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볼래? 핫플힙플] 커피 마시며 그림 그리는 드로잉 카페 ‘예필당’
[가볼래? 핫플힙플] 커피 마시며 그림 그리는 드로잉 카페 ‘예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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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광교호수공원 앞에는 커피 한 잔 마시며 그림 그릴 수 있는 드로잉 카페 '예필당(예술이 필요한 당신을 위해)'이 있다.
▲수원 광교호수공원 앞에는 커피 한 잔 마시며 그림 그릴 수 있는 드로잉 카페 '예필당(예술이 필요한 당신을 위해)'이 있다.

“조심하세요! 여가를 잃으면 영혼을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If you are losing your leisure, look out! It may be you are losing your soul.)

영국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의 말이다. 코시국(코로나19 시국)이라고 집에만 콕 박혀 있다간 그의 말처럼 우울해지다 못해 진짜 영혼까지 잃을 것 같다. 혼자 보내는 여가 시간은 많아졌지만 넷플릭스도, 유튜브도, 책도 이제는 지겹다. 주체할 수 없는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모르니 더욱 고통스럽다. 바깥에서 활동하는 여가가 그리워진다.

문득 이런 현실이 슬프다면 미술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 취미로 해보면 지친 마음을 치유하고 심리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마침 커피 한 잔 마시며 그림 그릴 수 있는 ‘드로잉 카페’가 꽤 가까이 있다. 미술 재료가 없어도, 실력이 꽝이어도 괜찮다. 카페에 모든 게 구비돼 있으니 그저 마스크만 잘 착용하고 몸만 가면 끝. 답답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딱 하루만 ‘화가’가 되는 여유를 즐겨보자.

■기나긴 코시국, 예술이 필요한 당신을 위한 힐링 공간

예필당 입구에는 파스텔 톤 물감을 짜 놓은 대형 팔레트와, 석고상, 이젤이 놓여 있는 포토존이 있어 방문객들이 이곳에 앉아 '화가샷'을 찍는다.
▲예필당 입구에는 파스텔 톤 물감을 짜 놓은 대형 팔레트와, 석고상, 이젤이 놓여 있는 포토존이 있어 방문객들이 이곳에 앉아 '화가샷'을 찍는다.

지난 3일 수원 광교호수공원 앞을 걷다 보니 일대에서 가장 높은 오피스 타워 ‘광교SK뷰레이크’가 눈에 확 들어온다. 해당 건물에는 아름다운 호수공원 뷰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테라스 카페들이 즐비해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특히 8층에는 외관만 보면 미술 학원인가 싶지만 들여다보면 카페인 곳이 있는데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이색 데이트 코스로 뜨고 있다. 카페명은 ‘예필당(예술이 필요한 당신을 위해)’. 어쩐지 이름부터 가슴에 확 와닿는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회사와 집만 오가는 이들에게, 색다른 취미를 찾는 이들에게 돌파구가 되어줄 것만 같다.

예필당은 입구부터 예술이다. 대형 팔레트 모양의 간판이 한쪽 벽면에 떡하니 붙어있다. 그 앞에 모자를 쓴 석고상과 이젤까지 놓여있어 한눈에 봐도 미술을 연상시킨다. 이젤 앞 의자에 앉아 포즈를 취하면 ‘화가샷’을 얻을 수 있어 포토존으로 제격이다. 방문객들은 이 자리에서 놓치지 않고 기념사진을 찍는다. 

여느 카페와 달리 방문객들이 그림 그리기에 집중한 풍경은 마치 화실을 방불케한다.
▲여느 카페와 달리 방문객들이 그림 그리기에 집중한 예필당 내부는 화실 풍경 그 자체다.

카페 안으로 들어서자 음료는 뒷전인 채 그림 그리는 데에 온갖 심혈을 기울인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어떤 이는 연필로 스케치를 하고 있고, 누군가는 물감으로 색칠하며 꽤 몰두한 풍경이 마치 입시 미술을 준비하는 학원같다. 대부분 카페에서는 음악과 함께 사람들의 시끄러운 대화소리가 들리지만 이곳은 차분한 분위기에서 조용하게 그림에 집중하는 공간이다. 커플 한 쌍이 커피를 마시며 조용히 붓을 움직이고 있다. 어수선한 시기에 비교적 각자의 공간이 지켜지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반가웠다.

카운터 옆에는 물감과, 붓, 색연필, 크레용 등 미술 도구가 예쁘게 진열돼 있고, 화가처럼 써 볼 수 있는 베레모 모자도 있다.
▲카운터 옆에는 물감과, 붓, 색연필, 크레용 등 미술 도구가 예쁘게 진열돼 있고, 화가처럼 써 볼 수 있는 베레모 모자도 있다.

내부를 둘러보니 아기자기한 인테리어가 아늑하게 느껴진다. 카페 곳곳에 모자 쓴 석고상이 배치되어 있고, 벽면에는 다양한 그림이 걸려있다. 콘솔에 화가가 돼볼 수 있는 베레모가 놓여 있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카운터 옆으로는 물감과 붓이 예쁘게 진열돼있다. 색연필과 크레용, 파스텔, 연필은 따로 분류되어 있어 구분하기도 쉽다. 그림 그리기 위해 필요한 모든 도구는 전부 갖춰져 있는 셈이다. 카페답게 다양한 음료와 쿠키 종류의 간식도 있어 장시간 체류도 너끈할 듯싶다.

