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 60년 만에 ‘홍등’을 끄다
[현장, 그곳&]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 60년 만에 ‘홍등’을 끄다
  • 장희준 기자 junh@kyeonggi.com
  • 입력   2021. 06. 01   오후 6 : 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0년 넘게 도심 속 흉물로 남아 있던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가 31일 밤 11시20분을 기해 모두 문을 닫았다. 올해 초 113곳으로 집계됐던 성매매 업소들은 경찰 단속이 느슨하다는 본보의 지적 이후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했고, 이날로 전원 폐쇄됐다. 1일 밤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의 불이 꺼져 있다. 윤원규기자
60년 넘게 도심 속 흉물로 남아 있던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가 31일 밤 11시20분을 기해 모두 문을 닫았다. 올해 초 113곳으로 집계됐던 성매매 업소들은 경찰 단속이 느슨하다는 본보의 지적 이후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했고, 이날로 전원 폐쇄됐다. 1일 밤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의 불이 꺼져 있다. 윤원규기자

60년 넘게 수원의 관문을 붉게 물들였던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의 ‘홍등’이 모두 꺼졌다.

일부 업소는 끝까지 영업을 계속했지만, 5월의 마지막날 밤 11시20분을 기해 모든 업소가 문을 닫았다. 성매매 단속이 느슨하다는 지적(경기일보 1월27일자 7면)에 따라 경찰이 움직였고 그로부터 4개월 만에 이뤄진 ‘완전 폐쇄’다. 올해 초 113곳에 달했던 업소는 이제 한 곳도 남지 않았다.

1일 0시가 되자 한때 술에 취한 남성들로 북적였던 거리는 수십년 만에 어둠과 적막으로 가득 채워졌다. 희미한 가로등 불빛 아래로 포주들이 물건을 옮기기 시작했고, 달달거리는 손수레와 삼륜 오토바이엔 이삿짐이 차곡차곡 쌓였다.

경기남부경찰청에서 투입된 수사팀은 새벽까지 골목을 샅샅이 돌아다니며 폐쇄 여부를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포주는 거친 욕설을 내뱉으며 소란을 피우기도 했지만, 결국 유리문에 자물쇠를 걸었다. 한 포주는 “곧 닫을 거라고 해도 계속 경찰들이 들쑤시는 탓에 도저히 못 살겠다”면서 “이제 정말 끝이다, 끝”이라며 얼굴을 감싸쥐었다. 그는 곧 양손에 선풍기를 하나씩 들고 나와 짐을 싸기 시작했다.

도로 경계석에 하나 둘 쭈그려 앉은 성매매 종사자는 담담한 듯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김하연씨(32ㆍ가명)는 “당장 내일부터 어떻게 먹고살지 막막하긴 한데 잘됐다 싶기도 하다”며 “수원시에 자활 상담부터 신청해볼 생각”이라고 털어놨다. 또 다른 종사자는 목욕 바구니를 들고 “여기서 씻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라며 업소를 나섰다.

경기남부청은 향후 업소들이 다시 문을 열거나 돌발 행동을 할 경우에 대비, 긴장을 늦추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이곳의 폐쇄로 ‘풍선효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꾸준한 성매매 단속을 약속했다.

60년 넘게 도심 속 흉물로 남아 있던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가 31일 밤 11시20분을 기해 모두 문을 닫았다. 올해 초 113곳으로 집계됐던 성매매 업소들은 경찰 단속이 느슨하다는 경기일보의 지적 이후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했고, 이날로 전원 폐쇄됐다. 1일 밤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에서 경찰이 순찰을 하고 있다. 윤원규기자
60년 넘게 도심 속 흉물로 남아 있던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가 31일 밤 11시20분을 기해 모두 문을 닫았다. 올해 초 113곳으로 집계됐던 성매매 업소들은 경찰 단속이 느슨하다는 경기일보의 지적 이후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했고, 이날로 전원 폐쇄됐다. 1일 밤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에서 경찰이 순찰을 하고 있다. 윤원규기자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는 ‘성 상품화’로 얼룩진 역사에 종지부를 찍는 동시에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있다.

수원시는 이날 2021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 시의회에 제출했다. 이번 추경엔 집결지 정비를 위한 예산 43억원이 책정됐으며, 오는 22일 최종 의결된다.

