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밴드를 말한다…이준익감독 신작‘즐거운 인생’
40대 밴드를 말한다…이준익감독 신작‘즐거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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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라이브 클럽 안. 무대 위에 조명이 켜지고 밴드 멤버 넷이 등장한다. 펑키 스타일 머리에 팔뚝에 문신, 눈 밑에는 짙은 스모키 화장을 한 기타리스트는 가만 보니 ‘왕의 남자’에서 연산군이었던 배우 정진영(43)이다. 그 옆의 베이시스트는 ‘타짜’의 아귀 김윤석(39), 드러머는 ‘범죄의 재구성’ ‘그 때 그 사람들’ 등에 출연했던 김상호(37), 가운데 보컬 겸 기타리스트는 최근 드라마 ‘황진이’에 나왔던 장근석(20)이다.

장근석은 밴드 멤버로 그나마 나이에 어울리지만 나머지 셋은 “저들이 어떻게?”라는 의구심을 일으킬 만큼 생뚱맞다. 그러나 곧 음악이 시작되자 네 사람의 자신만만한 표정은 능숙한 연주와 어우러져 그럴듯한 무대를 빚어낸다. 노래는 1980년대 옥슨80이 불렀던 ‘불놀이야’. 엑스트라로 동원된 관객이긴 하지만 무대 열기에 고조된 이들의 환호성은 ‘컷’ 소리가 난 뒤까지도 이어졌다.

3일 오후 서울 서교동 롤링홀에서 진행된 영화 ‘즐거운 인생’의 촬영 현장이었다. 이준익 감독이 ‘라디오 스타’ 이후 만들고 있는 신작이다. 대학 때 록밴드를 했던 네 명의 40대 남자 중 한 명이 죽자 나머지 셋이 죽은 이의 아들과 함께 다시 밴드를 하며 잃었던 꿈을 되찾는다는 내용.

이 날의 연주는 놀랍게도 배우들이 실제 연주한 것이었다. 본 촬영 때는 녹음실에서 미리 녹음한 테이프를 틀긴 했지만 리허설 때는 라이브 연주를 선보였다. 이들은 촬영 전에는 거의 악기를 다루지 못했다. 그나마 통기타라도 쳐본 정진영이 나은 상황. 김상호는 “드럼을 실제로 본 것이 태어나 두 번째 였다”고.

이들은 촬영 한 달 전부터 하루 6∼8시간씩 집중적으로 연습해 지금의 실력을 키웠다. 정진영이 “하다보면 다 되는 걸 보면 배우란 좀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말하자 이준익 감독이 “배우(俳優)라는 단어의 ‘배’자가 사람 인 변에 아닐 비자를 쓰듯이 배우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해석했다.

이 감독은 “’라디오 스타’ 끝난지 몇 달 됐다고 또 음악 소재냐 하겠지만 지난 번에는 스타의 이야기였다면 이번에는 현실에 발을 디딘 우리들의 이야기”라면서 “20대 때 세상을 치열하게 살다가 이제는 날이 무뎌진 40대들이 밴드를 통해 삶의 향기를 되찾는 과정을 그린다”고 설명했다.

아들 역의 장근석이 “세대차이를 느끼지 않느냐”라는 질문을 받았다. “오늘 부른 ‘불놀이야’라는 노래는 알았지만 옥슨80이라는 가수는 못들어봤다”는 그는 “그렇지만 함께 합숙하며 연주하고 노래도 만들어보는 과정에서 한 팀으로 묶이는 힘을 느꼈다”고 말했다.

극중 밴드 이름이 ‘활화산’인 것에 대해서는 각자 해석을 내놨다. “터질 것 같은 불덩이를 속에 안고 사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준익), “부글부글하면서 계속 살아가야 한다는 뜻”(정진영), “터져버리면 재미없다는 것”(김윤석), “제 또래라면 ‘볼케이노’라고 했을 것을 우리 말로 지은 걸 보면 아저씨들이 순수하다는 것”(장근석) 등등. 올 가을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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