■‘똥손’도 특별한 작품으로 만드는 드로잉의 마법

방문객들이 각자 원하는 도안을 활용해 캔버스에 스케치와 채색을 하고 있다.
▲방문객들이 각자 원하는 도안을 활용해 캔버스에 스케치와 채색을 하고 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선 ‘드로잉 이용권’부터 구매해야 한다. 가격은 2시간에 2만 1천 원이며, ‘2절 페이퍼’와 ‘3호 캔버스’ 두 가지 중 선택할 수 있다. 2절 페이퍼는 그림이 그려져 있는 상태에서 채색하는 것이며, 3호 캔버스는 직접 그림을 그려야 된다. 직접 그리는 게 어렵다면 도안을 활용하면 된다. 추가 비용 천 원을 내면 원하는 도안을 프린팅 해주는데, 도안 위에 먹지를 대면 쉽게 스케치를 하고 채색할 수 있다. 이것만 있으면 손재주가 없는 일명 ‘똥손’도 ‘금손’이 되는 마법이 펼쳐진다.

도안은 카페에서 준비해놓은 태블릿으로 선택하면 된다. 종류는 애니메이션부터 캐릭터, 풍경, 일러스트, 인물, 동물 등 수 백가지가 넘는다. 요즘 가장 있기 있는 도안은 바다와 노을을 배경으로 한 풍경이라고 한다. 선택 장애가 오거나 무엇을 그려야 할지 감이 오지 않는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부터 그려봐도 좋다. 반려동물처럼 일상에서 자주 봐서 그 모습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적당하다. 그렇게 선택한 도안으로 그림을 그리다 보면, 내가 일상적으로 만나는 것들의 또 다른 모습이 보일 것이다.

■시끄러운 일상 속, 나의 작은 고요한 세계

카페에는 호수가 보이는 탁 트인 창가 자리와 쿠션 좌석 등 그림 그릴 자리가 다양하게 배치돼있다.
▲카페에는 호수가 보이는 탁 트인 창가 자리와 쿠션 좌석 등 그림 그릴 자리가 다양하게 배치돼있다.

주문이 끝난 후 그림 그릴 자리를 선택하면 된다. 호수가 보이는 탁 트인 창가 자리와 깔끔한 테이블석, 단체 손님이 앉을 수 있는 긴 테이블석, 만화카페처럼 편하게 앉을 수 있는 안쪽 쿠션 좌석 등 다양하게 배치돼있다.

아무래도 때가 때인지라 자리를 되도록 다른 손님과 떨어진 곳에 앉도록 직원이 유도해 주어 반가웠다. 앞치마와 팔토시를 착용하고 자리에 앉아있으니 직원이 음료와 함께 먹지, 도안을 가지고 왔다. 캔버스와 팔레트, 물감, 붓, 물통도 준비해준다. 아, 이러면 정말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려봐야 하나. 학창 시절 붓을 잡아보고 대체 얼마 만인지 잠시 되짚어보며 그림을 그려 봤다. 역시 쉽지는 않았지만, 나만의 스타일로 자유자재로 그리면서 재미를 느낀 색다른 경험이었다. ​집중해서 그리다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다. 만석인 경우에는 제한 시간이 2시간이지만, 방문객이 많지 않을 경우 좀 더 여유롭게 그릴 수 있다.

방문객 이윤직(34)씨가 완성된 자신의 작품(고양이 그림)을 들고 드로잉 체험 소감을 말하고 있다.
▲방문객 이윤직(34)씨가 완성된 자신의 작품(고양이 그림)을 들고 드로잉 체험 소감을 말하고 있다.

어느새 완성된 그림을 마주하게 되니 성취감이 느껴진다. 주변을 둘러보니 자신의 작품을 스스로 평가하며 아쉬워하는 사람도 만족해하는 사람도 보인다. 다른 방문객이 그린 그림을 흘깃흘깃 보며 구경하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방문객 이윤직(34)씨는 “평소엔 일에 치이고 쉴 때는 스마트폰만 보며 그림은 내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지인의 소개로 우연히 알게 된 드로잉 카페에 와서 정말 오랜만에 붓을 잡아 봤는데, 어린 시절 좋아했던 색칠공부가 생각나면서 동심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시끄러운 일상 속에서 벗어나 오롯이 나의 작은 고요한 세계에서 수많은 잡념을 밀어내고 평온한 시간을 보냈다”며 즐거워했다.

기나긴 코시국에도 학업에 치이고, 일에 치이며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들. 어쩌면 이전보다도 더 외롭게 달려왔을지도 모른다. 모두가 힘들겠지만, 이럴수록 나름대로 현명한 여가 생활을 하며 잘 버텨내야 한다. 이 시국을 '나'를 찾는 계기로 삼아 취미 하나쯤 만들기 좋은 기회라 여기고, 그림을 그리며 힐링해 보는 건 어떨까.

글·사진=황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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