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5년간 운동부 205개 해체… ‘체육 명문’ 이젠 옛말
[팩트체크] 5년간 운동부 205개 해체… ‘체육 명문’ 이젠 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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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단은 16곳 불과… 올해만 11곳 해단
학교, 예산·관리 부담 등 이유 애물단지 취급
전국대회도 1년 한번 뿐… 유망주 유출 심각

경기도내 학교 운동부의 두드러지는 해단 추세 속에서 각 학교들도 운동부 유치 및 유지를 꺼려하고 있어 체육 유망주 육성이 암초에 부딪쳤다.

31일 경기도교육청의 ‘경기도 학교운동부 창ㆍ해단 현황’에 따르면 지난 5년간 205개의 도내 학교 운동부가 해단됐다. 반면 같은 기간 창단한 학교운동부는 16곳에 불과했다. 지난 2017년 48개 운동부 해단을 시작으로 2018년 52곳, 2019년 51곳, 지난해 43곳으로 매년 평균 50개의 학교 운동부가 사라지고 있다. 올해도 벌써 11곳의 학교 운동부가 활동을 중단해 그 숫자는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이날 찾은 이천의 한 중학교에서 만난 A 테니스 코치는 유일한 부원인 B군과 함께 쓸쓸히 훈련하고 있었다. 5년 전 4명 규모로 운영됐던 이 테니스부는 매년 학생이 줄어 지금은 A 코치와 B군과 단 둘만 남은 상태다. 당초 이 학교는 지역 초등학생들을 신입생으로 받아들여 명문 테니스고에 진학시키는 요람이자 진로ㆍ진학 체계의 축 역할을 했다. 하지만 학교 측이 신입생 유치에 적극적이지 않은데다 운동부를 ‘애물단지’로 여겨 현재에 이르렀다. 특히 지난해에는 지역 초등학교에서 괜찮은 유망주가 발굴됐지만 학교 측이 예산 문제를 이유로 전국 대회를 매년 한 번밖에 나가지 못한다고 하자 그 학생이 충남 천안 소재 학교로 진학하며 유망주 유출을 겪기도 했다.

A 코치는 “학교 운동부는 학교장 재량이 가장 강하게 작용하며 최근에는 예산 문제로 운동부 유치를 꺼려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학교 운동부가 도교육청의 주관 하에 종목별로 매년 참가해야 하는 최소한의 대회 갯수를 정해주고, 이를 충족시키기 힘든 학교에는 지원을 하는 형태의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한숨 쉬었다.

군포의 C 볼링 코치도 지난 연말 관내 학교 볼링부가 해단하며 클럽 형태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 학교는 전국체전과 소년체전 등에서 입상 선수를 꾸준히 배출했다. 하지만 매번 대회에 나갈 때마다 감독과 체육부장 교사가 자리를 비워야 하는데다 숙박비와 식비 등 비용 지출 문제로 결국 클럽 형태로 전환됐다.

C 코치는 “학교 측에서는 운동부를 체육 유망주 양성의 수단보다는 예산 문제와 사고 등 문제의 온상이라 생각한다”며 “최근 엘리트 체육이 아닌 클럽스포츠로 전환하고 있다지만 육상이나 체조 등 클럽 성격과 맞지 않는 종목들도 많아 체육 유망주들이 자라날 공간이 턱 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인기 스포츠인 축구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 프로축구 K리그1ㆍ2의 경기 지역 구단은 수원 삼성ㆍ수원FCㆍ성남FCㆍ안산 그리너스ㆍFC안양ㆍ부천FC1995 등 6개 구단이다. 그러나 현재 수원 FC와 안산 그리너스, 부천FC1995는 학교 운동부와 협약을 맺지 못해 클럽스포츠 형태로 유소년팀을 꾸려가고 있다. FC안양도 안양공고ㆍ안양중ㆍ안양초와 협약을 맺어 유소년팀을 운영 중었지만 최근 안양중의 경우 학교 운동부가 아닌 클럽스포츠 형태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 관계자는 “학교 운동부 형태로 유소년팀을 운영하면 학생들이 방과 후 특별한 이동 없이 훈련에만 전념할 수 있고 타 시ㆍ도 학생 유치도 수월해진다”며 “하지만 학교 측에서는 인력 부족과 관리 부담 등을 이유로 프로축구 유소년팀마저도 운영을 꺼려하는 추세”라고 토로했다.