먼저 턱없이 모자른 예산으로 실효성 문제가 대두됐던 탈성매매 자활 지원사업(경기일보 5월11일자 6면)에 4억4천만원을 추가로 확보한다. 집결지 내 거점공간 조성에 필요한 필지 매입 비용 32억원도 포함됐다. 시의회 측에서 협조 의사를 표명한 만큼 무리 없이 본회의를 통과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시는 최근 심의를 거쳐 성매매 종사자 20명에 대한 자활 지원을 결정했다. 이로써 자활에 참여한 종사자는 누적 30명으로 늘었다. 지난 3월 9명에 불과했던 상담 대상자도 이날까지 80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개발 방안에 대한 논의도 첫발을 뗐다. 시는 지난달 20일 도시정책실 주관으로 관계부서 회의를 진행했고, 도로 개선부터 건물 리모델링까지 다양한 구상이 제시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현재로선 구체성보다는 여러 가능성을 따져보는 단계로, 변화를 모색하기 위한 사업이 단발성에 그치지 않도록 중장기적 관점에서 계획을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도심 속 흉물의 역사가 사라진 감격스러운 날”이라며 “지속적이고 강력한 경찰권이 가장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폐쇄된 성매매 집결지에 대한 종합계획 수립에 돌입했다”며 “자활 지원은 물론 시설개선, 환경정비, 업종변경 인ㆍ허가 등에 속도를 내는 한편 경찰과 함께 풍선효과 방지를 위해 협업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장희준기자

 


