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공정과 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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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중순 ‘제1회 청년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공정(公正)에 대한 청년들의 요구를 절감하며 공정은 촛불 혁명의 정신이며 정부의 흔들리지 않는 목표임을 강조했다고 한다. 이날 대통령께서 공정이라는 단어를 37번이나 언급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그리 공정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성별, 지역, 나이, 주택보유 여부, 직업 등으로 수없이 세분돼 서로 다르게 해석되는 공정에 대한 시각이 주된 이유일 듯하다. 지난주 국회에서는 공정에 대한 정부의 시각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법안이 통과됐다. 코로나19와 같은 1급 전염병으로 인해 상가임차인이 피해를 보았다면 임차인이 직접 상가주인에게 임대료를 깎아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상가건물임대차 보호법 개정안’이 그것이다.

법안의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자. 법에는 코로나19와 같은 법정 감염병으로 임차인이 매출 및 수익에 손해를 입었다면 임대인에게 임차료를 깎아달라고 요구할 수 있으며 법 시행일부터 6개월까지는 임차인이 임대료를 연체해도 임대인은 계약을 해지하거나 계약의 갱신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게 돼 있다. 언뜻 보기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의 임대료 부담을 더는 좋은 취지의 법이라 생각되지만, 상가 보유를 위한 임대인의 어려움은 전혀 무시된 편향된 법안이 아닐 수 없다. 생각해보자. 우리 사회는 다양한 역할과 입장을 가진 개인들로 구성돼 있다. 그중에는 상가를 빌려 수익을 내고자 하는 임차인도 있고 상가의 주인인 임대인도 있다.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상가를 빌려 본인의 자본과 노동을 추가해 더 많은 이익을 얻고자 했을 것이고, 임대인 또한 임차인에게 상가를 빌려줘 자신이 은행에서 차입한 돈을 포함한 총 투자 비용보다 더 많은 이익을 얻고자 상가를 구매했을 것이다. 상가의 소유 형태는 다르지만, 타인의 자산(상가 및 은행 돈)을 빌려 본인의 자본과 노동을 더 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고자 하는 목적은 모두 같은 것이다.

그러나 ‘상가건물임대차 보호법 개정안’은 이런 수익 창출의 목적 및 방법은 모두 무시된 체 단순히 상가의 소유와 임차 여부에 따라서만 법의 수혜와 피해를 가르고 있다. 법안이 시행되면 임대인은 임차인이 급작스런 임대료 감액 요구를 들어줘야 함과 동시에 임차인이 최대 9개월까지 차임을 연체해도 어떤 대항력도 갖지 못하게 된다. 고정적인 임차료 수입이 적어진다면 노후 생계유지를 목적으로 상가에 투자했거나 은행 대출을 받아 상가를 산 임대인에게는 큰 어려움이 닥칠 것이다. 임대인이 상가를 보유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고정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취득세 및 인지세, 농어촌특별세, 중계수수료 등 부동산 취득을 위한 일시적인 비용을 제외하고라도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은행 차입금 이자, 건물 유지보수료 등이 합쳐진다면 매월 고정비용이 상당해 확정된 수입의 없이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임대인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예기치 못한 전염병인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세입자를 위한 정책을 펼치고자 하는 정부와 정치인의 고민에는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임차인이 겪는 고통 분담의 짐을 임대인에게만 편향(偏向)되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 ‘공정’이 정부의 흔들리지 않는 정책 목표라면 상가 유지 비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세금 등의 감면과 함께 정부와 정치인이 임대인과 함께 공정하게 고통을 나누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임기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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