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캥거루족의 비애
[데스크 칼럼] 캥거루족의 비애
  • 이용성 지역사회부장 ylees@kyeonggi.com
  • 입력   2014. 12. 04   오후 8 : 21
  •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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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학 4년생(졸업생)을 대상으로 언론관련 특강을 한 적이 있다. 나름대로 자부하는 기자생활의 노하우를 총동원, 90분에 걸쳐 열강(?)을 쏟아냈다.

하지만 내 생각과는 달리 상당수 학생의 분위기는 강의 내내 추욱 늘어진 느낌이었다. 이런 다소 침체 분위기의 배경은 강의 이후 담당교수에게 들을 수 있었다. 바로 취업 때문이란다.

“애들이 캥거루족이 될까봐 벌써 걱정”이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내는 교수 표정에서 얼어붙은 취업시장의 한 단면이 엿보였다.

대학졸업만 하면 돈을 벌어 부모에게 효도 할 줄 알았던 학생들이 졸업이 몇 개월 남지 않은 시점에서 부모에게 짐이 되는 캥거루족에 포함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통 캥거루족은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제때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의존하려는 계층을 말한다. 어미의 배 주머니에서 자라는 캥거루처럼 성인이 된 이후에도 부모에게 의존하는 젊은 세대를 칭하는 것이다.

각종 통계를 보면 전국적으로 청ㆍ중년층을 중심으로 국내 캥거루족은 100만명을 훨씬 넘고 있다. 이들 중에는 노동시장 진입을 포기하고 대책 없이 쉬는 의지력이 부족한 청년층과 별다른 개념없이 부모에게 무작정 매달리는 젊은 세대가 포함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캥거루족에 속한 이들은 극히 일부분이다.

오히려 비상구 없는 ‘청년 실업문제’로 취업을 하고 싶어도 도저히 직장을 찾지 못하는 이 시대의 청춘세대가 캥거루족의 울타리 속에 갇혀 버린 상태다. 고용 시장 고령화가 계속되고 있는 시점에서 청년의 13% 가량이 취업준비생인 것만 봐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숫자로 따져보면 65만~70만 명에 달하는 취업준비생이 노부모가 자식을 부양하는 ‘역부양’의 증가세에 한 몫하고 있다.

이들 취업준비생은 온갖 노력 끝에 취업에 성공하는 기간이 적게는 1년, 길게는 3년 이상이 걸린다. 또 청년취업자 중 상당수는 1년 이하 계약직에 채용되며 첫 직장을 시작, 쥐꼬리 같은 월급으로 도저히 캥거루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장기간에 걸쳐 취업을 위한 자격증 취득과 어학시험 등 스펙을 쌓고자 쏟아부은 비용 또한 발목을 잡으면서 캥거루족으로 오랫동안 머물게 하고 있다.

이처럼 사회낙제생과 불효자식 취급을 받는 캥거루족 감소대책을 세우는데 있어 현실적으로 막연한 것은 사실이다. 물론 실질적인 고용정책과 실업자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 전문성과 경쟁력 없는 인력을 쏟아내는 부실한 교육 현실에 대한 진단과 대책도 캥거루족 문제 해결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여기에다 청년실업에 대한 총체적인 위기의식과 더불어 체계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그동안 숫자놀음에 치우쳤던 일자리 창출의 새로운 방안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사회 진출 시기에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캥거루족에서 헤어나올 수 있도록 다양한 경제정책을 취업난 중심으로 재편, 일자리를 늘려보자는 것이다.

캥거루족으로 남길 원하는 청년은 없다. 몸집이 커져 비좁은 부모 품이 버거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들이 독립할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가장 큰 문제다. 우리사회 전체가 이 일을 고민해야 한다. 청년취업자의 수치도 중요하겠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이들이 독립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우리는 이 자신감을 위해 국내외를 막론하고 환경을 찾고 만들어 주어야 한다.

어느 성공한 사업가가 자신의 수천억원대의 전 재산으로 20대 젊음을 바꿀 수 있다면 그 길을 택하겠다고 했다. 우리가 안타까워하는 캥거루족은 수천억으로 살 수 없는 청년이라는 점을 우리 사회가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

이용성 지역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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