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은 멀고 친구 모임도 못하고... 인천 외국인 근로자들 ‘외로운 추석’
고향은 멀고 친구 모임도 못하고... 인천 외국인 근로자들 ‘외로운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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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인천 남동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외국인 근로자 조엘(41)이 필리핀에 있는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하고 있다.강우진기자
16일 오전 인천 남동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외국인 근로자 조엘(41)이 필리핀에 있는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하고 있다.강우진기자

“고향 방문은 고사하고, 이곳의 친구들조차 만날 수 없으니 답답합니다.”

인천의 외국인 근로자들은 즐거워야 할 추석 연휴가 쓸쓸하기만 하다. 코로나19로 2년째 고향은커녕 친구들 만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16일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에는 8천426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살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추석이나 설 명절 연휴를 이용해 1~2년에 1번씩 고향에 가 가족을 만났지만, 코로나19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지난해부터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고향에 다녀오면 2주간의 격리를 거쳐야 해 경제적 손실 부담이 너무 크다.

남동구의 한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조엘(41)은 필리핀에 있는 가족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고 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고향 방문을 포기하면서 가족들에게 한 약속이 떠올라서다. 조엘은 언제 집에 올 수 있느냐는 아이들의 물음에 ‘내년 명절에는 꼭 가겠다’고 약속했지만, 인천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하면서 결국 고향 방문을 포기했다.

조엘은 “필리핀에 있는 아내와 두 딸, 아들이 그리워 매일 영상통화로 얼굴을 확인하고 있다”며 “둘째 딸이 최근 결장암 수술을 받았는데, 직접 만나 돌봐줄 수 없어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했다.

남동구의 한 가구업체에서 일하는 네팔인 키쇼르(37)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고향에 두고 온 4살배기 딸을 품에 안아보는 게 그의 간절한 소망이다. 키쇼르는 “코로나19로 집에 갈 수 없어 2년 넘도록 아이를 보지 못하고 있다”며 “가끔 사진이나 영상으로 보는 게 전부인데, 품에 안고 놀아주고 싶다”고 했다.

이들이 더욱 쓸쓸한 건 그동안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주던 이곳의 친구조차 만날 수 없어서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홀로 보내는 명절이 오면 다 함께 모여 고향 음식도 만들어 먹고, 함께 운동도 하며 그들만의 명절을 보냈다. 하지만 올해는 이마저도 불가능해진 상태다. 회사도 코로나19로 일감이 없어 연휴 기간 문을 닫기 때문에 집이나 기숙사에서 홀로 명절을 보낼 수밖에 없다.

키쇼르의 직장동료 네팔인 케샵(37)은 “지난해에는 동료들과 축구를 하면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대신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전 세계에 코로나19가 하루빨리 사라져 가족들을 보러 가는 비행기에 오를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강우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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