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지구촌 다문화 리프트] 다문화 가정 100만시대 이방인 아닌 이웃이 되나
[함께하는 지구촌 다문화 리프트] 다문화 가정 100만시대 이방인 아닌 이웃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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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 혼혈아면 예능에 출연하고 흑인이나 동남아 혼혈아면 다큐멘터리에 출연한다.”
지난 4~5년 전 인터넷 포털사이트 댓글 창에 달린 이 문구는 우리 사회 속 ‘다문화 가정’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고 평가받는다. 지난 2018년 통계청의 <인구총조사>와 여성가족부의 <전국다문화가족실태조사> 등에 따르면 도내 다문화 가정은 9만9천8가구, 가구 인원은 28만5천15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여기에 가정 환경과 경제적 문제를 호소하는 다문화 가정도 적지 않다. 이에 경기일보는 도내 다문화 가정을 만나 이들의 애로사항과 고민을 듣고 현주소를 진단해 이들과 도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조명하고자 한다.

갈등 투성이인 다문화 가정…가사ㆍ육아ㆍ언어문제에서 비롯된 부부ㆍ자녀ㆍ고부 갈등
“가사·육아·언어 문제로 힘들었는데 이를 해결할 공간도 마땅찮아 절망적이었어요.” 지난 2004년 21살의 나이로 중국에서 이주해 온 A씨(37ㆍ광명)는 이듬해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자녀를 낳으면서 우리나라에 정착했다. 결혼 생활 15년은 갈등의 연속이었다. 외벌이 집안 특성상 A씨가 가사와 육아를 모두 도맡아야 했기 때문이다. 가사에는 단순 청소와 식사 준비뿐만 아니라 40살이나 위인 시어머니 수발도 포함돼 있었다.
몸이 불편한 시어머니는 A씨에게 자주 짜증을 내곤했다. 사소한 일로 트집 잡는 건 물론 딸을 낳았다는 이유, 발음이 어눌하다는 이유,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로 하대하곤 했다. 고부갈등에 무관심한 남편과 심리적 거리가 가까워질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A씨는 딸 하나만 바라보면서 결혼 생활 15년을 견뎌왔다. A씨는 집안 분위기도 문제지만 분위기에서 비롯되는 스트레스를 해결할 공간이 마땅하지 않다는 점
을 호소했다. 일각에선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 관계기관이 코로나19로 업무가 마비된 점이 이주 여성의 고민을 가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완정 청아심상교육연구소장은 “다문화 가정 관련 기관이 이주 여성과 혼혈 아동, 중도 입국 아동의 버팀목이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상담”이라며 “코로나19에 따른 활동 제한에도 방역을 전제로 개인·가족 상담은 물론 비대면 상담 등으로 교류하는 형태를 이어나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점점 벌어지는 교육 격차…우리 아이들은 어디로 가야 하나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학교의 비대면 수업도 다문화 가정의 고민거리 중 하나다. 지난 2012년 C씨(48)는 베트남 출신 여성 D씨(32·이상 안산)와 결혼해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8살짜리 아들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지만 코로나19 사태 발발로 비대면 수업을 듣고 있다.
C씨 내외는 비대면 수업 중 뜻하지 않은 사태를 마주했다. 가장인 C씨가 출근하고 나면 D씨 혼자서 8살짜리 아들의 비대면 수업 감시와 4살짜리 딸의 육아를 맡아야 한다. 딸이 칭얼거릴 때마다 딸에게 시선을 돌리면 아들이 수업에 집중하지 않고 다른 짓을 하고, 아들에게 시선을 돌리고 있으면 딸이 계속 D씨를 찾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D씨는“아이들이 자라면서 진로 고민, 이성 문제 등을 겪게 될 텐데 현실적으로 와 닿는 조언을 해주기도 어렵고 정보를 구할 곳도 마땅찮아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2018년 기준 도내 다문화 가정 자녀 중 무려 74.8%가 11세 미만 연령대에 속해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고등교육을 받게 될 다문화 가정 자녀가 많아지게 돼 벌써 이들과 일반 가정 아동 간 교육격차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다문화 가정 자녀의 학업중단율은 일반가정 자녀 대비 1.3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특히 고등학생 연령은 학업중단율 차이가 1.5배에 육박했다.
도기옥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다문화 위원은 “이주여성을 향한 초기 교육 과정은 잘 설계된 편이지만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다문화 가정 아동이나 중도입국 아동 대상 교육 프로그램은 상대적으로 부족한게 사실”이라며 “도내 수원, 안산, 오산을 시작으로 운영되고 있는 글로벌청소년드림센터 등 다문화 가정 아동을 위한 기관의 역할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라고 말했다.

돈 문제가 다가 아니야…다문화 가정 구제책은 사회화와 일자리 창출의 시너지 효과에
전문가들은 다문화 가정 구제책으로 이주 여성의 사회화와 일자리 창출을 넘어서 우리사회에서 이들에게 어떤 역할을 줘야 할 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영혜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에는 이주 여성의 사회화에 따른 안정적인 정착만이 다문화 가정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여겨왔다”며“ 최근에는 사회화에 따른 일자리 창출 외에도 이들이 우리 사회에서 맡을 수 있는‘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하는 시기에 이르렀다”라고 말했다.
어려움에 처한 다문화 가정 구제를 위해서는 금전적 지원이 능사가 아니라는 의미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다문화 가정 내 남편 대상 교육과 다문화가정지원센터·새일센터 등을 활용한 이주 여성의 사회 활동 기반 확대를 통해 위기에 빠진 다문화 가정을 구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다문화 가정 남편을 대상으로 한 출산, 육아, 아내의 문화권 관련 교육을 확대해 이주 여성의 빠른 적응은 물론 태어날 아이나 중도입국 아동의 우리 사회 안착을 꾀할 수 있을 것”이라며 “관계 기관을 통해 사회화에 성공한 이주 여성과 아동이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이주 여성과 아동을 향한 튜터링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게 돕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글_ 권오탁기자 사진_ 경기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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