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준기자의 현장체험리포트] 승마재활지도사
[이호준기자의 현장체험리포트] 승마재활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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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말타며 성취감ㆍ자신감 충전


지난여름 휴가지로 찾았던 제주도. 짧은 휴가였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중 하나는 ‘승마’였다. 말 등에 처음 올라탔을 때의 짜릿함.

말의 체온이 고스란히 전달되면서 느껴지는 따스함. 터벅터벅 내딛을 때마다 미세하게 전해지는 근육들의 움직임. 조금은 높아진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수평선. 오묘했던 그 순간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승마장 대표에게 이 이야기를 하자 그는 내게 “말 귀신에 씌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 때의 경험 덕인지 이번 일일 직업 체험 차례가 돌아왔을 때도 ‘말’이 생각났다. 여기에 직업체험만의 의미와 고민을 더한 끝에 떠오른 것이 ‘재활승마지도사’였다. 새로운 복지 서비스로 부상하고 있고 그중 말을 이용한 ‘우리 아이 심리지원 서비스’가 화제가 되는 이유도 있지만, 다시 한 번 말을 느껴보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다.

재활승마지도사를 체험하기 위해 지난 11월 5일 용인시 기흥구에 위치한 ‘신갈 승마클럽’을 찾았다. 이곳은 현재 20여 명의 아이들에게 ‘우리 아이 심리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는 기준은 가구 소득이 전국 가구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가정이거나 한 부모 가정, 다문화가정의 아이다. 고가의 레저스포츠인 탓에 승마를 배우려면 시간당 8만 원가량의 강습료를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 지원으로 한 시간에 5천 원가량만 내면 승마를 배울 수 있다.

재활승마서비스는 아이들이 학교 수업을 마친 후 진행되기 때문에 오후 5시나 돼야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된다. 그래서 아이들이 도착하기 한 시간 전쯤 승마장에 도착해 복장을 갖추고 최태진 신갈 승마클럽 대표(60)에게 승마에 대한 간단한 교육을 받았다.

먼저 타이트하게 붙는 승마복을 입으니 왠지 부끄러웠지만 옷이 굉장히 편했다. 어색해하는 나에게 최 대표는 “승마는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선진국에서도 귀족들만 즐기던 스포츠다”며 “모든 패션의 시작이 이들이 입었던 승마복에서 출발했다고 보면 된다”는 다소 믿거나 말거나 식의 말을 건넸다.

아이들이 승마를 배우면 어떠한 부분이 좋은지를 물어보니 최 대표는 “아이들이 말을 타는 모습을 잘 본 후 아이들에게 직접 물어보라”고 답했다.

아이들이 도착하기 전 재활승마지도사들은 아이들이 다치지 않도록 모레에 물을 뿌리고 평평하게 다지는 등 마장을 정리한다.   

마장 정리를 마치면 아이들이 탈 말 상태를 체크하고 아이들의 숫자에 맞춰 말을 마장으로 데려온다.
말을 끌고 나놀 때 주의할 점은, 항상 말의 왼쪽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과 고삐를 말 턱에서부터 20㎝정도 떨어진 곳에서 잡아야 한다는 점 등이다. 또 말은 뒤에 사람이 있으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뒷발차기(?!)를 해 절대 말의 뒤에는 가선 안 된단다.


신갈 승마클럽에 있는 말은 제주도에서 보았던 말보다 훨씬 크고, 윤기가 있었다. 이곳의 말은 모두 경주용 말로 과천 경마장 등에서 활동하던 말이라고 한다. 힘도 굉장히 좋아 보여 다가가는데 겁도 났지만, 지도사의 도움으로 무사히 말에 다가갈 수 있었다.

마장에 말을 대기시키는 작업까지 마치고 나니 아이들을 태운 차량이 승마장에 도착했다.
오늘 승마 서비스를 받을 아이들은 중학생 2명과 초등학생 3명 등 모두 5명. 아이들은 두려움반 설레임반으로 마장에 들어섰다.

