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휴가
대통령의 휴가
  •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 입력   2007. 08. 09   오전 : 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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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미국 대통령은 재임 이후 지금까지 여름휴가 한달, 겨울휴가 보름을 누려왔다. 주로 고향인 텍사스주 크로퍼드 목장이나 메릴랜드주 캠프데이비드 별장에서 가족과 함께 보냈다. 세계에서 가장 바쁜 대통령이지만 여름·겨울 휴가를 빼먹지 않는다. 이라크 공격을 명령하던 곳도 휴양지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이런 부시 대통령을 ‘휴가의 왕’이라고 평했다.
유럽 정상들의 휴가는 사생활인 만큼 대체로 비밀을 보장받는다. 하지만 간혹 무리한 휴가를 보내다 언론에 들통나 곤혹을 치르기도 한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는 재임 시절 스페인· 이탈리아· 미국 등 고급 휴양지에서 휴가를 즐기다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블레어 전 총리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잘 알고 지내던 팝그룹 비지스 멤버인 로반 캅 소유인 500만파운드짜리 마이애미 대저택에서 휴가를 보내려다 비행기가 활주로를 벗어나는 바람에 휴가 계획이 들통났다. 대통령 당선 뒤 곧바로 지중해로 호화여행을 떠났던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여름휴가를 호화판으로 미국에서 보냈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부인, 막내아들과 함께 휴가를 즐긴 곳은 영화 관람실, 배 4척을 정박시킬 수 있는 개인 호숫가도 갖춘 호화별장이다.
우리나라 대통령도 휴가는 있지만 드러내 놓고 가지는 못했다. 전두환·노태우·김영삼 대통령 때까진 충북 청남대 등에서 휴가를 보내며 8·15 광복절 경축사를 구상하며 보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임기 4년차 때인 2001년엔 홍수가 나서 못 갔고 2002년에는 두 아들이 구속되고 장상 총리 인준이 실패하면서 마음이 편치 않아 가지 못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7월 29일부터 일주일간 진해 휴양지에서 쉬면서 김해 봉하마을에 들러 퇴임해서 살 집을 둘러볼 계획이었지만 아프가니스탄 인질 사고가 터져 전면 취소했다.
세계 2차 대전 당시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성공시키면서 나치 독일을 섬멸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몽고메리 연합군 원수는 “이상적인 지도자는 머리가 좋고 게을러야 한다”며 특히 “머리는 나쁜데 부지런한 지도자는 최악”이라고 평가했다. 중책을 맡은 지도자일수록 일부러 여유를 두고 미래를 구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라는 충고다. 그렇다면 휴가를 당당히 활용하지 못하는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최선인지, 최악인지 모르겠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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