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천시, 운동부가 ‘신문요구르트’는 아니다
[사설] 이천시, 운동부가 ‘신문요구르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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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계(家計) 원칙이 있다. ‘힘들 땐 신문과 요구르트부터 끊는다.’ 살림을 절약하는 항목의 순서다. 신문ㆍ요구르트가 선택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꼭 필요하지 않고, 꼭 급하지 않다고 봐서다. 불요불급(不要不急) 항목이다. 지자체의 살림에도 이런 선입견이 있다. 재정 위기가 닥쳤을 때 삭감 순서가 있다. 직장 운동부가 여기에 자주 언급된다. 직장 운동부를 ‘신문ㆍ요구르트’로 보는-재정이라는 측면에서- 경향이다.

2010년 운동부 폐지 열풍이 있었다. 그때 수원시에는 23개 직장운동부가 있었다. 포진한 인력만 선수와 지도자를 포함해 254명이었다. 운동부 논란 정국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수원시 최종 선택은 해체가 아니라 구조조정이었다. 종목별 선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예산 절감을 꾀했다. 성남시는 달랐다. 당시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만큼 초강수를 뒀다. 15개 종목으로 운영 중인 직장운동부 가운데 12종목을 폐지했다. 하키, 펜싱, 육상 등 3개 종목만 남겼다.

그 후 상황을 볼 필요가 있다. 2018년, 수원시에는 대규모 직장운동부를 신설했다. 여자아이스하키팀이다. 코치 2명과 선수 11명으로 채용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점화된 남북 화합의 불꽃을 이어가겠다는 판단이었다. 전멸되다시피 했던 성남시 직장운동부는 그 전에 부활했다. 2014년, 빙상과 볼링, 테니스, 태권도, 배드민턴 등 직장운동부 종목을 5개 늘렸다. 그 중 빙상 팀은 이후 세계무대에서 시민의 자랑이다.

직장운동부 역사에는 흐름이 있다. 예산이 빠듯하면 폐지가 논의된다. 상황이 변화되면 부활하거나 확대된다. 말로는 예산 사정이다. 하지만, 그 사정을 판단하는 건 자연인 시장(市長)의 결정이다. 그래서 완벽할 수는 없다. 직장운동부의 가치는 단기간의 주판알로만 결정할 수 없다. 시ㆍ군민의 명예와 자긍심을 표출하는 수단이다. 비인기 종목에 대한 지방정부의 기여이기도 하다. 예산서에 표시되지 않는 효과들이다.

또 직장운동부 논란이 나왔다. 이천시청이다. 마라톤, 트라이애슬론, 정구부 해체를 통보했다. 지난 11일 이들 종목 감독과 코치, 선수 등 20여명을 모이게 한 자리에서 통보했다고 한다. 연말까지 모두 나가야 한다는 사실상의 해고 통보다. 살폈듯이 ‘신문ㆍ요구르트’처럼 운동부를 여겨온 게 다반사다. 그런 지자체가 한두 곳도 아니고, 그런 일이 한두 번도 아니다. 잘못됐다고 단정하지 않겠다. 다만, 그래도 아쉽다.

선수ㆍ임원들에게는 실직(失職)이다. 해고를 감수할만한 사정이 뭔지 공개했어야 했다. 차선책이 있다면 그게 뭔지도 설명했어야 한다. 수만명의 직원을 둔 기업인도 단 한 명의 직원을 해고할 때도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법에 따라 예고하고, 처분하고, 예우한다. 그걸 위반하는 사업주(事業主)는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처벌된다. 이천시가 그런 업주와 같은 원성을 들어서야 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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