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소리] 하늘 날다가 쾅… ‘죽음의 벽’에 추락하는 새들
[독자의 소리] 하늘 날다가 쾅… ‘죽음의 벽’에 추락하는 새들
  • 홍완식 기자 hws@kyeonggi.com
  • 입력   2021. 09. 07   오후 8 :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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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 충돌… 아파트 투명방음벽 아래 깃털·사체 흔적
최근 2년간 도내 시민 신고 4천168마리 ‘전국 최다’
道 방지책 추진 중이나 민간 건물 제외 ‘공염불’ 우려

도로에 세워진 방음벽과 도심에 들어선 투명 건물벽은 새에겐 ‘마른하늘에 날벼락’과 다름없다. 신체 구조상 정면에 위치한 장애물을 인식하기 어려워 그대로 부딪히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 같은 조류 충돌로 우리나라에서만 연간 수만 마리의 새가 죽는다. 생태계를 지키고 도시 미관도 살리기 위한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편집자주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장
“야생 조류가 유리벽 밑에서 차갑게 식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관심이 절실합니다”

7일 찾은 하남시 망월동의 한 아파트 주변엔 8m 높이의 투명방음벽이 설치돼 있었다.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 서울양양고속도로, 올림픽대로 등이 인접해 차량 통행이 잦다 보니 도로 소음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방음벽 아래에선 여기저기 흩날린 ‘깃털’과 언제부터 방치됐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사체’의 흔적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날아다니던 새들이 미처 벽을 보지 못하고 그대로 부딪혀 떨어진 것이다.

이곳에 사는 주민 A씨(46)는 “수시로 새가 부딪히는 장소”라며 방음벽의 한 자리로 안내했다. 그곳은 잦은 조류 충돌로 유리에 온통 금이 간 상태였다. 충돌 여파로 올록볼록한 부분까지 있었다. 빠른 속도로 날아오던 새들이 그대로 부딪혀 단단한 유리마저 손상된 것이다. A씨는 “대부분의 새가 바로 죽지만 날개만 부러지고 목숨은 부지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마저도 길고양이나 유기견이 훼손해 결국은 죽게 된다”며 “어른들은 불쾌해하고 아이들은 무서워하니 충돌 자체를 막아보려 하는데 방법이 없다. 새보고 날아다니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불쌍한 노릇”이라고 말했다.

비단 이곳 만의 일이 아니었다.

수원시 호매실동 인근의 한 아파트 단지 역시 주변에 500여m 길이의 방음벽이 세워져 있었다. 이 벽을 따라 인도에는 새 사체가 널려 있었다. 조류 충돌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투명방음벽은 반투명을 섞은 혼합방음벽으로 교체됐지만, 일부 투명방음벽에 새들은 여전히 부딪혔다. 아파트 주민 B씨는 “혼합방음벽으로 교체되기 전에는 거의 열 걸음마다 새 1마리가 죽어 있는 수준이었다”며 “처음에는 이유를 몰랐는데 벽이 바뀌고 나서야 알았다. 투명창에 자꾸 새들이 부딪히는 사고가 나서 죽었던 것”이라고 전했다.

경기도에 따르면 최근 2년간 도내에선 4천168마리의 조류가 방음벽과 투명 건물벽에 충돌했다. 이는 전국 1만5천892마리의 26%에 해당하는 수치로, 17개 시ㆍ도 중 가장 많은 조류 충돌이 발생했다. 시민이 폐사한 조류 사체를 사진 찍어 올리는 온라인 플랫폼 ‘네이처링’을 기반으로 집계한 수치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조류 충돌은 이보다 훨씬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경기도는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지난 3월부터 조류 충돌 방지 대책을 추진 중이나 민ㆍ관의 자발적인 참여와 시민들의 관심 없이는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정책은 공공ㆍ신규 건축물 및 방음벽에만 한정됐을 뿐 예산, 자율성 등의 이유로 민간 소유 건물과 방음벽에는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황대인 한강생물보전연구센터장은 “집계되지 않은 건까지 포함하면 매년 조류충돌로 죽는 새는 우리가 알고 있는 수보다 훨씬 많다”며 “우리 모두가 조류충돌의 문제를 인지하고 그에 맞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자소통팀 = 홍완식ㆍ최현호ㆍ이연우ㆍ이정민ㆍ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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