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집다운 집’은 아동의 권리
[기고] ‘집다운 집’은 아동의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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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동옹호센터 소장
김승현

“영화 ‘기생충’ 속의 기택의 반지하 집의 계단 위 변기를 기억하나요. 수압 때문에 변기를 높게 설치할 수 밖에 없다고 하는데 그런 집이 현실에서도 있을까.” 영화에서는 실제 집이 아닌 세트장을 만들어 촬영했다고 하기에 현실에는 없는 상상의 공간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실제로 만날 수 있다. 또한 그 중에는 적지 않은 수의 아동들도 포함되어 있다. 흔히 지ㆍ옥ㆍ고라고 이야기 하는 지하, 옥탑방, 고시원 그리고 집이 아닌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쪽방이나 과밀한 주거환경 등에서 살고 있는 아동의 수는 전국적으로 94만명(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기준)이다. 이는 전체 아동 10명 중의 1명꼴이며 경기도에도 23만명의 아동들이 이런 주거빈곤 상태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는 전국 주거빈곤 아동수의 4분의 1이나 되는 숫자이다.

아동들에게 집은 어떤 의미일까. 아동들은 하루 중 학교를 가는 시간을 제외하고 가장 오랜 시간을 집에서 지낸다. 적절한 주거환경 속에서 잘 쉬고 잘 먹고 잘 자는 것은 인간으로써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이며 특히 아동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 무척 중요하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는 그렇지 못한 아동들이 많다. 환기가 잘되지 않는 지하나 곰팡이가 가득찬 방, 겨울엔 우풍으로 그리고 난방이 잘되지 않아 추위와 싸워야 하고, 여름엔 더위로 사우나가 되어 버리는 곳이 집인 아이들이 있다. 또한 제대로 씻을 수 있는 목욕탕이 없고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하거나 벌레, 쥐 등으로 인한 취약한 위생환경에 노출되기도 한다. 이런 환경 속에서 아동들은 신체적, 정신적 건강 뿐만 아니라 안전과 생명까지도 위협받고 있다. 특히나 코로나19로 인해 아동들은 학교에 가지 못하게 되었고, 집 밖으로 나오는 것도 자제하라고 이야기한다. 좁은 집은 아동들에게 개인 방도 공부할 공간도 없이 온 가족이 한방에서 먹고 자고 생활하게 하고 있어 그 어느 때 보다 힘든 한 해를 보낼 수 밖에 없다.

국가나 사회는 이런 주거빈곤아동의 문제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아동가구 임대보증금, 주거개보수, 이사비용, 월세지원 등으로 매년 30억 정도를 지원했다. 주거비 지원 후 주거환경 만족도뿐만 아니라 아동의 수면형태, TV시청시간, 식생활, 진로성숙도 등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변화한 것을 확인했다. 이렇게 아동의 삶에 주거환경은 무척 중요한 부분이다. 이에 집값폭등, 전세대란 등 온 국민이 주거에 대한 부담이 상당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저소득 아동가구에 대한 주거의 책임을 각 가정의 문제로 국한시키지 않고 아동 또한 적절한 주거환경에서 생활하는 것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임을 알리는 노력을 했다. 또한 아동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정부의 정책 변화를 촉구했다. 그 결과 2019년 4월 주거기본법 개정을 통해 아동이 주거지원필요계층으로 명시됐고 지난해 10월 범정부 차원의 ‘아동주거권 보장을 위한 주거지원 강화 대책’을 발표케 했다. 미성년 자녀가 있는 다자녀 가구, 쪽방 등 비주택 거주 가구, 시설 거주가 끝나 ‘홀로서기’를 시작한 보호 종료 아동 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정부의 ‘아동주거권 보장 대책’의 주요 내용이다. 물론 발표된 대책으로 아동들의 주거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없지만 그 동안 정책의 대상에서 소외 돼 왔던 아동의 주거권을 언급한 첫 번째 정책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후 여러 지자체에서도 아동의 주거권보장을 위한 정책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최저주거기준미달아동가구를 대상으로 매입임대주택을 현재 100호 이상 공급했고 「서울특별시 아동 주거빈곤 해소를 위한 지원 조례」 제정해 아동의 주거빈곤해소를 위해 필요한 시책마련을 명시했다. 부산에서도 관련 조례가 제정될 예정이다. 도 단위에서는 경상북도가 「주거기본조례」를 제정했고, 시ㆍ군 단위에서는 고양시와 포천시가 제정한 「주거복지지원조례」의 정책대상에 아동가구가 포함됐다. 이렇게 공공의 영역에서 아동의 주거문제해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경기도가 처음이다. 전국에서 최초로 현 임병택 시흥시장이 도의원 재임시절인 2018년에 아동주거빈곤 개념을 신설해 「경기도주거기본조례」에 포함시켰다. 이후 주거종합계획수립 시 아동주거빈곤가구에 임대주택 우선공급 및 주거비 지원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도록 조례에 명시하고 올해부터 아동동거가구를 대상으로 매입임대주택 공급을 시작했으나 물량이 10호에 채 미치지 못해 적극적인 물량공급이 아쉽다. 이렇게 중앙정부를 중심으로 지자체에서도 아동의 주거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관련된 조례 등이 제정되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이런 관심이 관련 법이나 조례 제정에서 그치지 않고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구현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가 약속한 것처럼 주거빈곤 아동가구의 맞춤형 주거지원을 통해 성장기에 있는 아동들이 독립된 공간을 보장 받게 하고, 갑작스러운 주거이전으로 친구들과 헤어지지 않을 권리가 보장되는 등 아동 눈높이에 맞는 주거정책이 실현돼 모든 아동들이 적절한 주거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승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아동옹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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