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바뀌는 시대, 새로운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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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에 따라 오페라를 바라보는 온도가 제법 다르다. 40대 중반 이상은 ‘종합예술의 정점’이라며 예술적, 역사적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짙지만 그 아래는 꽤 시큰둥하다. 클래식을 제법 듣는 이들조차 오페라 이야기는 그다지 하지 않는다. 사실 나도 어느 정도는 그렇다.

왜 그럴까? 공부를 적게 해서? 귀가 덜 열려서? 제대로 접한 경험이 적어서? 오랜 오페라 애호가들은 이렇게 말하고 싶을지 모르나 내 생각은 다르다. 서사, 그러니까 이야기에 마음이 가지 않는다는 게 진실에 가깝다. 오페라가 종합예술의 맹주로 행세한 건 음악, 서사, 연출 등이 당대 최고 수준으로 어우러졌기 때문인데 그 한 축인 서사가 힘을 잃었단 뜻이다.

주로 무대에 오르는 오페라의 대부분은 18~19세기 작품이다. 이들을 2021년 현재 시점에서 바라보면 썩 와닿지 않을 뿐 아니라 여성혐오, 인종차별 같은 요소도 수두룩하다. 얼마 전까지는 ‘옛날 이야기니까’ 그러려니 했지만 근래 분위기는 다르다. 젊은 세대, 특히 PC(정치적 올바름) 같은 가치를 중시하는 이들에게는 비웃음의 대상일 뿐이다. 예술 취향을 넘어 삶에 대한 시선 자체가 바뀐 것이다. 이런 이들에게 오페라의 미학을 설파하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고루한 아재로 낙인찍히기 십상.

이는 연출가들의 머리를 뻐적지근하게 만든다. 평생 해당 분야에 종사한 이들이 이런 변화를 모를 리 없다. 해서 이야기 전반을 재해석하고 숨은 의미를 찾아내 부각한다. 주요 배경이나 설정을 바꿔서 관점을 비틀 때도 있다. 당연히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대본과 음악이 그대로인 상태에서 작품에 새로운 관점을 부여해야 하니까. 연출가의 실력을 가늠하는 지점.

한데 이런 시점에서 난 은근 신기한 흐름을 느낀다. 오랜 고전을 두고선 이런 관점이 점차 확산하고 있는 반면 한국에서 창작되는 작품에선 미온적이라는 것이다. 내용을 보면 고전의 변주, 위인전 등이 주류고 현재에 걸맞은 새 이야기는 드물다. 근래의 시선이 어느 정도 녹아 있는 경우에도 오늘과 호흡한다,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진다고 느낄 정도는 아니다. 옛날이야기 수준에 머물러 있는 일부는 퇴보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이는 오페라를 비롯해 발레, 뮤지컬 등에서 공히 관찰되는 부분이다.

영화, 드라마 같은 영상 장르의 분위기와는 정반대다. 이쪽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근래의 트렌드에 충실한 경향이 있다. 무엇이 논점인지, 어떤 코드가 먹히는지를 파악한 다음 대중의 인기를 끌고 미디어와 SNS에서 주목받기 좋은 쪽으로 빚는다. 심할 땐 현재와 호흡하는 건지 현재에 영합하는 건지 헷갈릴 정도다. 유용한 전략임은 인정하나 옳은 방향인지는 모르겠다.

모든 예술은 시대와 호흡한다. 당대의 예술 취향은 물론 시대상과 생각까지 담은 작품이 살아남는다. 거기에 소신, 철학, 영향력까지 인정받아야 시간이 흘러 ‘고전’의 지위를 얻는다. 어떻게 해야 옛 고전을 넘어 새 고전을 만들어갈 수 있을까? 가볍게 사는 게 ‘장땡’인 시대에 혼자 거창한 질문을 던지는 걸까? 정부 지원을 받기 좋은 쪽, 트렌디하게 먹히는 쪽. 예술 생태계가 이렇게 양분되는 느낌이어서 끼적여봤다.

홍형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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