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 만나고싶었습니다] 채인석 화성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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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현안사업 국책전환을 염원하며… 이 악물고 522km 걷고 또 걸었다

채인석 화성시장은 취임 이후 줄곧 자신을 ‘화성시 대표사원’이라 말한다. 53만 화성시민을 위해 일하는 1천400여 공직자 중 하나라고 스스럼없이 말하고 있는 것이다.

시민들 역시 ‘시장님’이라는 호칭보다는 ‘대표사원’이라 부르곤 한다. 그런 채 시장이 지난 8월 23일 결연한 의지로 화성시청 내 브리핑룸으로 들어섰다. 해남 땅끝에서 여의도까지 522km의 국토대장정을 나서겠다고 선포한 것. 바쁜 시정업무에도 불구하고 작심하고 걷겠다는 채 시장의 속내는 무엇이었을까.

채 시장은 21일간의 국토대장정을 위해 새벽 5시에 일어나 산을 오르며 체력을 다졌다. 집에서 화성시청까지 30km가 넘는 거리를 걸어서 출근하는 등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했다고 한다.

53만 화성시민의 대표사원인 그가 두발로 한발 한발 왜 걸었던 것일까. 그리고 무엇을 얻었을까. 9월 17일 채 시장을 만나 들어봤다.

“길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 정말 맞다”
채 여독이 풀리지 않은 듯 했다. 하지만 강단 있는 목소리에서 흘러나오는 21일간의 대장정은 생생했다. 인터뷰 중에도 마치 걷고 있는 사람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길 떠나면 고생이라더니 딱 그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하하) 행군 내내 새벽 5시~6시부터 하루를 시작했는데 편한 잠자리와 따뜻한 식사는 꿈도 못 꾸었습니다.

마을회관에서 자고 이도 여의치 않으면 텐트를 치고 노숙을 하곤 했습니다. 잠자리는 그렇다 치더라도 먹는 것도 눈에 맨 먼저 들어 온 식당을 이용하거나 도시락으로 해결했습니다. 손수 빨래도 다했으니 그야말로 고생길이었죠.”

‘삼복더위에 왜 사서고생을 하셨느냐’고 묻자, 더 물을 수 없을 만큼 명확한 답변이 돌아왔다.

“세 가지입니다. ‘매향리 평화생태공원 국비 지원’, ‘화성호 수질보전을 위한 해수 유통 보장’, ‘국립자연사박물관 화성 유치’ 관련 국책사업으로 사업의 정책방향 전환을 요구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화성은 1천 년 전 실크로드의 종착점이 전곡항이었고, 일제강점기 제암리 만세운동의 현장이었다. 또 현대·삼성·기아를 비롯한 1만5천개의 기업체가 소재한 국내 성장률 1위의 도시다. 하지만 중앙정부의 차별로 본의 아니게 화성시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 채 시장의 판단. 그래서 전국 지방지치단체장으로선 처음으로 ‘시위 아닌 시위’를 하게 된 것이다.

“필요한 국책사업 되찾아 오겠다”
채 시장의 첫 번째 걱정거리는 화성시 매향리다. 6·25 전쟁 이후 55년간이나 전쟁의 아픔이 현실로 남아 있는 곳, 바로 ‘쿠니사격장’으로 많이 알려진 곳이다. 시는 이곳에 평화생태공원을 조성키로 하고 발전종합계획에 반영했으나, 정부의 과도한 지방비 부담으로 사업에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 이에 채 시장은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 ‘용산공원’ 조성의 경우에는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을 제정해 1조5천 억 원의 사업비 전액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지역보다 지원이 절실하고 국가차원의 보상이 당연한 지역임에도 ‘매향리 평화생태공원’ 조성 사업비 2천18억 원 중 국비 지원은 고작 424억 뿐으로, 같은 미군반환공여지임에도 각각의 사업 추진에 있어 서로 다른 가치와 기준을 정해 또 다른 차별을 두고 있습니다.”

