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밟고 가라’ 검사장, ‘밟고 가겠다’ 검사/수원지검, 頂點 향한 독한 의지 내보이다
[사설] ‘밟고 가라’ 검사장, ‘밟고 가겠다’ 검사/수원지검, 頂點 향한 독한 의지 내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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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사(史)에 남을 조사다. 검사가 소속 검사장을 소환했다. 수원지검에서 벌어진 상황이다. 수원지검 문홍성 검사장이 소환됐다. 수원지검 이정섭 형사3부장 수사팀이 소환했다.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불법 출금 및 은폐 의혹 수사 관련이다. 문 검사장의 신분은 참고인이었다. 수사팀은 문 검사장을 다른 참고인들과 똑같이 수사팀에서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문 조사 또는 서면 조사 등의 특별한 예우가 일체 없었다는 얘기다.

통상 사건에 대한 수사 지휘권은 검사장이 갖는다. 사건에 대한 최종 결재도 검사장이 한다. 정상적인 절차로 보면 검사의 소속 검사장 조사는 불가능에 가깝다. 상ㆍ하 관계 문제가 아니다. 절차 자체가 그렇다. 실제로 검사가 소속 검사장을 수사한 예는 검찰역사에 없다. 이런 조사가 지난주 수원지검에서 이뤄진 것이다. 이른바 ‘김학의 수사팀’의 수사는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법무부 압수수색에 굵직한 인사들이 소환돼왔다.

초유의 소속 검사장 소환 조사를 어찌 봐야 하나. 2019년 수원지검 안양지청이 김 전 차관 측에 출금 정보가 유출된 의혹을 수사했다. 그 과정에서 김 전 차관에 대한 긴급 출금 자체가 불법적으로 이뤄진 정황을 포착했다. 이를 수사하려 했지만, 대검 반부패강력부의 압력으로 수사가 중단됐다. 지금 수원지검이 이걸 수사하고 있다. 당시 문 검사장은 대검 반부패부 선임연구관이었고, 부장은 이성윤 현 서울중앙지검장이었다.

앞서 수사팀은 북부지검 김형근 차장 검사도 소환했다. 당시 대검 반부패부 수사지휘과장이었다. 소환 신분은 역시 문 검사장과 같은 참고인이었다. 결국, 정점으로 가는 과정이다. 이 수사의 정점은 모두가 알고 있다. 수사 중단 지시가 출발한 반부패ㆍ강력부장 이성윤 검사장, 불법 긴급 출금 행위가 출발한 출입국 책임자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ㆍ외국인 정책본부장, 출금 서류를 직접 만든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이규원 검사다.

소속 검사장 소환조사는 수사팀의 의지다. 정점을 향한 미리보는 의지일 수도 있다. 검찰에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공수처가 작동하면 이번 수사는 이첩 대상일 수 있다. 그 끝자락에서 우리는 현직 검사의 소속 검사장 소환 조사를 보게 됐다. ‘나를 밟고 가라’며 자리를 내준 문홍성 수원지검장, ‘기꺼이 밟고 가겠다’며 소환 수사를 택한 수원지검 수사팀. 역사에 남은 검사장 소환 조사를 통해 수사팀이 누구를 어떻게 처리할지는 대략 예고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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