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옥 칼럼] 미중 갈등에 대한 우리의 대응
[유영옥 칼럼] 미중 갈등에 대한 우리의 대응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중 무역 분쟁으로 표출되어 온 갈등이 홍콩보안법을 기점으로 외교문제로 번지면서 양국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은 지적 재산권과 개인정보의 보호라는 명분으로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을 폐쇄했고 중국은 그에 대한 보복조치로써 청도 주재 미 총영사관을 접수했다. 미 국무부는 중국 외교관들의 스파이활동 가능성을 내비쳤고 트럼프 미 대통령은 중국 공관의 추가적인 폐쇄를 시사하기도 했다. 이처럼 외교관계로 번진 미·중 갈등이 자칫 남중국해 등지에서 무력충돌로 이어진다면 우리의 안보환경은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7월23일 캘리포니아에 있는 닉슨 도서관 앞에서 중공의 정권교체 의지를 직설적으로 천명한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연설은 최근의 미·중 갈등과 관련하여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는 중공과 자유진영의 미래(Communist China and the Free World’s Future)’라는 제하의 연설에서 중국을 전체주의 독재국가로 규정하고 미국의 대중 포용시대는 끝났다고 천명하면서 자유진영과의 연대를 통해 중공의 정권교체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대중국 포용정책의 포기’, ‘중국에 대한 정상국가 규정폐기’, ‘자유진영과 연대를 통한 중공정권의 교체시도’ 세 가지로 집약되는 그의 연설은 미국의 새로운 대중인식과 향후 대중정책의 변화를 시사하는 것으로 현재의 미·중 갈등이 구조화될 가능성이 큼을 말해준다.

따라서 ‘한·미 동맹과 한·중 협력이라는 틀’ 속에서 균형외교를 통해 국익을 극대화한다는 우리의 외교·안보전략과 정책은 커다란 시련을 맞게 되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세계 각국에게 미국과 같은 행보로 중국에게 투명성, 상호주의, 그리고 책임성을 요구하도록 촉구하며 자유진영의 신 동맹체제 구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현재 북한은 ‘핵보유국’임이 기정사실화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신형 방사포와 이스칸데르 미사일 등 남한을 겨냥한 첨단무기체계를 갖추고 있다. 우리는 얼마 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통해 남북관계와 판문점 선언이나 9·19 군사합의와 같은 남북 사이의 합의사항에 대한 북한당국의 인식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북한정권을 믿는다는 것이 얼마나 미몽인지 똑똑히 보았다.

작금에 새롭게 조성된 외교·안보환경은 그동안 현 정부가 추구해 온 균형외교와 대북 유화정책에 대한 운신의 폭을 제약하고 획기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예컨대 지난 7월28일에 미국·호주 양국 외교·국방장관의 2+2 회담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국을 비판한 폼페이오는 자신의 연설에 대한 질문을 받고 설명과정에서 대중 투쟁을 위한 자유진영의 동맹국으로써 한국을 거론했다. 향후 미국의 대중관계를 독재 대 민주주의의 대결 구도로 규정하고 동맹국들의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반중연대에 우리의 적극적인 동참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대선을 얼마 남겨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대선레이스에서 강세인 민주당이 집권하면 미국의 대중정책의 기조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대중정책의 근간은 정권교체에 구애받지 않으며 민주당의 바이든이 집권해도 대중 봉쇄정책의 기조는 유지될 것이다. 지난 번 선거당시 힐러리 클린턴이 집권하면 대중 봉쇄정책의 강화와 미·중 갈등에 대한 우려가 컸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동·서 냉전의 산물로써 분단과 전쟁의 참화를 겪었던 우리에게 미·중의 극한적 갈등구도는 역내의 안보환경에 엄청난 쓰나미로 다가오고 있다. 경제적 파산은 복구와 재기가 가능하지만 국가안보는 한번 무너진다면 그것으로 끝장이다. 따라서 국가안보는 가장 보수적으로 운용되어야 한다. 우리는 판문점 선언과 9.19 남북 군사합의서에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것을 목도하고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라는 감상적 민족주의의 열정에 빠져 있다. 작금의 한반도 정세는 그 무엇보다도 한·미동맹의 강화와 대북 억제력 강화의 방향으로 외교·안보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유영옥 국민대 교수국가보훈학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