[인권위, 전국 학생선수 인권침해 실태조사] 56.4% “폭력 때문에 그만두고 싶다”… 해체 부채질

학교 운동부의 해체를 가속하는 원인으로 최근 불거진 학폭 사태도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31일 국가인권위원회의 ‘학생선수 인권침해 실태 전수조사’에 따르면 학생선수 두 명 중 한 명은 학교폭력으로 그만두고 싶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전국 5천274개교 초중고 선수 6만3천211명 중 5만7천557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응답한 학생의 56.4%에 이르는 3만2천463명이 폭력으로 인해 운동을 그만두고 싶다고 답했다. 1만9천687명(34.2%)에 이르는 학생들이 성폭력ㆍ신체폭력ㆍ언어폭력에 노출됐다고 응답할 정도로 상당수 학생이 운동부 내 학교 폭력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응답한 학생 5만7천557명 중 ‘원하지 않는 각종 심부름, 빨래, 청소를 대신 한 적이 있다’고 답한 학생들도 1만2천269명(21.3%)에 이르렀다. 물리ㆍ정신적 폭력 외에도 필요 이상의 심부름도 넓은 의미에서의 학교 폭력으로 포함된다.

학폭은 최근 여자배구계에서 논란을 일으킨 이재영ㆍ이다영 자매로 인해 사회적인 파장이 커졌다. 아울러 프로야구에서도 지난 2017년 안우진(키움)이 지난 2016년 고3 시절 후배를 폭행해 국가대표 영구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고, 지난해에도 NC에 지명된 김유성이 지명 직후 학폭 논란이 터지면서 구단이 지명을 철회하는 등 파장이 좀처럼 사그러 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합숙과 예비 신입생의 팀 훈련 조기 합류 금지 등으로 학폭 방지 정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학교 운동부를 바라보는 시선은 학교 안팎으로 싸늘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학교폭력이 결국 학생들의 운동 포기와 학교 측의 운동부 해체 가속화로 이어진다고 경고했다.

박재명 한국체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는 “학교 운동부 해체는 시대 및 교육 정책 변화 등 다양한 요소가 어우러져 빚어진 결과지만 학교 폭력 또한 지분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학교장들이 학폭 우려로 운동부를 없애려고 하는 움직임과 학생과 학부모가 학폭의 심각성을 깨닫고 일찌감치 피하려 한 점도 현 사태를 빚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 제언] “체육지도자 전문성 키우고… 대학평가 인재 육성 점수 반영을”

 

전문가들은 체육계가 겪고 있는 인재 부족 문제와 관련, ‘전문체육지도자 전문성 저하’, ‘대학 관심 부족’, ‘학교 및 클럽 간 역할 불균형’등 현 체육계가 안고 있는 전반적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충식 대한체조협회 실무 부회장(한국체육대학교 교수)은 체육 인재 부족 문제와 관련해 전문체육지도자의 체계적인 양성과 전문성 극대화를 강조했다.

그는 “체육계 전반에 퍼져 있는 인재 양성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문성 강화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전문성 높은 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한 1차 교육기관을 확대 운영하고 여기서 배출된 우수 지도자들을 적극적으로 학교에 파견해야 한다. 종목별 맞춤형 전문체육인을 파견함으로써 종목 성격에 부합하는 우수 인재들을 한층 정확하고 체계적으로 발굴할 수 있고 이는 곧 인재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첫 단추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자격증 등 전문체육지도자 양성과 관련한 기존 제도의 강화를 통해 보다 검증된 지도자들을 육성하고 이들이 적극적으로 학교 현장에 파견돼야 한다”면서 “일선 시ㆍ군체육회 역시 지자체 및 학교 등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지원해 체육 유망주 양성에 힘을 보태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평가에 체육 인재 육성과 관련한 점수가 반영돼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전정우 경희대학교 교수는 “대학들이 대학평가 등을 의식해 취업에만 집중하다 보니 스포츠, 특히 비인기 종목 등에 투자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여파가 중ㆍ고교 엘리트 체육 붕괴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대학평가에 엘리트 스포츠 선수 육성 등과 관련된 점수가 반영된다면 대학에서도 평가점수를 높이기 위해 육성에 나설 것이고 이는 곧 대학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학생들에게도 큰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교와 클럽의 역할 분배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됐다.

한종우 대한테니스협회 사무처장은 “체육 유망주 양성에 있어 지역사회, 학교, 클럽이 해야 할 일이 각자 다른데 현재 도내 체육 교육은 학교가 해야 할 일을 클럽에 떠넘기는 모양새로 흘러가고 있다”며 “엘리트 체육의 생활 체육화 등 패러다임이 변해가고 있는 만큼 학교와 클럽의 역할 분배를 도교육청 차원에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팩트체크팀 = 양휘모·박준상·권재민·김승수·한수진·장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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