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개성공단 중단 133일 만에 남북 정상화
[ISSUE] 개성공단 중단 133일 만에 남북 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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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이 8월 14일 7차례에 걸친 마라톤 회담 끝에 개성공단 정상화에 전격 합의했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3일 북한의 일방적 통행제한 조치로 발발한 개성공단 사태는 133일 만에 해결의 첫걸음을 뗐다.

남북은 이날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에서 열린 7차 실무회담에서 한 발짝 씩 물러서며 △재발방지에 대한 공동 노력 △남측 인원들의 신변안전 및 투자 자산 보호와 통행·통신·통관 문제 해결 △개성공단 국제화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 구성 △제도적 장치 마련 및 설비 정비 후 재가동 등 5개항이 포함된 합의서를 채택했다.

이로써 오랫동안 경색됐던 남북관계가 화해 무드에 들어서며 향후 남북관계에도 청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남북한의 전격적 합의로 인해 개성공단은 정상화 수순을 밟을 예정이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다. 동시에 개성공단을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공단으로 키우기로 합의한 만큼 앞으로 남북 경협 확대의 단초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개성공단 정상화 계기로 한반도 평화무드 조성
8월 14일, 남북회담 타결…5개항 합의서 채택

박 대통령, 이산가족 상봉·DMZ 세계평화공원 조성 제안
박근혜 대통령은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북측에 이산가족 상봉과 DMZ 세계평화공원 조성을 제안했다.

특히 이산가족 상봉의 경우 인도적 차원의 문제인 만큼 남북 모두 정치적 부담이 크지 않은 데다 북한이 이미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접촉을 제안한 적이 있어 성사가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은 제2차 실무회담 당시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과 금강산관광 재개 실무회담 개최를 제안한 바 있어 박 대통령의 이번 제안에도 성의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또 DMZ 세계평화공원과 관련, 박 대통령은 지난 5월 방미 중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DMZ 세계평화공원 조성 계획을 처음 밝혔으며, 이후에도 중국과 유엔 등에 동참을 제안하는 등 수차례에 걸쳐 공개석상에서 DMZ 세계평화공원 조성을 제안했다.

박 대통령의 지속적인 발언에 대해 그동안 북한이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한 적은 없지만, 개성공단 정상화를 계기로 한반도에 평화 무드가 조성되고 있는 만큼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최근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박상권 평화자동차 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개성공단도 따지고 보면 DMZ 안에 있다”며 “개성공단이 잘 돼야 DMZ에 평화공원을 만드는 것도 되든지 말든지 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집중된다.

더욱이 박 대통령의 제안은 개성공단 정상화 문제를 마무리한 직후 나온 것이라 북한 역시 긍정적으로 입장표명을 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개성공단 사태 ‘발생’부터 ‘정상화’… 피말렸던 133일
남북은 8월 14일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7차 실무회담을 개최하고 5개항으로 된 합의서에 서명했다. 이로써 남북은 개성공단 사태가 발생한지 133일 만에 극적으로 해결책을 마련했다.

개성공단 사태는 지난 4월 3일 북한이 한미군사훈련 등을 문제 삼으며 우리 측 근로자들의 입경(남->북)을 일방적으로 차단하고 남측으로의 귀환만을 허용하면서 시작됐다. 다음날인 4일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이하 조평통) 대변인은 “못된 말을 계속하면 북측 근로자를 철수시키겠다”며 우리 측과 날을 세웠다.

나흘 뒤인 8일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은 개성공단 가동의 잠정 중단과 북한 근로자 전원 철수를 발표했고, 9일에는 북한 근로자 5만3천여명이 철수하면서 개성공단은 가동을 중단했다.

가동 중단 후 박 대통령은 “북과 대화”를 언급했고,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성명을 발표했지만, 북한은 우리 측과의 대화를 거부하면서 우리 정부와 미국에 “대화와 협상을 원하면 도발을 중지하고 사죄하라”고 요구해왔다.

공단에 체류 중이던 입주기업 관계자 등 우리 측 인원들은 식료품 등의 반입이 끊긴 이후에도 3주 이상을 버텼으나, 우리 정부가 전원 귀환 결정을 내림에 따라 5월 3일 철수를 완료했다.


남북은 이후 한달여 동안 성과없는 기싸움을 이어갔다. 6월 6일에는 북한이 개성공단 정상화·금강산관광 재개 회담을 제의하고 정부가 장관급 회담을 개최하자고 역제안함에 따라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 듯 했다.

남북은 당초 수차례의 접촉 끝에 12일부터 이틀간 서울에서 ‘남북 당국회담’을 개최키로 했으나, 북측이 우리 대표단의 수석대표의 ‘급’을 문제삼아 막판에 무산되면서 남북은 다시 한달 간 냉각기를 가졌다.

정상화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던 개성공단 사태는 7월 3일 북한이 개성공단 입주기업 및 공단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의 방북을 허용하면서 실마리가 잡히기 시작했다. 북한의 이러한 의사에 우리 측은 다음날인 7월 4일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실무회담을 제의했고, 양측은 회담 개최에 합의하면서 대화무드에 들어갔다.

