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살길을 묻다] 마을기업 ‘따뜻한 경제’ 첫걸음
[지방자치, 살길을 묻다] 마을기업 ‘따뜻한 경제’ 첫걸음
  • 정자연 기자 jjy84@kyeonggi.com
  • 입력   2014. 08. 11   오후 3 : 05
  • 7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잘먹고 잘파니… 소비자·농민 “대박이야”
“우리 밥상엔 우리지역 농산물” 김포로컬푸드판매장, 지산지소 김포시책과 通!

마을이 풍요로워지고 있다.

한동안 잊고 살았던 주민간의 정이 신뢰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바로 마을기업을 통해서다. 지난 2010년 하반기부터 추진된 마을기업은 지자체 만이 가진 특색을 활용해 주민들이 스스로 선순환 경제구조를 만들어 낸다. 주민은 일자리가 생기고, 지역경제도 되살아나니 모두가 즐거울 수밖에 없다.

2012년 문을 연 김포 로컬푸드판매장(본부장 최장수)역시 지역의 자원을 활용해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농업’이라는 김포의 특색과 농민 판로 불안정, 소비자 먹을거리 불안이라는 ‘단점’을 결합해 반전의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 지역에서 일궈낸 작은 변화가 모여 큰 힘을 발휘하는 현장에 가봤다.

지난달 21일 김포시 북변동 김포로컬푸드판매장. 쌀, 계란, 각종 농산물부터 수박, 각종 장류 등이 풍성하게 진열된 이곳 제품에는 한 가지 눈에 띄는 게 있었다.

바로 ‘메이드 인 김포’ 라고 새겨진 문구다. 450여 가지의 제품에는 모두 ‘김포시 00동 00지’라는 생산지와 생산자 이름, 연락처가 기재돼 있다. 진열대에는 농산물을 직접 기른 생산자의 얼굴이 사진으로 소비자를 환하게 맞았다.

김포에서 자라나는 농산물을 농민들이 직접 판매하는 장터인 김포로컬푸드판매장은 지역농민, 창업 지망생 등 엘리트농업대학교 창업지원과 졸업생 5명이 의기투합해 만든 곳이다.

출발은 ‘김포에서 나는 농산물을 왜 지역주민들이 맛볼 수 없을까?’라는 고민이었다. 김포시 농가호수는 5천844호로 전체 가구의 4.9%, 농가인구는 1만 7천836명으로 전체인구의 5.7%를 차지하지만, 마트에서는 김포 농산물 대신 수백 킬로미터를 건너온 먼 지역의 농산물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들은 재래시장처럼 상시로 농가들이 판매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자고 결심했다. 때마침 당시 김포시도 지산지소(地産地消) 시책을 펼쳤다. 2011년도 하반기에 마을기업 사업계획서를 준비하고, 2012년 5천만 원의 마을기업 자금을 토대로 창고형 로컬푸드 직매장으로 시작했다.

시작은 단출했지만, 가능성을 알아본 김포농업기술센터에서 지난해 리모델링 사업비를 지원하면서 현재의 매장형태로 새롭게 단장했다.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자는데 시와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도움이 뒷받침됐던 것이다.

운영 원칙은 당일 생산, 당일 판매의 철저한 1일 시스템이었다.

지역의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가라면 순번제로 누구나 참여 가능하도록 했다. 오전 7시만 되면 농민들은 자신들이 새벽에 생산한 제품을 판매장에 싣고 왔다. 이후 가격이 결정되면 포장을 하고 직접 판매장에 진열했다. 판매장에 내는 수수료는 판매금액의 15%로 유통구조를 줄이니 일반 경매에 부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이익을 농민들은 남길 수 있었다.

우대와 기대 속에 문을 연 후 로컬푸드판매장은 말 그대로 대박을 쳤다. 문을 연 첫 달 3천만 원의 수익을 냈고, 다음 달엔 6천만 원, 현재 평균 월 매출 1억 5천만 원으로 껑충 뛰었다.
생산자 실명제 뿐만 아니라 제품 생산자의 스토리를 담아 SNS, 블로그 등에 올려 소비자들의 신뢰를 확보한 게 유효했다.

매출이 늘어나면서 가장 신바람이 난 이들은 바로 김포시 농민들이었다.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게 되면서 잘되는 농가는 월 500만~700만 원의 소득을 올리게 됐다. 주력상품으로 팔던 계란은 신선도 테스트의 우수성이 소문을 타면서 연 1억 2천만 원 가량의 매출을 올리는 효자상품이 됐다.

오른 것은 수익뿐만이 아니었다. 김포 농가에 조용하지만 큰 변화가 시작됐다.

농민들은 상품의 질을 높이려고 포장기술을 배우고 품질관리를 철저히 하면서 상품성을 꾀했고,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품종 다양화를 시도했다.

품질이 우수하니 백화점에서도 납품 요청이 쏟아졌다. 소비자들은 지역의 신선하고 맛좋은 먹을거리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면서 자연스럽게 지역 농산물과 농민에도 관심을 두게 됐다.

주부 김용주씨(47ㆍ여)는 “지역에서 당일 생산된 제품을 사서 그런지 항상 신선하다”면서 “지역농민에게 감사한 마음도 갖게 되고, 우리 지역에 어떤 농산물이 나는지 관심도 갖게 됐다”고 만족해했다.

