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권서 벗어난 재기발랄한 반항
제도권서 벗어난 재기발랄한 반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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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격된 작가들의 합격 전시 ‘작가실력’ 서울 aA 디자인뮤지엄 30일까지
▲ 고우리作- Exterior 06

일본 현대문학의 대표 작가 다자이 오사무는 서른아홉 살에 요절했다. 그렇지만 현재까지도 일본 데카당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평가된다.

그는 자전적 소설 ‘인간 실격’을 통해 오직 순수함만을 갈망하던 여린 심성의 한 젊은이가 인간들의 위선과 잔인함에 의해 어느 세계에도 속하지 못한 채 인간 실격자로 전락한 주인공의 내면을 치밀한 심리묘사로 기록했다.

이 같은 다자이의 소설 ‘인간 실격’에 착안한 ‘작가 실격(作家 失格)’展이 서울에서 열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전시에는 20대 젊은 작가 6인 함께 한다. 참여 작가 고우리(24), 고주안(26), 권빛샘(26), 박민준(26), 임상선(26), 정윤영(27)은 변변한 학벌도, 화려한 전시경력도 없다. 이들은 이번 전시에서 하위 문화임을 자처하며, 가치를 전복하는 작업들을 선보인다.

이들의 작업을 어떤 범주로 분류하려 하면 할수록 그 시도는 왜곡될 것이다. B급작가들의 ‘실없는 전시’일지는 모르지만, 제도권 미술에 대한 재기발랄한 반항을 통해 젊은 작가 특유의 흥미로운 일상의 표정을 담아내고 있다.

장난기를 잔뜩 머금고 있기도 하며, 보는 이들은 그 유쾌함 속에 생각할 거리가 있을 것이다. 제도권 내에서 숨죽이고 있던 젊은 작가들이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개성 넘치는 자신들만의 조형언어를 통해 ‘허무’와 ‘무기력’에 관한 개인적 경험과 기억을 바탕으로 ‘사회적 이슈’를 재현하는 회화, 설치, 입체작업 등 20여 점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고우리 작가는 유년시절 유괴될 뻔 했던 경험적 트라우마를 바탕으로, 인간관계에서 발생되는 감정을 ‘식물과 신체의 조합’을 통해 표현해낸다.

정윤영 작가는 꽃을 소재로 순수서양회화와 전통불교미술 기법을 융합해 자신의 투병 경험을 담아낸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개인적 고통은 곧 사회적 고통으로 연결될 여지가 있음을 시사하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은 ‘꽃 할머니’ 작업도 함께 설치한다.

고주안 작가는 자신이 가진 외모 콤플렉스를 낙서를 통해 풀어낸다. 사회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형성된 가식적인 겉모습과 상반된 내면의 우울한 모습은 길거리 그래피티 벽화처럼 마구 뒤엉켜 있다.

임상선 작가는 피로하고 각박한 사회 속에서 그를 유일하게 보호해준다고 믿는 ‘불 켜진 집’을 주요 소재로 사회라는 집단과는 분리된 또 다른 나만의 가상공간을 구축해 나간다.

전시는 오는 30일까지 서울 마포구 서교동 aA디자인뮤지엄(aA Design Museum)에서 열린다.

입장료 무료. 문의 (02)3143-7312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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