남북은 7월 6일 판문점에서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1차 실무회담을 개최하고 개성공단 재가동에 원칙적으로 합의했으며, 7월 25일까지 6차례에 걸쳐 실무회담을 가졌다.

하지만 남북은 6차례의 실무회담에서 개성공단 사태 발생의 책임 소재와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두고 한치의 양보없는 공방전을 벌이며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우리 정부는 공단 재가동에 앞서 북측이 개성공단 사태 발생의 책임을 인정하는 한편 재발방지대책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촉구한 반면, 북측은 개성공단을 일단 재가동하자며 대립했다.

특히 7월 25일 개최한 6차 실무회담에서는 남북 대립이 정점으로 치달아 다음 회담 일정을 잡지 못한 채 회담이 끝나면서 개성공단은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됐다.

이날 회담이 결렬된 후 북측 수석대표였던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은 갑작스레 남측 기자단이 머물던 곳으로 난입, 기자회견을 갖고 “공업지구가 파탄되면 공단에 군부대를 복원하겠다”며 위협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6차 실무회담 결렬 직후인 7월 28일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마지막 회담’을 제안하면서 “북측이 재발방지에 대한 진정성 있는 의지를 보이지 않을 경우 ‘중대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은 그러나 열흘 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고, 우리 정부는 8월 7일 중대조치의 첫 단계로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대해 남북경협보험금 지급 방침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그러자 북한은 이날 곧바로 조평통 특별담화를 통해 7차 실무회담 개최를 제의하며 재발방지대책 등 그동안의 쟁점에 대해 다소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에 따라 남북은 8월 14일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에서 7차 실무회담을 개최하고 5개항이 포함된 합의서에 서명하면서 개성공단 사태는 우여곡절 끝에 해결책을 마련하게 됐다.

 
北, 국내외 환경 고려 개성공단 재가동 합의한 듯
남북한이 7차 실무회담에서 합의서를 채택하며 극적으로 개성공단 정상화를 이뤄낸 데에는 양측의 절박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날 실무회담에서 정상화 합의에 실패해 우리 정부가 경고한 대로 공단 폐쇄 절차를 밟게 됐다면 양측 모두 잃을 게 많았을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일단 남북관계를 주도적으로 이끌 수단을 잃게 된다는 점에서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개성공단이 남북관계에 있어 북한의 분위기를 가늠하는 ‘봉화대’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공단 폐쇄는 정부의 대북 전략에 차질을 줄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북한이 회담 결렬을 이유로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강경 전략을 펼칠 경우 박 대통령은 임기 내내 안보 불안으로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또한 국내 정치 상황을 놓고 볼 때 정부가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것도 정상화 요소 중 하나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가정보원 국정조사,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등으로 여야가 치열하게 대치하고 있는 현 정국에서 회담이 무산됐다면 정부는 “야당이 주장한 유연성을 발휘하지 못해 회담에 실패했다”는 여론의 비판을 피하기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민주당이 이를 빌미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압박할 경우 올 하반기 정국 운영과 10월 재보선, 나아가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개성공단 협상이 결렬돼 폐쇄 수순에 내몰릴 경우 북한도 부담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북한 입장에서는 개성공단 정상화를 바탕으로 6자 회담을 재개해 국제사회로부터의 대규모 지원을 이끌어낸다는 전략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더불어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북한을 혈맹국이 아닌 다른 국가와 똑같이 대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상황에서 공단 폐쇄는 중국과의 관계를 더욱 어색하게 만들어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는 수를 두는 셈이다.

또 개성공단 내에 있는 북한 근로자 5만3천여명이 일자리를 잃게 돼 경제적 타격을 입게 되는 것은 물론 최악의 경우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대한 정통성까지 흔들릴 가능성도 있었다.

이처럼 공단 폐쇄가 서로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남북한은 절박한 심정을 바탕으로 각자 유연성을 발휘, 극적인 합의를 이룬 것으로 분석된다.

개성공단 향후 전망은… 정부·기업 빠른 시기에 재가동 총력
남북이 개성공단 정상화에 합의하면서 공단 재가동이 언제 이뤄질 수 있을지를 두고 관심이 집중된다. 남북이 채택한 합의서 제5항에 명시된 바와 같이 우리 정부와 북한 측은 안전한 출입 및 체류, 투자자산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한편 개성공단 기업들이 설비 정비를 마치는 대로 재가동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나갈 방침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북한과의 합의 직후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해 발 빠른 대응에 착수했으며 현재 설비를 점검 중에 있다.

입주기업들은 그러나 장마철 동안 설비들이 습기에 방치된 점과 넉 달이 넘는 기간 동안 기계를 돌리지 않은 점 때문에 재가동까지는 1~2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실제 개성공단 재가동은 설비 점검 완료 시점 및 구체적인 제도가 마련되는 시기에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글 _ 김재민·송우일 기자 swi0906@kyeonggi.com
사진 _ 김시범·전형민·추상철 기자 sbkim@kyeonggi.com·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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