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비폭력 신념’ 병역거부
[지지대] ‘비폭력 신념’ 병역거부
  •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 입력   2021. 02. 28   오후 9 :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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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병역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으면 3년 이하 징역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상의 이유로 병역의무를 거부하는 이들이 종종 있다. ‘여호와의 증인’ 같은 특정종교 신도가 많다. 국회는 2019년 종교적 신앙 등에 따른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역 신설과 관련한 병역법을 통과시켰다. 대체복무제는 지난해부터 본격 시행되고 있다.

최근 비폭력 신념을 이유로 예비군 훈련을 거부한 남성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종교적 이유가 아닌 비폭력ㆍ평화주의 신념에 따라 예비군 훈련을 거부한 것이 ‘정당한 사유’라고 인정한 대법원의 첫 판례다. 윤리·도덕·철학적 신념에 의한 경우라도 진정한 양심에 따른 것이라면 예비군법이 정한 정당한 거부 사유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오모씨는 2013년 2월 제대하고 예비역에 편입됐으나, 2016년 3월부터 2018년 4월까지 16차례 예비군훈련·병력 동원훈련에 참석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오씨는 어릴 적 폭력적 성향의 아버지를 보며 비폭력주의 신념을 갖게 됐다고 한다. 미군의 민간인 학살 동영상을 보고는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것은 전쟁을 통해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병역을 거부하기로 했지만, 홀어머니의 설득에 못이겨 군사훈련을 피할 수 있는 화학 관리 보직에서 근무했다. 제대 후에는 양심을 속이지 않기로 하고 예비군 훈련을 거부했다. 이에 14차례 고발돼 재판을 받았고 안정된 직장을 구할 수 없었다. 그는 일용직이나 단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재판에서 무죄를 받은 오씨는 예비군 8년 차까지 매년 3박 4일간 교도소에서 대체역과 동일하게 급식, 물품 보급, 보건위생 등의 보조 업무를 맡게 된다.

대법원의 무죄 판결에도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사회 시선은 차갑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으로서 안보상황이 엄중하고, 병역의무의 형평성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요구는 강력하다. 그러나 양심적 병역거부 허용은 병역거부자에게 특혜를 주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다. 헌법 제19조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했고, 소수의 목소리와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민주주의 원칙을 확인한 결정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신념을 내세워 악용하는 부작용은 막고,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신념을 가진 병역거부자들이 국가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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