최장수 본부장은 “농산물 체험장을 확대해 도농교류 활성화를 꾀하고, 앞으로 협동조합으로도 전환해 많은 지역주민이 조합원으로 참여해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모델을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자연기자
사진=전형민기자


지자체 주도 진화하는 마을기업
천연쪽 염색하면 이천? 명품 블루베리는 여주? 지역 ‘특색’ 살아있네~

■ 경기지역 170개 ‘마을기업’ 성장중
광교산이 주는 밥상만들기, 행궁동 예술만들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행복한 일터, 독거노인과 취약계층을 위한 밑반찬 봉사 및 점심 제공, 줄풀가공, 여주블루베리 명품화 사업…. 이름에서부터 마을이 가진 특색이 묻어나는 경기도 마을기업의 사업명들이다.

마을기업은 지역공동체를 복원하는 새로운 프로젝트다. 지역 주민들이 지역의 문제를 살펴보고, 이를 해결하고자 마을 자원을 활용해 비즈니스화 하면, 지역주민들이 소득을 올려가는 구조다. 지역의 특산품과 자연자원을 활용해 관광, 농촌체험, 전통공예 등 지역 특화 아이템도 발굴할 수 있다.

경기지역의 마을기업은 도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사업 육성의지에 발맞춰 급성장하고 있다. 사업 초기인 지난 2010년 24곳이었던 마을기업은 현재 170곳에 달한다. 고용과 매출액도 눈여겨볼 만하다.

지난해 기준 마을기업에서 일한 근로자는(비상근 포함) 1천320명이며, 지역사회의 호응으로 매출액은 91억 원을 달성했다. 문화 예술사업, 관광체험 사업, 복지사업, 먹을거리 등 다양한 분야의 마을기업이 지역의 특색에 맞게 설립되고 있다.

■ 지역서 빛 발하는 마을기업
이천시 마장면 한국천연쪽협동조합은 산골 다섯 가구 주민들이 자연에서 색을 얻는 쪽 천연염색으로 전통 염색의 맥을 잇고 있다. 지난 10월 마을기업에 선정된 안양시 만안구 나눔협동조합은 지역 내 경제적 불균형에 문제의식을 느낀 50대 중년의 아빠 등이 뭉쳐 실내공기정화제 전문 마을기업을 차렸다.

지역 홀몸 노인과 한부모 가정 등 취약계층을 생산작업에 참여토록 해 이들에게 수익을 얻게 했고, 지역 내 경로당 등에도 봉사활동을 하며 지역주민과 스킨십을 이어간다. 지난 2010년 마을기업으로 문을 연 여주군의 ‘통카페(Tong Cafe)’는 농촌 지역의 특성상 결혼 이주여성이 많고, 이들을 위한 일거리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출발점이었다.

올해부터는 마을기업이 지자체 주도로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안전행정부는 그동안 안행부 주도로 시행됐던 마을기업 사업을 올해부터 지자체 중심으로 지역거버넌스를 통해 지역 특성에 맞는 사업을 육성하도록 사업 패러다임을 전환할 계획이다.

지역실정을 제일 잘 아는 지자체가 나서 지역 특색을 살린 마을기업을 육성한다는 뜻이다. 마을기업은 마을, 지역주민과 함께 진화하고 있다.

정자연기자


[인터뷰] 박명분 ㈔한국마을기업협회장
지역경제 활기 불어넣는 ‘마을기업’
상생 생태계 구축… 행정 지원ㆍ관심
‘아직 실험 중인 새로운 공동체 경제’. 마을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마을기업이 공동체 의식 회복, 지역의 부가가치 창출 등의 긍정적 역할을 목표로 하지만, 아직 성공을 말하기에는 이르다는 뜻이다.

마을기업이 지역에서 빛을 발하려면 어떤 노력이 동반돼야 할까.

박명분 ㈔한국마을기업협회장은 “마을기업은 시장의 그늘을 보완하는 따뜻한 경제”라며 “지역주민들이 함께 연대하는 방식의 마을기업이 성장한다면, 지역 경제의 한 축을 형성하고 발전시키는 윤활제 역할을 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내다봤다.

Q. 마을기업이 새 경제주체로 떠올랐다. 지역에서 마을기업의 역할은 무엇인가.
A. 지역 내의 다양한 마을 문제를 주민들이 직접 고민하고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탄생한 지역 산출물이다. 지역주민들이 주체가 돼 지속 가능한 기업형태로 발전시켜가면서 자연스럽게 지역 공동체 회복의 촉매제 역할도 한다. 지역주민들이 생산하는 물품과 서비스이기에 주민들이 믿고 신뢰할 수 있다.

이러한 마을기업들이 지역사회에 여러 개 설립된다면 지역상권의 부흥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Q. 현재 마을기업 운영자들이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은 뭔가.
A. 인적구조와 자본력의 한계상 일반 기업들과의 경쟁력에서 어려운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 특히 제품을 만들어도 가격과 품질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마을기업이 지역사회 공동체를 회복하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기업임을 인식하고 일정 기간은 보호 해주는 제도가 필요하다.

Q. 다양한 형태의 마을기업이 생겨나려면 지자체의 도움이 절실하다. 어떤 지원이 필요한가.
A. 마을기업을 포함해 사회적경제기업이 성장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지자체 단체장의 적극적 관심과 의지다. 즉, 행정기관의 관심과 지원, 지역주민이 함께하는 민ㆍ관 거버넌스를 실현하려 노력하면 다양한 형태의 마을기업이 태어날 것이다.

경기도는 대부분 도농복합지역인 것을 고려해 농촌과 도시가 같이 공존하고 상생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로컬푸드매장을 활용하는 유통형 마을기업이 적합하다.

또 보조금 지원이 종료된 자립형 마을기업에 대한 간접지원과 생태계 조성에 지자체가 관심을 둘 때, 마을기업이 지역공동체 회복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역할을 다할 것이라 본다.

정자연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