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군사적 목적도 출입 통제, DMZ 유엔사 땅인가
[사설] 비군사적 목적도 출입 통제, DMZ 유엔사 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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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연히 대한민국 땅인데도 비무장지대(DMZ) 출입 통제권은 유엔군사령부가 갖고 있다. 안보관광 외 목적으로 비무장지대에 있는 도라전망대, 제3땅굴 등을 출입하려면 ‘유엔사 비무장지대 안보견학 규정’에 따라 유엔사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규정 때문에 파주시도 DMZ 내 시설물 이용, 유지·보수를 위해 출입할 때 유엔사 승인을 받고 있다. DMZ 안보관광지에서 공연·전시 등 문화행사도 제한을 받는다. 파주시는 지난달 ‘대한민국 땅과 건물에 대한민국 공무원이 출입하는데 일일이 유엔사 허가를 받는다는 게 부당하다’며, 국방부에 유엔사 비무장지대 안보견학 규정을 개정해달라고 건의했다.

앞서 유엔사는 남북철도 경의선 북쪽 구간 현지조사 통행, 통일부 차관 등 한독통일자문위 고성 GP 방문, 통일부 장관 대성동 마을 방문(기자단 출입 불허) 등 비군사적 목적의 DMZ 출입을 불허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국방부가 “유엔사가 DMZ 출입 승인 여부를 결정할 때 군사적 성질에 속하는 출입에 관해서만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지만, 제도 개선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유엔사가 비군사적 목적의 출입까지 통제한다는 논란이 이는 가운데, 이번엔 경기도가 유엔사를 비판하고 나섰다. 경기도가 파주 도라전망대에 평화부지사 집무실을 설치하려는데 유엔사 승인이 안돼 무산됐기 때문이다. 앞서 도는 육군 1사단에 ‘개성공단 운영 재개를 촉구하는 차원에서 개성공단이 바라보이는 도라전망대 앞에 몽골식 텐트를 세워 평화부지사와 공무원, 지원인력 등 6명이 상주하겠다’는 내용의 협조공문을 보내고 부지사 집무실 설치를 추진했다. 관할 군부대는 개별이탈 금지, 코로나19 방역 철저 등 7가지 수칙을 지키면 출입을 허가하겠다며 ‘조건부 동의’했지만, 9일 유엔사 승인을 얻지 못했다며 집기 설치를 거부했다. 유엔사는 현재 이 사안을 승인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10일 파주 통일대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당한 주권침해 행위”라며 반발했다. 이 부지사는 “북으로 보내는 물건도 아니고, 군사 목적도 아닌 단순 집기를 우리 땅에 유엔사 허락 없이 설치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참담하다”며 “비군사적인 경기도 고유 행정에 대한 유엔사의 부당한 간섭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유엔사의 비무장지대 관할권 행사는 적대행위를 규제하고 중단하기 위한 것인데, 이와 무관한 활동까지 규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경기도 지적대로 부당한 내정간섭이며 주권침해 행위다. 국방부는 ‘유엔사가 군사적 성질에 속하는 출입에 관해서만 승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유권해석만 내놓을 게 아니라 유엔사와 적극 협의해 주권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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