관련기사
市,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 ‘총괄 TF팀’ 신설…시민단체 “경찰도 움직여라”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에 대한 경찰의 단속이 느슨하다는 지적(경기일보 1월27일자 7면)이 나온 가운데 수원시는 총괄 TF팀을 신설하고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5일 수원시에 따르면 올해 1월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 관련 민원은 총 1천276건 접수됐다. 지난 2019~2020년, 2년간 접수된 1천57건보다 많다. 더구나 지난달 29일 고등동 행복주택(500가구)을 시작으로 이달 중 수원역 푸르지오 자이(4천86가구)의 입주를 앞두고 있어 주민들의 불만은 더욱 폭발할 전망이다.이 같은 시민들의 움직임에 발맞춰 수원시는 지난달 수원역가로 단속 손 놓은 경찰에 뿔난 시민들…“수원역 성매매 집결지 폐쇄하라!” “135만 수원시민의 요구다!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 폐쇄하라!”수원역 성매매 집결지 해산을 위한 경찰의 단속이 느슨하다는 지적(경기일보 27일자 7면)에 대해 분노한 시민들이 집창촌 폐쇄를 촉구하고 나섰다.수원시민행동은 27일 오후 1시30분께 수원시청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속한 성매매 집결지 폐쇄를 요구했다. 기자회견에는 진보당 수원시지역위원회와 수원일하는여성회, 수원역 푸르지오 자이 입주예정자협의회 등도 함께했다.임미숙 수원시민행동 대표는 “경기도를 대표하는 대도시 수원에서 불법을 수십년째 방치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철거 들어간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 변화의 바람 분다 수원역 집창촌의 폐쇄를 재촉하는 움직임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수원시는 내년에 예정됐던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 내 2차 소방도로 개설사업을 올해로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12일 밝혔다.1차 사업은 집결지 내 좁은 골목 163m 구간에 폭 6m의 소방도로를 만드는 내용으로, 지난달 초 석면 제거 작업을 시작했다. 당초 오는 6월까지 철거를 마치고 올해 말 도로 개설을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이날 공사 현장은 이미 80% 이상 철거가 완료된 상태였다.특히 철거 대상이 아닌데도 자진해서 영업을 종료하고, 포장마차 개업 준비에 들어간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 드디어 사라진다…“연내 모두 철수” 60년 넘게 도심 속 흉물로 자리했던 수원역 집창촌에서 영업주와 종사자 등이 ‘올해 안에 스스로 떠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성매매 단속이 느슨하다는 지적(경기일보 1월27일자 7면)에 경기남부경찰청과 수원시가 움직였고, 이후 2개월 만에 나온 폐쇄 전조(前兆)다.수원역 성매매 집결지의 영업주 대표 고길석씨(64ㆍ가명) 등 4명은 31일 오후 2시 한터 전국연합회 수원지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진 철수’ 의사를 밝혔다.고씨는 “영업주, 종사자 등 250여명의 의견을 모아 이 자리에 섰다”며 “올해 안에 모두 정리하고 [60년 된 주홍글씨 지우다] 完. 김영진 의원 “변화, 민의(民意) 우선해야”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의 변화는 시민의 의견이 가장 중요합니다”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재선, 수원병)은 12일 경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발전 방향을 조속히 설정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의원은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의 문제를 성매매 업소가 사라지는 것만으로 해결되는 단편적인 사안으로 보지 않았다. 거리를 회복할 수 있도록 다음 구상을 신속하게 추진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영진 의원과의 일문일답.Q. 수원시의 주요 현안이었 [60년 된 주홍글씨 지우다] 5. 전주 선미촌, 변화의 열쇠는 ‘강한 행정력’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가 변화하기 위한 모범 사례로 ‘전주 선미촌’이 꼽히고 있다.대책 마련에 소극적인 수원시와 달리 전주시는 강한 행정력을 바탕으로 집결지 폐쇄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11일 전주시에 따르면 전주시청에서 북서쪽으로 200여m 떨어진 완산구 서노송동 일원 2만2천760㎡ 규모엔 한때 400곳이 넘는 성매매 업소가 모여, 이른바 ‘선미촌’이라는 대형 성매매 집결지를 형성했다.선미촌은 여러모로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와 닮아 있다. 1950년대 전주역(현재 시청 자리)을 기반으로 성매매 업소가 모여들었다는 출발점이 그렇다. 또 [60년 된 주홍글씨 지우다] 4. 경찰 움직이니 주저앉은 수원시 수원시가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 폐쇄 이후에 대한 청사진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경찰은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지만, 정작 관할 지자체는 포주들의 약속만 믿고 주저앉은 모양새다.수원시는 10일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 내에 ‘거점 공간’을 조성한다고 밝혔다.시는 소방도로 개설을 위해 매입한 토지의 잔여지를 활용해 주민 커뮤니티 사업 등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그러나 경기일보 취재 결과, 시는 거점 공간을 조성하는 데 필요한 9개 필지(840㎡) 중 절반도 안되는 4개 필지(300㎡)만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5개 필지(540㎡)를 구매 [60년 된 주홍글씨 지우다] 3. 김원준 경기남부경찰청장 “성매매, 뿌리 뽑겠다” “강력한 수사 의지로 성매매 범죄의 뿌리를 뽑겠습니다”올해 1월 부임한 김원준 경기남부경찰청장은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약속했다. 다음은 김원준 청장과의 일문일답.Q.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에 대해 강력수사를 지시한 계기가 있다면.A. 과거 서울 청량리 등에 있던 성매매 집결지는 이미 시민의 품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경기도의 중심이자 수원의 관문, 수원역 일대에선 60년간 집결지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성매매는 여러 강력범죄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다. 성매매 그 자체로도 불법인 데다 마약, 도박 등 범죄로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60년 된 주홍글씨 지우다] 2. 성(性) 착취로 쌓아올린 그들만의 성(城) 포주들이 지난 수십년간 성 착취로 쌓아올린 불법 수익에 대해서도 몰수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성매매 업소, 특히 집창촌의 경우 착취에 기반한 수익 구조를 갖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이 지난달 구속한 포주 일가족이 대표적이다. 채무에 시달리는 여성들을 상대로 돈을 빌려준 뒤 성매매로 유인했다. 아파도 성매매를 하도록 강요했고 이 과정에서 성범죄도 서슴지 않았다. 이렇게 벌어들인 수익은 확인된 것만 128억원에 달한다.경찰은 해당 업소에서 처음으로 범죄 수익 62억원을 추징했다. 그러나 100곳을 넘겼던 업소 가운데 이 사건으로 [60년 된 주홍글씨 지우다] 1. 아직 꺼지지 않은 홍등(紅燈) 수십년간 도심 속 흉물로 방치돼 있던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경기일보는 올해 1월 경찰의 느슨한 단속 행태를 지적했다. 그 결과, 경기남부경찰청은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였고, 올 초 113곳에 달했던 업소는 3개월 새 절반 이상 문을 닫았다. 그러나 여전히 홍등가의 불은 꺼지지 않고 있다. 포주의 배를 불리던 거리를 어떻게 시민에게 돌려줄지에 대한 대책도 묘연하다. 경기도의 관문, 수원역에 60년 넘게 새겨진 ‘주홍글씨’를 지울 수 있는 변화의 방향을 제시한다. 편집자주지난 8일 오후 10시께 수원역 성매

댓글 운영기준

경기일보 뉴스 댓글은 이용자 여러분들의 자유로운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건전한 여론 형성과 원활한 이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사항은 삭제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경기일보 댓글 삭제 기준
  1. 기사 내용이나 주제와 무관한 글
  2. 특정 기관이나 상품을 광고·홍보하기 위한 글
  3. 불량한, 또는 저속한 언어를 사용한 글
  4. 타인에 대한 모욕, 비방, 비난 등이 포함된 글
  5. 읽는 이로 하여금 수치심, 공포감, 혐오감 등을 느끼게 하는 글
  6. 타인을 사칭하거나 아이디 도용, 차용 등 개인정보와 사생활을 침해한 글

위의 내용에 명시되어 있지 않더라도 불법적인 내용이거나 공익에 반하는 경우, 작성자의 동의없이 선 삭제조치 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우리지역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