중앙 정부의 ‘이중잣대’ 각성 촉구… 21일간 대장정 동안 ‘지지서명 동참’ 부탁

채 시장은 ‘매향리 평화생태 공원’ 조성에 있어 ‘용산공원’ 조성과 같이 특별법을 제정, 사업비 전액을 국비로 지원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 시장은 또 ‘화성호 담수화 결정 철회 및 해수유통 요구’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지난 1996년부터 담수화를 시작한 시화호는 2000년까지 수질보전을 위해 4천500억 원을 쏟아 부었지만 결국 2000년 담수화를 포기한 바 있습니다. 또한 새만금의 경우 지난 2011년까지 수질개선사업으로 1조 4천568억 원을 투자했으며, 오는 2020년까지 2조9천500억 원을 추가로 투입할 예정임에도 담수화 결정을 유보한 상태입니다. 실패한 정책을 답습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해 화성호의 수질보전과 생태계 보전을 위해 해수유통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3가지 현안 중 마지막은 국립자연사박물관 건립지 선정 문제다. 채 시장은 정치적 논리에 따라 국립자연사박물관을 세종시에 내정하려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우리 화성시를 비롯해 서울 용산구와 노원구, 인천 강화군 등 지금까지 국립자연사박물관 유치를 희망하고 있는 자치단체들의 노력을 무시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특히, 경기개발연구원의 타당성 용역에 따르면 화성시가 국립자연사박물관 건립의 최적지로 평가를 받았는데도 말입니다.”


화성시는 국립자연사박물관을 유치하기 위해 그동안 경기도와 함께 영국, 미국, 프랑스 등 세계3대 자연사박물관과 학술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업무협약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기에 정치적 논리로 국립자연사박물관 건립지를 선정하려는 중앙정부의 정책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채 시장은 최소한 지금까지 노력한 자치단체들이 이해할 수 있고 납득할 수 있는 절차적 타당성을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선 국토대장정을 두고 자칫 행정공백 속에 무책임한 눈요기성 이벤트가 아니냐 비난의 화살을 보내기도 했다. 채 시장은 개의치 않았다. 지방자치단체의 한계라는 벽을 허물고 화성시의 발전에 필요한 국책사업을 되찾아 오겠다는 본질만은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국토대장정 중 만난 사람들
채 시장은 지난 8월 24일 해남 땅끝마을에서 쉼 없이 퍼붓는 빗줄기 속에 첫 발을 내딛었다. 여의도까지는 522km. 하루 평균 20~30km을 걸으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모두 채 시장이 내건 화성시 3가지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국토대정정 둘째 날인 25일 박철환 해남군수를 시작으로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임정엽 완주군수, 문규현 신부, 김완주 전북도지사, 황명선 논산시장, 성무용 천안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김문수 경기도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등 지역 상관하지 않고 국토대장정의 의미와 배경을 설명하며 지지를 부탁했다.
만남이 많아질수록 채 시장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지역 단체장들도 같은 고민으로 힘들어 하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각 지방자치단체별 현안사항은 다르지만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느끼는 시정운영의 한계가 있음을 서로 공감하게 됐습니다. 지방자치단체장 선출을 시작한지 만 17년이 지났으나 지금과 같은 일방적인 정책 결정과 예산집행 시스템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고 지방자치단체장들 모두가 한 목소리로 개선되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중앙정부는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국토대장정 11일차에 충청남도에 진입했다. 일정의 반을 소화했다. 그런데 발에 생긴 물집과 근육통 등으로 상당히 지친 상태였다. 그래도 채 시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시작이 반이고 일정의 반을 소화했으니 완주가 멀지 않았다는 신념으로 걷고 또 걸었다.

국토대장정 18일차, 마침내 채 시장이 가장 보고 싶은 53만 화성시민이 살고 있는 화성시에 진입했다. 시민들이 반갑게 채 시장을 맞아주었다. 병점역 인근에 접어들자 300여 명의 시민들이 채 시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흥겨운 고향의 농악가락과 시민들의 그간 힘든 이정에 수고했다고 보내는 박수소리에 잠시 울컥했습니다. 역시 나 혼자가 아니구나, 내가 화성시민 모두의 바라는 바를 바로 알고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었구나 하는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했습니다.”

채 시장의 걷기는 국토대장정 21일차인 9월 13일 오전 국무총리실을 찾아가 매향리 평화생태공원 국비 지원 등 3가지 현안 해결을 위한 전국민 지지서명부를 전달함으로써 끝이 났다.

채 시장은 “많은 시민들의 응원과 전국적으로 지지를 보내주신 국민 덕분으로 522km의 국토대장정을 완주할 수 있었다”며 “이것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으로 3가지 현안 해결로 마무리 될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내비쳤다.

글 _ 화성·강인묵 기자 imka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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