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경제제재 이유로 남북철도 연결 늦춰선 안 돼
[아침을 열면서] 경제제재 이유로 남북철도 연결 늦춰선 안 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경태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민경태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지난달 29일 새로운 외교안보라인 인사에 대한 임명장 수여식이 있었다. 남북관계 교착 국면에서 돌파구를 열어갈 수 있을지 기대가 크다. 최근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강원도 고성의 동해선 최북단 기차역인 제진역을 방문하고 남북 철도 연결사업 추진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북한, 중국, 러시아를 비롯해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은 기차로 여행할 수 있지만 그동안 우리는 철도의 ‘섬나라’ 같은 처지였다. 한국은 2018년 6월 국제철도협력기구(OSJD)에 가입하면서 대륙철도 연결을 꿈꾸고 있다.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국제열차를 타고 평양, 베이징, 모스크바를 지나 유럽까지 가는 것이다.

이미 남북 정상은 2018년 4월 판문점선언에서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을 적극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남북철도 공동조사단이 경의선과 동해선의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개성 판문역에서 착공식을 가졌다. 그러나 그 이후엔 전혀 진전이 없다. 지난해 2월 하노이 협상 실패로 인해 북미관계가 교착되면서 남북협력도 모두 중단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남북관계를 북미관계에 종속시켜서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북미관계가 개선되고 경제제재가 풀리면 당장 철도연결 공사를 시작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노선 설계에만 최소한 1~2년이 소요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북미관계가 호전된 후에야 노선 설계를 진행하고, 설계가 완료된 후 착공하면 완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누가 봐도 매우 비효율적 공정계획이다. 민간기업의 프로젝트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 국가적 중대사에서 허용되고 있다.

생각을 바꿔서 지금이라도 철도노선 설계를 먼저 진행하고 우리 스스로 일정계획을 수립해 보자. 즉 경제제재 해제 시점에 따라 남북철도 사업 일정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우리가 수립한 일정 계획에 따라 경제제재 해제가 필요한 시점을 정하는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우선 진행하면서 실제 착공 전까지 국제사회를 설득하고 대북 경제제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면 된다. 특히 철도는 비상업적 공공 인프라이기 때문에 유엔 제재의 면제조치로 적용받을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따라서 북한 경제제재 문제를 이유로 철도연결에 필수적인 준비과정도 진행하지 않은 것은 무책임한 처사다. 우리가 형식적인 착공식 개최에만 신경 쓰고 실질적인 협력을 진전시키지 못했기에 북한의 불만도 고조됐다. 남북정상회담에서 철도연결을 합의한 후에 바로 철도노선 설계 작업을 진행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심지어 국토교통부 예산에 아직 설계비용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은 우리가 반성할 일이다. 경제제재가 해제되기 전이라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 해야만 할 일이 있는데도 정부 부처들이 서로 할 일을 미루고 책임을 전가한 결과다.

일각에서는 기존 경의선 현대화를 먼저 추진할지 또는 신규 고속철 노선을 건설할지 남북 간에 아직 합의가 되지 않았다는 것을 이유로 든다. 하지만 세계 경제규모 10위권 국가가 유라시아 대륙 경제와 연결되는 철도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이런 변명은 적절하지 않다. 교량 국가로서 한반도의 비전을 선포한 마당에 고속철도와 화물전용 노선 모두 필요하므로 동시에 준비하면 된다. 남북 정상이 합의한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공동개최 유치’를 위해서도 서울~평양 고속철도는 필수적이다. 철도는 남북을 연결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접점으로서 한반도의 지리경제학적 잠재력을 되살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제 더는 경제제재를 핑계로 남북철도 연결을 늦춰서는 안 된다.

민경태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