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 검찰과 ‘자가 면역질환’
[변평섭 칼럼] 검찰과 ‘자가 면역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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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10일, 이란 해군 함정이 훈련 중인 아라비아해 오만만에서 자기 나라의 해군 함정에서 발사한 미사일을 맞고 19명이 죽고 15명이 다치는 참사가 빚어졌다. 미사일의 레이더 오작동이 원인이다. 이와 같은 사고는 올해 1월에도 있었다. 이란의 테헤란 공항을 이륙한 우크라이나 항공기를 적기로 오인,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로 인해 민간인 176명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다. 이처럼 레이더가 오작동을 일으키면 적과 아군을 구별 못 하고 엄청난 참사를 빚어낸다.

우리 몸도 그렇다. 레이더가 오작동하여 아군을 적군으로 공격하듯 우리 몸을 지켜 주는 면역세포에 이상이 생기면 건강한 세포를 적이 침투한 것으로 오판, 내 면역세포가 내 몸을 공격하는 것이다. ‘자가 면역질환’이라는 것인데 정상 세포를 바이러스처럼 인식하여 끊임없이 공격을 가하여 조직을 크게 손상시킨다. 현대 의학에서도 아직은 뾰족한 치료 방법이 없다. 류머티즘이 대표적 질환인데 스테로이드 같은 치료법이 있으나 일시적 증상완화에는 도움이 되지만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 그래서 음식이나 식품을 통해 이상 세포나 손상된 세포를 정상세포로 교체하는 치료법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어쨌든 아군을 적군으로 공격하는 일은 참으로 어리석고 비극적이다. 아군 함정을 적의 함정으로 오인하여 미사일을 발사하고, 정상 세포를 적(바이러스)으로 인식하고 공격, 오히려 인체를 망가뜨리는 ‘자가 면역질환’ 그런데 이런 현상이 우리 검찰 시스템에도 일어나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성윤 서울 중앙지검장 간의 갈등은 이미 세간에 회자 된 지 오래다. 어떻게 검찰조직에서 이런 갈등이 외부에까지 퍼져 나갈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더니 마침내 세련되지 않은 장면이 연출됐다. 정진웅 부장검사가 지난주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를 압수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정 부장검사는 채널A 이모기자와 한 검사장의 이른바 ‘검언유착’ 혐의를 수사하고 있어 한 검사장 휴대전화의 유심 칩을 압수하러 간 것. 그런데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압수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졌고 이때 정 부장이 다쳤다며 병원 응급실에 입원했다가 퇴원하는 등 소동이 벌어진 것이다. 한 검사장은 정 부장검사를 ‘독직폭행’ 혐의로 고소를 하는 한편 그에 대한 감찰을 요구했다. 물론 정 부장검사도 한 검사장을 ‘무고 및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시골 파출소에서도 보기 어려운 모습이 이 나라 최고 엘리트 조직이라는 검찰 간부들 사이에서 일어난 것이다.

서울고등검찰청은 한 검사장을 불러 조사를 한데 이어 정 부장검사에 대한 조사도 착수했다.

이 일련의 사태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곱지가 않다. 앞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는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장하는 결정을 내린 바 있는데, 이렇게 조급하게 서둘러야 할 절박한 이유가 무엇인지, 여기에 정치적 변수는 없었는지 쉽게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것이다. 사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라는 것이 검찰의 기소권 남용을 견제하려고 검찰 스스로 만든 제도다. 비록 구속력은 없지만 거기에서 나온 결론은 국민의 객관적 판단이라는 데서 적어도 최소한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정당한 사유의 설명도 없는 상태에서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자기 몸을 공격하여 자기 조직을 망가지게 하는 ‘자가 면역질환’ 같아 민망하다.

변평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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