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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문화원의 시대공감]22.고양문화원 ‘다문화가정 합동 전통혼례’

전통한복에 연지곤지 곱게 찍고… 소박한 결혼이지만 ‘이보다 행복할 수 없다’

강현숙 기자 mom1209@kyeonggi.com 노출승인 2013년 09월 16일 12:08     발행일 2013년 09월 17일 화요일     제0면

   
 
‘결혼식’은 사랑하는 남녀가 앞으로 일생을 같이 하겠다고 친지나 친구들 앞에서 서약하는 의식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결혼’은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의미 있는 행사다. 따라서 대개는 일생의 단 한번뿐인 결혼식을 위해 적잖은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보여주기식의 호화스러운 결혼식을 하고 있다.

특히, 1994년부터 호텔 결혼식이 허용된 이후 결혼식은 일종의 ‘부의 상징’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사람들이 말하길, 요즘 결혼은 ‘두려워서’ 못한다고 한다. 거액을 쏟아 붓는 호화결혼식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엄살 가득한 말이다. 그러나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경제적인 또는 여러가지 사정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고 결혼식 사진 하나 없이 사는 부부들이 참 많다. 특히 다문화가정의 경우 더 하다. 추석을 앞두고 고양시에서 아주 특별한 결혼식이 있었다.

외국인 100만 시대. 혈통주의를 고집해 왔던 한국은 21세기 다문화 사회로의 진입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우리와 피부색이 다르고 문화와 언어가 다르다고 해서 배척하거나 불편을 주어서는 함께 살 수가 없다. 조촐한 전통 혼례식을 통해 ‘다문화가정 끌어안기’를 시작한 고양문화원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는 이유다.

■ “늦깎이 결혼식이지만 행복해요!”
한국 전통혼례로 백년가약 소중한 예식 무료로 진행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고 살아온 고양시 다문화가정 부부 6쌍이 최근 가족·친지 등의 축복 속에 합동결혼식으로 백년가약을 맺었다.

고양문화원(원장 방규동)은 고양시 지원으로 9월 14일 오후 2시 30분 고양문화원 1층 강당에서 ‘다문화가정을 위한 합동 전통혼례’를 마련했다. 문화원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채 살아가는 다문화가정 부부들에게 지역사회 정착을 돕고 가족의 끈을 단단히 묶어주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합동결혼식을 주관하게 됐다.

첫번째 주인공들은 오병조-안수영(베트남), 이정규-아멜리아비가마드(필리핀), 채월희-요시다 에미꼬(일본), 홍우성-고가 후끼꼬(일본), 박호영-이은주(필리핀), 박성식-이또 기누에(일본) 부부.

형형색색 전통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양 볼에 연지곤지를 찍은 외국인 신부들은 다소 경직된 얼굴이었지만 푸른빛 한복을 빼입은 신랑을 보고선 금방 함박웃음을 지었다. 식장은 가족들과 지인들로 가득해 빈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하객 역시 외국인들이 여기저기 보였다.

본식에서는 혼례집례관의 주도로 전통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신부가 가마를 타고 등장했으며 신랑이 기럭아비와 함께 신부 집에 도착해 기러기를 드리는 전안례, 신랑과 신부가 서로 절을 주고받는 교배례, 술잔을 주고받으며 부부가 되었음을 서약하는 합근례 및 폐백 등의 혼례순서가 진행됐다.

특히 폐백실에서 외국인 신부들은 집안 어르신들이 던져주는 밤과 대추를 치마 폭에 담는 것이 마치 놀이처럼 느껴졌는지 갑자기 웃음보를 터트렸다.

6쌍의 부부는 전통 혼례식이 처음인지라 모든 것이 서툴었지만 그래도 실수가 기쁨이 되고 즐거움이 되는 순간이었다.

러브샷(?), 대추나눠먹기, 엎어주기 등 부부 사이의 정을 돈독히 하는 행사를 마치고서야 모든 행사가 마무리 됐다. 신부들은 그제서야 긴장이 풀렸는지 안도의 숨을 내쉬며 편안한 미소를 내비쳤다. 신랑들은 그런 신부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연방 싱글벙글이었다. 

   
 
   
 

■연상연하 커플 등 고양시에 거주하는 6쌍 부부 ‘축하 봇물’
다문화가족의 소박한 결혼이 준 감흥 오래 기억될 것

이날 혼례식 내내 함박웃음을 짓던 채월희씨(53), 요시다 에미꼬씨(54·일본) 부부는 연상연하 커플이다.
채월희씨는 “아내를 만나고 여태껏 약혼식이 전부였다. 항상 괜찮다는 아내를 보며 항상 미안했는데 문화원에서 전통혼례를 진행한다는 말을 듣고 이거다 싶었다. 25년 만에 전통혼례를 올려 한이 풀리는 기분”이라며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 행복하고 전통혼례행사와 축하선물까지 마련해준 문화원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요시다 에미꼬씨는 “현대식 혼례보다 훨씬 깊이가 있고 행동, 행사 하나하나에 의미가 있음을 느꼈다”며 “많은 분들이 축하해주시고 잘살라고 응원해 주셔서 너무 행복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정규(55)ㆍ아멜리아비가마드(54ㆍ필린핀) 부부는 딸이 지켜보는 가운데 혼례를 올려 보는 이로 하여금 눈물을 짓게 했다.

이씨는 “고양문화원에서 추석 전에 전통혼례를 진행한다기에 부랴부랴 신청했다”며 “여러가지 사정으로 결혼식을 미뤄와서 그동안 아내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늦게나마 한복을 입혀줄 수 있어 너무 기쁘고 아내도 너무 행복해 한다”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아내 아멜리아비가마드씨는 “결혼식을 못 올린 것이 항상 속상했는데 이번에 문화원에서 식을 올릴 수 있게 되어 너무 기쁘다”며 “왠지 앞으로 더 열심히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웃었다.

부모님의 ‘늦깎이’ 결혼식을 멀리서 바라보던 딸 이채은씨(23)는 “아빠와 엄마가 아름다운 전통의상을 입고 혼례를 하는 모습이 무척 신기하다”며 “늦게나마 혼례를 올릴 수 있게 되서 참으로 감사하고 오늘따라 아빠, 엄마가 더 잘생기고 더 예뻐 보인다”고 말했다.

다문화가족의 행복해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방규동 고양문화원장은 마치 친딸을 시집보내는 마음으로 행사를 조용히 지켜봤다.

방규동 고양문화원장은 “고양 600주년을 맞이해서 문화원이 시와 함께 마련한 전통혼례가 실시돼 참으로 기쁘다. 비가 와서 밖에서 행사를 진행하지 못한 게 아쉽지만 한옥형태의 문화원내부구조 덕에 실내에서도 충분히 멋진 행사가 진행된 것 같다. 전통한옥 속의 전통혼례로 최고의 궁합이 아니었나 싶다”며 “앞으로도 전통혼례가 소외계층이나 다문화가정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이나 관광객들에게 고양시의 대표 관광상품으로 다가갈 수 있는 전통행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화 결혼식이 넘치는 세상에서 고양문화원에서 진행된 다문화가족의 소박한 결혼이 준 감흥은 오래 기억될 것이다.
글_강현숙ㆍ박준상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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