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 ‘청년창업’ 헛바퀴…50억원 가까이 들였지만, 50여일 만에 문 닫는 곳도
한국도로공사 ‘청년창업’ 헛바퀴…50억원 가까이 들였지만, 50여일 만에 문 닫는 곳도
  • 장희준 기자 junh@kyeonggi.com
  • 입력   2020. 11. 20   오후 6 : 42
  •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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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하남드림휴게소 내 청년창업 매장은 이용객이 없어 한산한 모습이었다. 장희준기자
20일 오전 하남드림휴게소 내 청년창업 매장은 이용객이 없어 한산한 모습이었다. 장희준기자

한국도로공사의 청년창업 사업이 6년째 헛바퀴를 돌고 있다.

임대료 인하 등 각종 지원에도 불구하고 입점 매장의 상당수가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문을 닫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오전 경남 통영으로 향하는 중부고속도로에 위치한 하남드림휴게소. 점포들은 주말을 앞두고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 가운데 ‘ex 청년창업’이라는 간판을 단 매장들이 눈에 띄었는데 한국도로공사의 지원을 받아 문을 연 곳이었다. 그러나 여타 일반매장과 달리 이용객은 드물었고 점주들 역시 손을 놀리고 있었다.

스낵류를 판매하는 30대 점주 A씨는 “장사가 안돼서 문을 닫아야 하나 고민 중”이라며 “매출도 매출이지만, 1년의 임대료 면제기간이 끝나면 수수료가 단번에 2배 수준으로 뛰어 많은 이들이 무너진다”고 토로했다.

이날 오후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면 기흥휴게소에서도 청년창업 매장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들은 으레 휴게소 하면 떠오르는 핫도그나 어묵, 맥반석 오징어, 핫바 등 길거리 음식을 팔고 있었는데 찾는 이는 거의 없었고 이용객들의 반응도 냉담했다.

오랜만에 귀향길에 올랐다는 심지영씨(37ㆍ여)는 “청년이라는 키워드를 내건 것치고는 너무 뻔한 느낌”이라며 “저렴한 가격에 배부르게 먹을 음식도 많은데, 특별하지도 않은 음식을 굳이 사먹을 이유가 없다”고 꼬집었다.

한국도로공사 고속도로 청년창업 매장 현황. (그래픽=장희준기자)
한국도로공사 고속도로 청년창업 매장 현황. (그래픽=장희준기자)

한국도로공사는 2014년 고속도로 휴게소 청년창업 사업을 시작했다.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에 청년들이 가게를 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으로, 2년의 운영기간을 부여한 뒤 우수한 평가를 받으면 1년을 연장한다. 또 창업 후 6개월간 임대료를 면제해주다가 올해 6월부터는 임대료 면제기간을 1년으로 늘렸다.

한국도로공사가 청년창업 매장의 임대료 면제 명목으로 들인 예산만 40억6천400여만원에 달하지만, 이 같은 지원에도 상당수의 매장이 2년에 불과한 기본 운영기간조차 채우지 못하고 문을 닫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사업을 시작한 뒤 올해까지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에 문을 연 청년창업 매장은 총 307곳, 현재 운영 중인 매장은 63곳뿐이다. 문을 닫은 244곳 중 197곳(80.7%)는 2년 이내에 문을 닫았고, 절반에 가까운 117곳(47.9%)은 1년도 채우지 못하고 운영을 종료했다.

청년창업 매장 셋 중 하나는 경기도에서 문을 열었다. 경기권 고속도로에는 총 106곳의 청년창업 매장이 들어왔고, 23곳이 운영 중이다. 운영을 종료한 83곳 중 65곳(78.3%)은 2년 이내, 28곳(33.7%)은 1년도 안 돼서 문을 닫았다.

20일 기흥휴게소에 위치한 청년창업 매장은 비교적 분주한 일반매장과 달리 휑한 모습이다. 장희준기자
20일 기흥휴게소에 위치한 청년창업 매장은 비교적 분주한 일반매장과 달리 휑한 모습이다. 장희준기자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는 만큼 특단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청년창업’에 걸맞은 특색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또 창업 초보인 청년들이 자리를 잡기 전에 지원기간이 끝나 한꺼번에 오르는 수수료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년창업자들이 뻔한 메뉴로 기존 자영업자와 경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며 “청년창업이라는 이름에 맞게 차별화된 아이템을 들고 올 수 있도록 심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1년간 임대료를 면제해주지만, 이후 각종 수수료가 한 번에 올라버리면 창업 초기에 감당하기 어렵다”며 “단계적으로 임대료를 인상하는 식으로 적응을 시킨다거나 보다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을 갖춰야 청년들의 ‘시험대’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국도로공사 측은 사업의 성과가 낮은 점을 인정하면서도 기회 제공의 플랫폼이라는 취지를 강조했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상당수가 계약기간 내에 문을 닫는 건 사실이지만, 본 사업의 취지는 청년들이 작게나마 창업 경험을 해보고 사회에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에 의의를 둔다”며 “사업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임대료의 단계적 인상 등 지적받은 부분에 대한 개선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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