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전태일 분신 50주기
[지지대] 전태일 분신 50주기
  •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 입력   2020. 11. 16   오후 8 :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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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3일은 청년 전태일이 만 22세의 꽃다운 나이에 분신한 지 50주년 되는 날이었다. 봉제노동자였던 전태일은 1970년 근로기준법을 지키라고,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라고, 자기 죽음을 헛되게 하지 말라며 청계천 6가 버들다리 위에서 몸을 불태웠다. 자신도 그랬지만, 주변엔 볕도 들지 않는 먼지 풀풀 날리는 사업장에서 하루 15시간 안팎의 노동에 시달리는 젊은 노동자들이 넘쳤다.

전태일의 죽음은 최소한의 법적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던 노동자들의 현실을 고발해 노동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노동자들 스스로 자신들의 환경을 개선하는 노력에 나서도록 하는 계기가 됐다. 이후 수많은 전태일의 후예가 노동운동의 역사를 새로 썼고, 노동권은 진화했다. 50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 12일 전태일 열사에게 국민훈장 중 첫 번째 등급인 무궁화장이 추서됐다.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과 노동자 권익보호, 산업 민주화 등 한국 노동운동 발전에 기여한 열사의 공이 늦게나마 인정받은 의미있는 일이다.

노동환경이 개선되고 있지만 노동의 진보는 더디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산업재해 사망률 1위이며 노조 조직률은 11.8%로 밑바닥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약 750만 명으로 전체 노동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6%나 된다. 화력발전소에서 혼자 야간 작업을 하다 숨진 비정규직 근로자 김용균군, 택배노동자들의 연이은 죽음 등은 아직도 열악한 노동자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지난 15일 전태일다리(버들다리)에서는 전국특성화고졸업생노동조합이 기자회견을 가졌다. 특성화고노조는 “50년 전 전태일이 섰던 자리에 고졸 노동자들이 왔다”며 ‘고졸 일자리 보장에 정부가 나서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특성화고를 졸업하면 취업률이 70%라고 해서 갔는데 취업이 안된다. 특성화고를 나와서 할 건 특고(특수고용노동자)뿐”이라고 암담한 현실을 토로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대비 올해 대졸이상 실업자는 3만6천명 늘었지만 고졸 실업자는 약 3.5배인 12만7천명이 늘었다.

전태일 50주기, 그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려면 ‘전태일 3법’(근로기준법 11조 개정·노동조합법 2조 개정·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등 해결해야 할 것이 아직도 많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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