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미국 대선과 한반도 비핵화
[세계는 지금] 미국 대선과 한반도 비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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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우 경기연구원 연구위원
이성우 경기연구원 연구위원

미국의 패권이 예전과 다르다고 하지만 미국 대통령이 주요국 외교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여전히 미국 대선은 세계적인 관심거리다. 트럼프는 미국이 자유무역과 안보협력을 축으로 2차대전 후 지속해온 국제주의를 포기하고 고립주의에 가까운 급선회를 추진했다. 세계지도국을 자임해온 미국의 정책 변경에 대해 국제사회는 물론 미국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큰 만큼 변화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동아시아 정책과 관련해서 흥미로운 점은 바이든은 미·중 무역전쟁에서 중국에 대한 미국의 패권강화라는 트럼프의 강경노선은 유지할 뜻을 밝힌 반면, 북한에 대해서는 트럼프의 섣부른 정상회담보다 원칙에 입각한 비핵화를 강조하는 정책변화를 시사하고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가 마무리된 8월 20∼22일 CBS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투표 의사가 있는 유권자 중에 52대 42로 민주당 바이든 후보가 재선에 도전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의 코로나19 방역 실패에 대한 실망으로 바이든 후보가 10% 앞선 상황은 대선 승리에 필요한 평균 지지도에 도달했다고 평가하지만 공화당 전당대회가 끝난 직후 CNN 조사에서는 바이든의 우세가 8%로 줄었다. 문제는 선거인단 270표 확보를 기준으로 경합 주에서 여론지지를 보면 실제 우세는 5%에 불과하다. 민주당 지도부는 2016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전체 득표에서는 2% 앞섰지만 경합 주인 위스콘신주에서 1% 지면서 10명의 선거인단 확보에 실패한 전력 때문에 긴장하고 있다.

바이든 후보 측은 전당대회 후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는 컨벤션 효과가 없었다는 점에서 아직 견고한 지지층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한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의 패인은 힐러리와 트럼프 모두 적극적으로 지지할 만큼 매력적인 후보가 아닌 경우에 유권자들은 마지막 순간에 선택을 쉽게 변경하는 경향이 있는데, 후보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던 힐러리의 지지자들이 투표장에서 트럼프를 선택했기 때문이라 본다. 바이든도 힐러리처럼 대선 2개월 전에 유권자 과반 이상의 지지를 확보하고 있지만 이를 투표장까지 유지할 만큼 확실한 매력이 없다는 점을 우려한다. 이처럼 선거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다수 언론은 바이든의 당선을 전제로 외교정책의 변화를 논의하고 있다.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절대적 영향력을 고려할 때 한국과 미국의 행정부 교체에 따른 엇박자로 비핵화의 중대 고비를 넘지 못했던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클린턴(1993∼2001) 행정부를 설득해 ‘페리 프로세스’로 대표되는 대북 관여정책으로 북한과 대화와 협상을 통해 변화를 유도하는 정책 공조를 이루었지만 공화당 부시 행정부가 승계를 거부하면서 교착상태에 빠졌다. 노무현 정부(2003∼2008)는 대북 금융제재를 가한 부시 행정부와 의견 차이로 북핵 대응이 공전하다가, 2006년 북한의 제1차 핵실험 직후 6자회담을 재가동했지만 비핵화로 이어지지 못했다. 오바마 대통령(2009∼2017)은 취임 직후 프라하에서 ‘핵 없는 세상’을 역설하고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지만 한반도 문제에는 ‘전략적 인내’라는 이름으로 북핵을 방치했고 그동안 북한은 6차 핵실험을 마치게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 대북 강경 대응에서 극적으로 정상회담 개최로 정책을 선회했지만 담대하게 비핵화를 추진하지 못하고 재선 이후 재협상을 대안으로 언급하고 있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해도 미북 정상회담은 가능하지만, 선비핵화라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는 것 말고 북한의 단계적 접근을 수용하면서 부분적으로라도 대북제재를 완화하는 적극적 대응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북핵에 대한 바이든의 선택 중에 미·북 정상회담이 없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나머지는 가능성에 대한 추측이다. 우선 가능성이 높은 것은 바이든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대북정책으로 ‘전략적 인내’를 주도한 인물이다. 민주당 보수파가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로의 회귀를 주도할 경우는 다시 북한의 붕괴를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샌더스 진영의 진보파는 단계적 비핵화와 단계적 제재 완화를 선호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 단계적 접근의 문제는 비핵화가 CVID가 아니라 북한이 주장하는 ‘선제불사용’과 ‘비확산’을 전제로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성우 경기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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