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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하는 에듀 클래스]6.예술문화단 놀패 ‘몸 열고 마음 열고’

집단놀이 통한 마음치유로 아이들 인성 '쑥쑥'

장혜준 기자 wshj222@kyeonggi.com 노출승인 2012년 08월 06일 11:21     발행일 2012년 08월 07일 화요일     제0면

동네를 아무리 둘러봐도 그 흔한 학원 하나 없다. 게임을 할 수 있는 PC방은 물론 친구들과 함께 주전부리 할 수 있는 분식점도 없다. 연천군 청산면 풍경이다. 그럼 아이들은 뭘하며 놀까.
학교가 끝난 뒤, 딱히 할 것이 없는 이 곳 학생들은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있거나, 간혹 말썽을 피워 문제아로 낙인이 찍히곤 했다. 그런 아이들에게 즐거운 일이 생겼다. 예술문화단 놀패가 전통유희를 이용해 연극을 가르치는 ‘몸 열고 마음 열고’ 프로그램을 갖고 청산면을 찾아온 것. 남들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조차 하기 힘들어했던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나게 된 기적, 어떻게 일어났을까?

   
 
■전래놀이로 하나되기
교회 예배당이 아이들의 놀이터다. 마을 주민들이 아이들을 위해 예배당을 강당으로 쓰도록 했던 것.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소리 지르고 정신이 하나도 없다. 수업시작 시간인 오후 4시30분, 오지나 강사(여·36)가 우렁찬 목소리로 “얘들아!”를 외치자 언제 그랬냐는 듯 강사 주위로 아이들이 몰려든다. 남자팀 대 여자팀으로 나눠 ‘단체 사방치기’로 수업이 시작됐다. 아이들은 늘 그랬던것처럼 줄을 서고 순서를 정한다.

놀이가 시작되자 한 발로 7칸을 뛰고 마지막에 두발로 멋지게 착지한다. 특히 처음에 뛴 사람은 뒤를 이을 친구들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최대한 선에 가까운 곳에 착지해야 해서 부담감이 백배다. 게임 시작 전 금을 밟지 않기 위한 나름의 전략을 세운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선두로 나서 유독 사방치기를 잘했던 나지은양(13)은 “왼쪽 발가락 뼈가 휘어서 걱정했는데 한발 뛰기는 오른쪽으로 해서 다행”이라며 “여자팀 인원이 적어도 우리가 더 유리하다”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점잖은 여자팀과 달리 남자팀은 상대방을 방해하기 위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주위를 맴돈다. 여자팀에서는 이런 행동에 화를 내다가도 “그만 하고 똑바로 하자”라며 의젓한 모습을 보인다.
선생님도 한 수 거든다. “올림픽 기간인데 페어플레이 하자”라고 말하자 남자팀은 멋쩍어 하면서도 정돈된 모습으로 이기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격렬한 남자팀과 여자팀의 대결은 결국 무승부라는 아쉬운 결과로 끝이 났지만 두 팀 모두 시종일관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이날 수업에 참여한 16명의 초등학생들은 푸른꿈 지역아동센터 소속으로 일주일에 한 번 이 곳에서 ‘몸 열고 마음 열고’ 수업을 받는다.

오 강사는 “초등학생이라 산만하지만 여자아이들이 남자아이들을 많이 배려한다”며 “수업의 시작을 사방치기 등 협동심이 필요한 전래놀이로 시작해 함께 땀을 흘릴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혼자가 아닌 함께
“학생들은 모여라!” 오 강사의 한 마디에 쉬고 있던 아이들은 둥그렇게 앉아 선생님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색연필과 종이 한 장씩이 앞에 놓이고 ‘여러명이 단어로 시 짓기’가 이어졌다.
한 단어를 놓고 각각 한 줄의 문장을 만든 뒤 3~4명의 발표한 문장을 이어 한 편의 시를 짓는 놀이다. 첫번째 주제는 ‘피자’다. 맛있다, 먹고 싶다 등의 평범한 대답이 이어지던 중 김민혁군(13)이 “피자 8조각, 먹기엔 너무 부족하다”라는 인상깊은 한 마디로 ‘피자’라는 시 마지막 구절을 완성시켰다.

이어 ‘콜라’, ‘신발’이라는 시와 함께 ‘오지나 선생님’이라는 재미있는 주제가 결정됐다. 짖궂은 남자아이들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흰머리, 결혼 등 금지어를 거침없이 이야기하며 멋진 시를 만들어 냈고, 아직 한글에 서툰 한지삼군(8)과 나도현군(8)은 형, 누나들의 도움을 받아 종이에 자신의 종이에 적어 내려갔다.

   
 
권근영(여·23) 보조강사는 “가장 어린 지삼이와 도현이는 아직 한글 쓰는 것이 서투르다”며 “글을 쓰는 시간이 되면 항상 주위에서 지삼이와 도현이가 한글을 쓸 수 있게 가르쳐준다”고 전했다.

오늘 수업의 하이라이트는 ‘그림으로 만드는 우리이야기’다. 그림카드 5개를 놓고 남자팀 대 여자팀으로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꽃도 있고, 오로라도 있고, 여자도 있고 아이들은 어떤 상상의 세계를 보여줄까?

남자 아이들은 바닥에 누워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고, 여자 아이들은 토론을 여러 번 한 뒤 전지 위에 그림카드를 붙이고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나도현군과 나지은양이 각각 팀의 발표자로 나서 그들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연말에 있을 연극 공연을 위해 이야기를 만드는 법을 연습하는 것은 이들에게 필수사항이다. “막장 드라마다~”, “무슨 공주가 저래?” 등의 반응도 잠깐, 오 강사가 그림카드를 들고 ‘목련의 사연’이라는 진짜 이야기를 들려주자 금세 눈이 똘망똘망해진다.

문미정 대표(여·40)는 “요즘 집단놀이가 점점 약해지고 있다. 아이들이 평소 노는 걸 보니 서로 봐주는 게 없다”며 “함께 하는 놀이, 돕는 놀이를 통해 때론 즐기고, 때론 실패를 인정할 줄 아는 사회성을 심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화가 시작됐다
2년 전 수업을 처음 시작할 때 아이들은 발표는 물론 눈도 잘 마추지지 않는 소심함을 보였었다. 연천이 군 부대 지역인데다 농업이 주가 되는 지역적 특색 때문에 조손가정, 한부모가정 등 소외계층의 아이들이 많아 자존감이 떨어져 있었던 것이다.

예술문화단 놀패는 이런 아이들의 마음까지 어루만져 주기 위해 경기문화재단에서 공모한 ‘2012 지역 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를 통해 예산을 받아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몸 열고 마음 열고’를 통해 개개인의 마음 치유는 물론 같은 마을, 같은 학교에서 일어나는 왕따 문제까지 해결했다. 처음엔 같이 놀아주지 않고, 이야기도 하지 않던 아이들이 지금은 서로 도와주고, 화가 나도 금방 화해하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아이들이 직접 각색한 연극 ‘연천골 백설공주’를 공연한 뒤 사이가 더욱 돈독해졌다.

조무선 푸른꿈 지역아동센터장은 “군인 자녀들은 하교를 하면 시내 학원으로 향하지만 이 곳 아이들은 대부분 그럴만한 형편이 되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연극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의 성품, 인성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문 대표는 “예전엔 자존감이 부족해 어떤 반응도 기대할 수 없었는데 1년이 지나니 아이들이 애정표현 등 모든 것을 거침없이 보여주고 있다”며 “연극 공연이 목적이 아닌 아이들의 긍정적인 변화와 자아의 성장을 지속적으로 도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혜준기자 wshj222@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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