게는 깊은 위로의 뜻을 표했다. 30년 미제 사건을 마무리하는 자리에서다. 배용주 치안정감 개인의 사과가 아니다. 경찰의 과오에 대한 조직의 사과다. 그 뜻에 공감하고 높이 평가한다.

경찰이 이춘재를 조사한 것은 모두 세 차례였다. 첫 번째 수사는 6차 사건 이후로, 구체적 증거가 없다며 풀어줬다. 두 번째 수사는 8차 사건 이후로, 이춘재 음모까지 채취해 감정했지만, 혈액형이 다르다는 이유로 풀어줬다. 알려진 것처럼 당시 경찰은 용의자 혈액형을 B형으로 보고 있었다. 세 번째 수사는 초등학생 실종 사건 이후로, 현장의 족적과 이춘재 족장이 불일치하다며 풀어줬다. 모두 중대한 과오이거나 치명적 오류다.

경찰은 확인된 강압ㆍ가혹 수사도 가감 없이 발표했다. 8차 사건을 수사하며 윤모씨에 가한 행위다. 구속영장도 없이 3일간 구금했다. 변호사 또는 지인의 도움이 있었을 리 없다. 이 과정에서 폭행과 가혹행위가 있었다. 허위 자백, 허위 진술서를 강요했다. 결국, 윤씨를 범인으로 몰아 20년간 감옥 생활을 시켰다. 또 있다. 초등학생 실종ㆍ살해 사건에서 저지른 비위다. 유류품과 유골까지 찾았지만, 가족에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지나간 과거에 대한 가정(假定)처럼 부질 없는 상상도 없다. 하지만, 이번 발표를 보며 그런 부질 없는 가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만일, 윤씨가 사형선고를 받고 집행이라도 됐더라면 어찌할 뻔했나. 밝힐 수도 없고 씻을 수도 없는 과거로 묻히지 않았겠나. 반대로 세 번의 수사에서 이춘재 범행을 밝혔더라면 어떻게 됐겠나. 그 시점 이후의 살해 피해자는 없었을 것 아닌가. 당시 경찰의 죄(罪)가 얼마나 큰지 새삼 전율로 다가온다.

공소시효는 끝났다. 형사들을 처벌할 방법은 없다. 그렇다고 끝내면 안 된다. 도덕적 마무리는 남았다. 배용주 청장의 깊은 사과는 경찰 조직의 사과였다. 강압ㆍ가혹 행위자의 사과가 필요하다. 사건을 망가뜨리고 개인을 파괴한 형사들이다. 천추(千秋)에 남을 죄다. 통렬하게 반성하고 사과해야 한다. 모두가 들을 수 있고, 모두가 볼 수 있는 방법으로 해야 한다. 형법에는 공소시효가 있지만, 인륜에는 공소시효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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