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 따뜻한 미래] 부천 ‘세상을 품은 아이들’
[공존, 따뜻한 미래] 부천 ‘세상을 품은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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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 대신 꿈을 쥐고… ‘비행 청소년’ 세상밖으로 날아오르다
▲ ‘세상을 품은 아이들’을 이끌어가는 명성진 목사(오른쪽에서 세번째)와 자원봉사자들이 ‘파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형민기자

학창시절을 돌아보면 소위 ‘문제아’라 불리는 아이들이 항상 있었다.

공부는 포기하고 가출과 비행을 일삼는 아이들…. 우리는 그들을 ‘비행 청소년’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사회는 그들이 어떻게 문제아가 됐는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렇게 그들은 우리 사회에서 관심 밖 대상으로 여겨졌고 소외됐다.

이런 현실 속에서 그들을 마음으로 품어 다시 사회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다. 부천 ‘세상을 품은 아이들’ 교회가 바로 그 곳이다.

■ ‘문제아’ 아이들을 품 안으로
지난 23일 오후 2시께 부천시 오정동 ‘세상을 품은 아이들’ 교회.

한산한 거리에 허름해 보이는 3층 규모의 교회건물로 들어서니 왁자지껄한 소리가 문 너머로 들려왔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좁은 통로에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명성진 목사(47)는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연신 미소를 뿜어내고 있었다.

아이들의 이야기에 집중한 탓인지 뒤늦게서야 기자의 방문을 알아챈 명 목사는 사무실로 기자를 안내했다. 작은 사무실로 들어서자 빼곡한 글씨가 적힌 일정표가 한 쪽 벽면에 걸려 있었다.

“저 일정표는 우리 아이들의 공연 일정입니다. 연예인 뺨칠 정도로 쉴 틈이 없어요. 그래도 아이들이 무언가에 몰입하고 자기들이 정한 목표를 이뤄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저는 행복하고 보람을 느낍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명 목사는 차를 건네며 ‘세품아’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세품아는 처음에는 여느 교회와 다를 바 없었다. 45평 남짓한 공간에서 시작한 교회에서 평범한 삶을 살던 명 목사의 인생을 180도 달라지게 한 사건은 지난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해 여름 한 학생이 교회를 찾았다. 학생은 ‘갈 곳이 없으니 교회에서 지낼 수는 없냐’고 명 목사에게 부탁을 해왔다. 이후 명 목사는 학생이 집에 있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가출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주변에 이러한 친구들이 더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명 목사는 그 때가 처음으로 ‘내가 이 아이들을 한 명, 두 명 품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곳을 찾은 아이들 대부분이 이혼이나 가정불화 등 가정이나 학교라는 제도의 틀 속에서 상처를 입었고, 그래서 집과 학교가 고통스러운 장소라고 생각했다”며 “이 아이들의 상처를 보듬고 세상을 가르쳐야 겠다는 마음이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물어보려고 하면 아이들은 이를 거부하거나 폭력적인 성향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끝까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노력했다.
“신기하게도 아이들이 마음을 열고 다가와주더라고요. 지금은 어느 덧 제가 품은 아이들이 15명까지 늘었네요.”

■ 함께 이룬 기적… 꿈을 찾은 아이들
아이들의 상처를 낫게 해줄 방법을 고심하던 명 목사는 자신의 전문 분야인 음악을 통해 아이들과 소통하기로 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MG밴드(Miracle Genaration)다.

지난 2010년부터 공연을 준비해 온 MG밴드는 현재 기업들의 초청공연을 받으면서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또 멤버 6명이 모두 서울 소재 대학의 실용음악과에 합격, 프로 뮤지션의 길을 걷게 됐다.

이러한 명 목사의 노력에 아이들은 꿈을 찾았고 대학이라는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인생의 길을 걷게 됐다. 이 같은 놀라운 소식은 주변에까지 널리 알려져 이제는 8명의 자원봉사자가 함께 명 목사와 함께 아이들의 ‘음악 선생님’이 돼주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은 고려대, 인하대 등 국내 유명 대학교 졸업자들로 이뤄져있고, 특히 이 중 한 명은 세품아의 1세대 가출 청소년으로 명 목사와 함께 세품아의 선생님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세품아에서는 다양한 교육이 함께 이뤄지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이 역사, 심리학, 인문학 등 수업을 14주동안 강의하고 검정고시와 수학능력시험에 대한 공부도 함께 진행된다.

학문적인 교육 외에도 세품아 아이들은 세상을 돌아보는 여행, 일명 ‘힐링캠프’도 함께 떠난다.

아이들은 몽골로 4박5일 일정으로 여행을 떠나 그곳에서 철저히 외부 세상과 단절된 채 시간을 보내게 된다. 휴대전화와 컴퓨터, TV 등 문명과 단절된 채 자연 속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을 보는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인 셈이다.

 

▲ 명성진 목사

■ 스스로 달라진 아이들…세상 밖으로
세품아 아이들의 하루는 정오부터 시작된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을 힘들어 하는 아이들을 위해 명 목사가 내린 조치(?)다.

늦게 일어난다고 해서 남들보나 늦게 사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의 일상은 매우 바쁘게 돌아간다.

아이들은 일주일에 두 번 씩 사회적 기업 ‘나눌레몬’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수제 레몬차를 만드는 작업을 하며 스스로 용돈을 벌어 간접적으로 사회를 경험한다. 또 이곳에서 아이들은 일을 하면서 자신을 지지해주고 격려해주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자존감을 회복하고 전에는 없었던 건강한 인간관계를 만든다.

명 목사는 “이 아이들은 집과 학교, 그리고 사회가 찍은 낙인으로 세상과 단절돼 있었을 뿐”이라며 “아이들은 결코 큰 잘못을 한 것이 없다는 것을 알려주며 끊임없이 이해하려 하면 아이들의 마음을 열 수 있다”고 말한다.

이어 “아이들과 대화해보면 순수한 면이 정말 많아 조금만 아이들에 말을 들으려고 노력하면 아이들은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며 “집과 학교, 그리고 사회가 아이들을 소위 ‘문제아’라고 낙인을 찍을 게 아니라 이 아이들이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명 목사의 인생의 철학에 대해 묻자 ‘세상을 돌아보라’라는 재빠른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몽골로 떠나는 힐링캠프 여행도 내 철학이 반영된 것”이라며 “인생의 길을 잃은 아이들에게 세상을 많이 보여주려고 한다”고 말한다.

특히 그는 아이들과 여행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자연 광경이나 새로운 환경을 접하도록 해 그 곳에서 아이들이 새로운 희망을 품고 변화하기 시작하는 것을 보는 것이 행복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그 변화는 아이들이 달라지는 계기이자, 명 목사 스스로를 가슴 뛰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명 목사와 대화를 마치고 ‘세품아’를 나오는 길, 아이들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다시 사회 속에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날을 다시 한 번 기대해본다.

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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