나는 먼저 아이들이 말을 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수행했다. 경주용 말은 꽤 크기 때문에 아이들은 의자를 밟고 말 등으로 올라섰고, 아이들이 말 갈퀴와 고삐를 왼손에 쥐고 말 등에 올라서면 발을 등자에 제대로 끼웠는지, 말이 불편하지는 않은지 등을 하나하나 체크했다.

형편 어려운 아이들 얼굴에 그늘 사라져
귀족스포츠 옛말 이젠 ‘재활스포츠’
말 뒤로 접근하면 ‘뒷발치기 세례’ 조심…

승마의 기본자세는 익히 들어 알고 있는 ‘기마자세’다. 아이들이 말을 탔을 때 머리와 어깨, 엉덩이, 발뒤꿈치가 일직선이 되도록 자세를 잡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말을 타면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몸이 앞으로 기우는데 자칫 낙마할 위험이 있다. 이 때문에 승마지도사들은 아이들이 말을 몰 때 어깨를 약간 뒤로 젖히도록 살펴야 한다.

아이들이 모두 안전하게 말에 타면, 승마지도사는 ‘부조’를 보내 말이 움직이도록 한다. 부조는 말에게 주는 일종의 신호다. 부조는 음성과 몸짓, 채찍 등 3가지가 있는데, 승마지도사들은 직접 말을 타지 않기 때문에 음성으로 말에게 신호를 준다.

신갈 승마클럽의 지도사가 ‘쯧쯧’ 하고 신호를 보내면 말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사람의 신호를 동물이 알아듣는 모습은 언제 봐도 신기하다.

오늘 아이들은 평보에서부터 경속보까지 말을 탄다. 평보는 말이 걷는 정도의 속도이고 경속보는 말이 뛰는 것은 아니지만 빠르게 걷는 것을 뜻한다.

평보에서 부터 시작해 지도사의 부조에 맞춰 말들이 속도를 냈다가 줄였다 가를 반복한다. 이때 지도사는 아이들이 자세를 똑바로 하고 있는지 등을 한시도 놓치지 않고 체크하며 아이들의 상태를 예의 주시한다. 경주용 말에서 아이들이 낙마하게 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30여 분간 아이들이 말을 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아이들은 상기된 표정으로 말과 하나가 돼 리듬을 타고 있었다. 아이들 얼굴에서는 다양한 의미를 담은 미소를 볼 수 있었다.

승마를 마친 후 한 초등학생은 “내 몸보다 큰 말을 직접 타고 또 움직여보니 나도 무엇인가를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며 “무엇 보다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학생은 “말을 타고 달리면 학교에서 받았던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것 같다”며 “승마 서비스를 받은 후보다 밝은 생활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나 역시 말을 타는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승마 서비스가 아이들에게 다양한 긍정적 효과를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들이 모두 떠난 후 마구간에 말을 돌려놓으면서 승마지도사로서 오늘 하루 일과를 모두 마쳤다.
일과를 마친 후 지도사들은 “이 기자도 말을 타고 아이들의 기분을 느껴봐야 기사를 쓰지 않겠어!”라며 경주용 말을 태웠다. 말을 타면서 조금 전 아이들이 느꼈다고 말한 성취감과 자신감 등도 몸소 느껴볼 수 있었다.

체험을 끝내고 돌아가려는 내게 최 대표는 “승마를 알면 인생을 알 수 있다”는 말을 남겼다. 말의 얼굴에 씌우는 ‘굴레’. 말은 이 굴레를 쓰면 입에 재갈을 물게 돼 인간의 말을 듣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말이 쓴 굴레를 보면, 말을 타면, 인생의 굴레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아직 본격적으로 승마를 배우지 않아 최 대표가 한 말의 뜻을 제대로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사회서비스 사업으로 승마를 배우는 아이들은 승마 교육을 통해 얻은 자신감과 정신적·육체적 건강함으로 경제적 어려움과 한 부모 및 다문화 가정 등 자신을 둘러싼 굴레를 뛰어넘어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치는 멋진 어른으로 성장하길 응원해 본다.

글 _ 이호준 기자 hojun@kyeonggi.com
사진 _ 전형민 기자 hmje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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