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재명 메시지’ 신중할 필요 있다
[사설] ‘이재명 메시지’ 신중할 필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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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낼 필요가 있는 메시지였나. 생각해 볼 일이다. 경기도가 한미연합 군사훈련 취소를 건의했다. 지난달 말 이재강 평화부지사 명의로 통일부에 보냈다. 코로나19 확산의 기폭제가 될 수 있으니 훈련 취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유를 설명했다. 미군의 코로나19 대응을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제했다. 경기도 지역 사회로의 감염 확산 우려가 크다고 했다. 그런데 건의문 곳곳에서 아슬아슬한 부분이 보인다.

유엔의 무력분쟁중단촉구 결의안을 예로 들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코로나19 극복 결의안이다. 이를 근거로 이 부지사는 “어떤 이유로도 전쟁 훈련의 명분이 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전쟁 훈련’에 연결해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에도 필요한 훈련이다. 2022년 전시작전권 전환을 앞두고 있다. 문 대통령이 약속한 시한이다. 그 완전운용검증에 필요한 훈련이다. 전쟁 훈련만은 아니다.

‘북한의 군사적 대응을 촉발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것도 오해 소지가 있다. 최근 북한 매체들의 대남 공세가 높아지고 있다. 북한 대외선전매체 ‘메아리’가 2일 ‘갈수록 늘어나는 기만과 배신’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남측 각계 무력 증강 책동’과 ‘한미간 합동군사연습’을 거론하고 있다. 경기도가 굳이 북한의 대응을 우려해줄 필요가 있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대북 협력보다 한미 공조를 가벼이 본다고 여겨질 수 있다.

대(大) 전제라 할 ‘코로나 감염 우려’도 반박을 샀다. 이번 훈련에는 기동 훈련이 없다. 가상공간에서 하는 워게임이다. 보름을 앞두고 전격 취소할 만큼 창궐 가능성이 있는지 다툼의 여지는 있다. 당장 미래통합당이 말꼬리를 잡았다. 하태경 의원이 ‘이재명 지사가 온라인으로 전파되는 코로나19 변종을 발견한 것이냐’고 비꼬았다. 이 부지사가 ‘협소하고 밀폐된 공간에서의 훈련’이라며 재반박했지만, 뒷맛은 개운찮다.

대법원 무죄 취지 판결 이후 보름이다. 그 보름 이재명 지사의 위상은 달라졌다. 지지도 2위로는 표현 안 될 중량감이 있다. 견제와 질시의 눈길이 그만큼 많아졌다. ‘서울ㆍ부산 시장 무공천’ 발언에 출렁거렸던 것도 그런 때문이다. 그때도 우리는 신중한 메시지를 주문한 바 있다. 이번 ‘한미 훈련 중단’ 메시지는 그런 면에서 득(得)보다 실(失)이 컸다고 본다. 정치 상대엔 트집거리만 줬고, 중도 지지층엔 불안감만 줬다.

건의서 명의는 이 지사가 아닌 이 부지사였다. 언론에 관련 설명을 한 것도 이 부지사였다. 하지만, 통합당은 ‘이재명 메시지’로 간주했다. 판단ㆍ의도 모든 것을 이 지사의 것으로 해석했다. 이 점을 이 지사 측은 명심해야 한다. 어떤 경기도발 메시지든 주어(主語)는 이재명 지사다. 국민도, 정치권도, 언론도 그렇게 읽는다. 그것이 비중 높아진 정치인 이재명의 현실이다. 화두 선정과 언어 선택에 신중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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