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아말’을 낳은 중세 이슬람 과학자들
[세계는 지금] ‘아말’을 낳은 중세 이슬람 과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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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는 지난 20일 일본 가고시마현 다네가시마우주센터에서 아랍권 최초로 행성 간 우주선 ‘아말(아랍어로 희망이라는 뜻)’을 발사했다. 아말은 아랍에미리트 건국 50주년을 맞는 내년 2월 화성 궤도에 진입할 예정이며 아말이 화성에 도착할 경우 아랍에미리트는 미국, 러시아, 유럽, 인도에 이어 다섯 번째 화성탐사국이 된다.

1971년 영국에서 독립한 가난한 어업국가인 아랍에미리트를 단기간에 1인당 소득 세계최고 수준으로 높여준 것은 다름 아닌 석유였다. 그러나 석유자원 중심의 단일 경제시스템은 외부 환경변화에 대한 대응력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고 인구 12%의 토착 주민들은 고임금 직종과 각종 정부 보조금에 젖어 석유로 쌓은 부에 안주하는 분위기에 빠져버렸다.

2014년 7월 세이크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 마크툼 총리가 2021년 건국 50주년 때까지 화성에 탐사선을 보내겠다고 발표했을 당시만 해도 국제사회에서 이에 대한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다. 2006년 무함마드 빈 라시드 우주센터(MBRCD)를 설립하고 2009년 한국의 위성개발업체 쎄트렉아이와 함께 첫 번째 위성 ‘두바이샛 1호’를 개발해 발사한 것이 우주 연구개발의 거의 전부였을 만큼 당시 아랍에미리트에는 전문과학자나 전문기관조차 없는 열악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발표 6년 만에 목표를 이루어낸 원동력은 무엇일까. 과학기술산업 육성과 국가의 미래를 이끌 과학기술인재양성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무엇보다 석유고갈 이후 시대(Post-Oil Era)를 대비해 식량, 물, 에너지 등 당면한 국가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기틀을 화성탐사 프로젝트를 통해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국가주도 프로젝트에 발맞춰 최근 몇 년 동안 아랍에미리트 최고 명문 대학들이 천문학, 물리학을 비롯한 기초과학 분야의 학위과정을 개설했고 국내총생산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도 2011년 0.5%에서 2018년 1.3%로 높아졌다.

아랍에미리트 화성탐사선 아말의 발사소식을 접하고 떠오른 이슬람 세계의 위대한 인물들이 있다. 서구주도형 교육의 틀에서 빛을 발하지 못한 인물들, 바로 중세 이슬람의 과학자들이다. 현대 물리학의 아버지로 알려진 아이작 뉴턴보다 700년 전이나 앞서 현상 관찰과 측정을 바탕으로 가설을 수립해 검증하는 현대과학의 방법론을 창시한 인물이 지금의 이라크 지역 출신의 이븐 알-하이삼이다. 이러한 과학 방법론이 17세기 베이컨이나 데카르트에 의해 수립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들보다 훨씬 앞서 경험적 자료와 결과의 재현가능성을 강조한 세계최초의 진정한 과학자가 바로 이븐 알-하이삼이다. 그는 바늘구멍 카메라를 발명해 빛의 굴절현상을 발견했고 빛의 산란에 관한 최초의 실험을 통해 색의 원소들을 밝혀내고 그림자와 무지개, 일식 현상 등을 연구했다.

아랍 최초의 화성 탐사선이 발사됐다. 코로나19로 인한 세계적인 경기위축과 저유가 시대 장기화가 예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아랍에미리트 화성탐사 프로젝트의 성공을 기원하며 새삼 위대한 중세 이슬람과학자들의 업적을 생각해본다.

김수완 한국외대 아랍어통번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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