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업원 줄줄이 내 보내…극단적 선택 자영업자 심정 이해"
"종업원 줄줄이 내 보내…극단적 선택 자영업자 심정 이해"
  • 김지혜 기자 kjh@kyeonggi.com
  • 입력   2021. 09. 15   오후 6 :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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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인천 부평구 ‘월하 이자카야’사장 정상욱씨가 텅 비어있는 가게에서 컵들을 정리하고 있다. 김지혜기자
15일 오후 인천 부평구 ‘월하 이자카야’사장 정상욱씨가 텅 비어있는 가게에서 컵들을 정리하고 있다. 김지혜기자

“코로나19 때문에 죽는 게 아니라 굶어죽을 판입니다.”

15일 오후 인천 부평구의 이자카야 월하. 15년동안 요식업을 하면서 가장 끔찍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사장 정상욱씨(47)는 빈 가게를 바라보며 연신 한숨을 쉰다. 정씨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기 전까지 1일 매출 200만원이 넘는 이른바 ‘잘 나가는’ 핫플레이스의 사장이었다. 지난해 코로나19가 본격화하면서 점점 손님이 줄어들기 시작했고,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는 생각이 들던 지난해 12월, 종업원 4명을 모두 내보냈다.

정씨는 “코로나19 전에는 114개 좌석에 발 디딜 틈 없이 손님이 들어찼다”며 “이제 많이 받아도 1~2테이블이 전부인데, 그마저도 2명씩 밖에 오지 않으니 종업원을 둘 수가 없더라”고 했다.

1개월 임대료와 공과금 등이 수백만원이라는 정씨는 이제 소주와 맥주 1박스씩을 동시에 주문하지 못할 정도로 상황이 어렵다. 폭염이 찾아온 지난 여름, 에어컨을 틀 때도 전기세가 겁이 났을 정도라고 했다.

그는 “누군가는 밥집으로 업종을 바꿔 고비를 헤쳐나가라는 무책임한 말도 하지만, 업종을 바꾸면 또 돈이 드는데 이미 있는 빚에 또 빚을 질 순 없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어 “최근 원룸을 정리해 종업원들 밀린 급여를 주고 자살한 자영업자 마음이 곧 내 심정”이라며 “직장인들에게 월급의 20%만 받고 2년을 견디라고 하면 누가 견뎌내겠나”라고 했다.

15일 오후 인천 연수구의 오리전문점 ‘가나안덕’ 대표 노경섭씨가 매출 ‘0원’을 나타내는 포스(POS)기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김지혜기자
15일 오후 인천 연수구의 오리전문점 ‘가나안덕’ 대표 노경섭씨가 매출 ‘0원’을 나타내는 포스(POS)기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김지혜기자

 

인천 연수구에서 10년째 오리고기 전문점을 운영하는 노경섭씨(55) 사정도 다르지 않다. 2개 층에 야외 테이블까지 90개의 테이블이 있던 이곳은 코로나19 전까지 1일 매출이 평일은 500만원, 주말에는 1천만원에 달하던 곳이다. 이 곳 역시 2년째 코로나19의 영향을 받다 매출이 80%이상 줄었고, 결국 함께 일하던 종업원 12명을 내보냈다.

노씨는 “코로나로 빚만 8억원에 달한다”며 “결국 1층 40개 테이블만 운영하기로 했는데, 그마저도 오늘은 1테이블 받고 끝났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에 걸리기 전에 빚에 허덕이다 죽을 것 같은 상황이라 종업원들에게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했다.

노씨는 “코로나19는 조류독감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고비 상황”이라며 “자영업자를 이렇게 아사 직전까지 몰지 말고 이제 현실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지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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