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먹을거리에 단골 늘어… 자신감 생겼어요”
“바른 먹을거리에 단골 늘어… 자신감 생겼어요”
  • 구예리 기자 yell@ekgib.com
  • 노출승인 2010.09.30
  • 2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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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니어클럽

“바른 먹을거리를 만든다는 자부심에 일하는 게 즐겁습니다.”

성남시 수정구 산성동의 한 건물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구수한 냄새와 함께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위생모와 복장을 갖춰입은 노인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이곳은 지난 2008년부터 성남시니어클럽이 운영 중인 떡공장 ‘쿵떡’.

3명의 어르신들이 갓 쪄내 뜨끈뜨끈한 백설기에 대추조각과 해바라기씨를 예쁘게 박아넣고 야무진 손끝으로 비닐포장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생산 9명, 판매 3명, 배달 2명 등 총 14명이 팀을 이뤄 교대로 일하는 쿵떡의 하루는 오전 6시30분부터 시작한다.

백설기, 절편, 가래떡, 호박찰떡, 꿀떡, 시루떡 등 각종 기본 떡은 물론 떡케이크와 이바지떡까지 40여종이 넘는 떡을 생산해내고 있다.

오전에 떡 생산 작업이 끝나면 판매와 배달 담당이 어린이집, 복지관, 관공서, 개인고객까지 성남시 전 지역으로 떡을 싣고 떠난다.

쿵떡의 모든 떡은 100% 고급 국산 쌀을 기본으로 색소 대신 딸기가루나 호박가루 같은 천연재료를 고집한다. 물론 방부제도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또 고객의 요구에 따른 제품 구성 및 주문배달로 고객맞춤 서비스를 실시하며 당일 생산 당일 판매로 신선한 제품을 제공한다.

덕분에 이 곳의 떡을 한번이라도 먹어본 고객들은 그 맛을 잊지 못해 단골이 되고, 단골로부터 입소문이 퍼져 일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9천500만원의 연매출을 올리고 올해는 1억500만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이번 추석 때는 송편을 비롯해 2천㎏에 달하는 떡을 생산하느라 눈코뜰 새 없이 바빴다고 한다.

김요섭 사회복지사는 “성남에 떡집이 워낙 많아 처음에는 잘 될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다”며 “하지만 어르신들이 만드는 음식이라는 점이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데 주효했다”고 말했다.

자식손자들이 먹을 음식이라고 생각하고 깨끗하게 정성을 담아 만드는데다 전문 강사가 함께 상주하면서 철저한 직무교육을 통해 제품의 질도 나날이 업그레이드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처음에는 ‘노인들이 파는 떡이니 도와줘야겠다’라는 생각에 떡을 구입했던 사람들도 이제는 맛으로 평가하고 떡을 찾는다.

효자사업 ‘국시랑’ 비빔국수·수제돈가스 등 착한 가격에 맛 일품

떡공장 ‘쿵떡’ 국산쌀·천연재료 고집… 40여종 떡 생산 매출 쑥~

지난해부터 쿵떡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권호석 할머니(62)는 “집에서 봐주던 손자가 유치원에 들어가니 시간이 남아 집에 있기 무료해서 시간활용차 일을 시작하게 됐다”며 “일을 하니 시간도 잘 가고 열심히 움직이면서 건강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성남수정도서관 앞에 자리잡은 음식점 ‘국시랑’ 역시 성남시니어클럽의 효자 사업이다.

18석의 아담하고 깨끗한 식당에서 12명의 노인들이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일주일에 두번씩 번갈아가며 국수를 만들어내고 있다.

담백하고 깔끔한 맛의 ‘멸치국시’와 매콤달콤한 양념이 입맛을 돌게 하는 ‘비빔국시’를 비롯해 콩국수와 왕만두, 수제돈가스가 국시랑의 메뉴다.

할머니들의 손맛에다 2천500원(멸치국시), 3천원(비빔국시)이라는 착한 가격에 도서관 이용객들은 물론 지역주민들이 즐겨 찾는 가게로 인기를 끌고 있다.

