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한가위만 같았으면 좋겠습니다
[데스크 칼럼] 한가위만 같았으면 좋겠습니다
  • 박정임 경제부장 bakha@kyeonggi.com
  • 입력   2014. 08. 21   오후 8 : 25
  •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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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은 시집 올 때처럼 음식은 한가위처럼’이라는 말이 있다. 옷은 시집갈 때 가장 아름답게 입을수 있고, 음식은 한가위에 가장 풍성하게 먹을 수 있으니, 우리 조상은 이처럼 잘 입고 잘 먹으면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랐다.

한가위는 여름내 바빴던 일손을 멈추고 모처럼 가족과 친척이 한대 모여 놀이를 즐기며 정을 나누는 날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즐거워야 할 명절이 부담스런 날이 됐다. 대놓고 명절증후군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다.

최근 저녁을 함께한 중소기업 사장은 “직원들 월급 주기도 빠듯한데 적지만 떡값이라도 줘야 하고, 거래처에 선물도 돌려야 한다”며 “명절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내수부진에 따른 자금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 사장이 할 수 있는 말이기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여름휴가 갖다 온 지 얼마 됐다고, 올핸 대체휴가까지 생겨 닷새씩 놀면 일은 언제 하느냐”는 불만을 연거푸 쏟아낼 때는 불편함에 귀를 막고 싶었다. 올 추석은 지난 1976년 이후 38년 만에 가장 날짜가 빠른 추석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추석이 반갑지 않다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과수농가는 비상이 걸렸다. ‘추석사과’라고 불리는 홍로는 보통 9월 초부터 수확되는데, 올해는 이른 추석에 맞춰 1주일 이상 출하를 앞당겨야 하니 성장촉진제 같은 인위적인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통상 추석을 넘기면 값이 반 토막나기 때문에 농민들의 처지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배 생산지역에서는 상당수의 농가에서 수확을 앞당기려고 이미 성장촉진제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장촉진제를 쓰면 수확은 앞당길 수 있지만, 맛과 저장성은 떨어진다. 짧은 생육기간도 문제지만 최근 잦은 비로 일조량이 부족해 햇과일 출하량이 줄 것으로 예상되면서 유통업계는 과일 확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 업계에선 신선도 유지도 관건이다. 자칫 늦더위 탓에 농식품·육류·수산물 등 신선식품이 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축산 선물세트는 스티로폼 재질의 포장 상자에 홈을 뚫고 내부 덮개를 씌워 삼중 밀봉 형태로 구성하는 방안 등이 도입되고, 수산 선물세트는 포장 내부 아이스 팩을 종전의 4배 크기로 별도 제작하는 등 머리를 쥐어짜고 있다. 한진, CJ 대한통운 등 택배업계는 오는 25일부터 다음 달 12일까지 3주를 추석 택배 특별 수송 기간으로 정하고 비상근무에 들어간 상태다.

소비자 입장에선 가격이 오를까 걱정이 태산이다. 우려대로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올 추석 사과와 배 선물세트 가격은 지난해보다 10~20%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다. 차례상 비용도 지난해와 비교하면 4~5% 더 들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올해 추석 차례상 비용은 4인 가족을 기준으로 전통 시장은 19만 천 원, 대형 유통업체는 27만 3천 원이었다.

반가운 건 삼성과 현대차·LG 등 대기업들이 추석을 앞두고 4조~5조원의 돈 보따리를 푼다고 한다. 협력회사 물품대금을 애초 지급일보다 앞당겨 지급하고 전통시장 상품권도 대거 구매해 임직원과 협력업체에 지급하는 등 내수경기를 진작 시키겠다는 방침이다. 농촌경제 활성화를 위한 직거래 장터도 개설한다고 한다.

이런 움직임들이 중소기업 사장을 웃게 하고, 노동자들을 웃게 하고, 시장상인들을 웃게 하고, 장 보는 주부들을 웃게 해 모두가 즐거운 한가위의 미덕이 되살아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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