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코로나 시대 결혼식
[지지대] 코로나 시대 결혼식
  •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 입력   2021. 02. 01   오후 8 :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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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칠드런 오브 맨(Children Of Men)’은 더 이상 아기가 태어나지 않는 미래의 지구를 배경으로 한다. 전 세계 모든 여성이 임신 기능을 상실해 인구가 소멸해 가는 사회는 정상 작동이 불가능해지면서 폭동과 테러가 일어나고, 국가는 무정부 상태가 된다. 인류는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다시 성장해 아이를 낳으며 발전해 왔는데 이것이 무너지면서 대혼란에 빠지게 된 것이다.

영화는 극단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인구소멸 문제는 심각하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처음으로 출생자 수보다 사망자 수가 많은 ‘데드크로스(Dead cross)’에 접어들었다. 인구통계에 따르면 2020년 12월31일 기준 주민등록인구는 5천182만9천23명으로 전년도 말보다 2만838명(0.04%) 줄었다. 지난해 출생자는 27만5천815명으로 전년 대비 10.65%(3만2천882명) 감소했다. 사망자 수는 전년 대비 3.10%(9천269명) 늘어난 30만7천764명이다.

지난해 처음 총 인구가 감소했지만, 이제 시작이다. 출생아 수의 급격한 감소 배경에는 혼인 감소가 있다. 계속 감소하던 혼인 건수가 코로나19까지 겹쳐 바닥을 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혼인 건수는 1만8천177건으로 전년 11월 대비 11.3% 감소했다. 지난해 4월과 5월 혼인 건수는 전년 동월 대비 각각 21.8%, 21.3% 급감했다.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아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계속되면서 결혼식에 50명 이상 모이면 안 된다. 때문에 예식장 계약을 마친 많은 예비부부가 결혼식을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위약금을 물며 금전적 손실을 입은 사람도 많다. 일부는 마냥 미룰 수 없어 마스크를 쓴 채 ‘스몰웨딩’을 하기도 한다.

결혼을 하겠다는 신랑신부들은 웨딩홀의 갑질에 울고 있다. 2.5단계에선 결혼식에 50명 미만의 하객만 초대할 수 있는데 200~300명의 식대를 내라는 것이다. 예식의 최소인원 기준을 내세우며, 코로나로 인한 손실을 신혼부부에게 뒤집어 씌우는 행태는 예식장의 갑질이다. 정부는 일부 웨딩홀의 갑질 행태를 방관해선 안된다. 결혼을 해야 아이를 낳을 것 아닌가.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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