여기에 철저한 위생교육과 서비스교육으로 무장한 할머니들이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만들어 입소문을 탄 덕에 점심시간에는 가게 밖까지 줄을 서서 기다려야 먹을 수 있을 정도다. 얼마 전에는 모란역 인근에 2호점도 열었다.


한번 먹을 때마다 도장을 찍어 총 10개가 되면 멸치국시를 무료로 제공하는 스탬프 행사와 3천원 이상 구매고객에게 응모권을 제공, 매달 추첨을 통해 수정노인종합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베이커리 ‘마망’의 상품권을 주는 이벤트도 벌이는 등의 가게 홍보전략도 구사하고 있다.

주문 및 서빙을 담당하는 안치분 할머니(66)는 “계모임 회원이 시니어클럽을 통해 일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지원하게 됐다”며 “집에만 있으면 TV만 보게 되는데 나와보니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나 손님들과 얘기도 할 수 있어 좋다. 몸만 따라준다면 계속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한지 1년이 넘었다는 주방장 유희자 할머니(64)는 “처음에는 내가 할 수 있을까 자신감이 없었지만 열심히 배우고 하루하루 경험이 쌓이다 보니 이제는 국수 삶는 데 달인이 됐다”면서 “손님들이 나가면서 맛있게 먹었다고 얘기해 줄 때 정말 기분이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성남시니어클럽 임종혁 사회복지사는 “일정한 수입이 생긴다는 점도 좋지만 무엇보다 소속감이 생긴다는 점에 어르신들이 크게 만족하신다”며 “소비자도 어르신들이 정성이 담긴 음식이라 믿고 먹을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구예리기자 yell@ekgib.com


전통놀이·IT강사 등 어르신들 제2인생 ‘활짝’

지난 2007년 문을 연 성남시니어클럽은 올해 254명의 노인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제2의 인생을 꽃피우고 있다.

가장 먼저 시작한 장인두부사업단은 20명의 노인이 생산·판매·배달로 각자 역할을 나눠 100% 국산 콩과 천연간수로 두부를 만들어 판매한다. 국시랑의 콩국수도 장인두부에서 나온 콩국으로 만든다.

이와 함께 SN베이비시터는 고령여성이 가지고 있는 출산 및 육아경험을 바탕으로 55세 이상 전문 베이비시터를 양성, 알선 및 파견해 100여명의 여성노인이 바쁜 맞벌이부부의 육아를 책임지고 있다.

기력이 쇠하고 거동이 불편한 후기고령 노인들을 위한 사업도 있다. 일하는데 큰 힘이 필요하지 않은 전통뻥과자 사업단은 75세 이상의 노인만 모집해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먹을 수 있는 고소한 뻥과자를 만들어내는데 일하고자 하는 노인들의 의지가 워낙 강해 80대 노인의 참여율도 높다.

성남시니어클럽은 교육형사업으로 시니어 IT강사와 전통놀이 강사를 양성해 파견하고 있다. 시니어 IT강사는 정보화사회로부터 소외되기 쉬운 지역 노인들에게 IT교육을 이수한 노인들이 눈높이에서 맞춤형으로 교육을 실시한다.

전통놀이 강사로 활동하는 노인들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에서 전통예절과 전래놀이, 동화수업 연계로 유아들에게 옛 문화에 대한 이해와 정서적 안정을 제공하고, 1·3세대 문화교류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또 복지형 사업의 일환으로 실시 중인 노인지킴이는 노인학대예방을 위한 캠페인, 홍보 및 교육을 통한 정보제공으로 지역사회 내 노인인식을 개선하고 주체적인 노인상을 정립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이밖에 ㈜경기희망일터는 도내 7개 시니어클럽과 공동추진하는 인력파견회사로 경비, 산모도우미 파견을 통해 참여노인들의 소득을 보장한다.

성남시니어클럽 권용희 실장은 “많은 노인들이 일을 통해 삶의 만족감을 얻고 있다”며 “은퇴노인들에게 있어 일은 예방적 복지의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구예리기자 yell@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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