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도자… 찬란한 色의 향연
천년 도자… 찬란한 色의 향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오늘 개막
내달 31일까지 이천·여주·광주서 다채로운 색·형태의 축제 펼쳐져
▲ 2015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개막을 하루 앞둔 23일 관람객들이 이천 세라피아에 전시된 세계각국에서 출품된 자기 설치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이천, 여주, 광주에서 동시에 펼쳐지는 이번 비엔날레는 오는 5월 31일까지 계속된다. 김시범기자

“나는 아직 우리 항아리의 결점을 보지 못했다. 둥글다해서 다 같지 않다. 모두가 흰 빛깔이다.

그 흰 빛깔이 모두 다르다. 단순한 원형이, 단순한 순백이, 그렇게 복잡하고 그렇게 미묘하고 그렇게 불가사의한 미를 발산할 수가 없다. 고요하기만 한 우리 항아리엔 움직임이 있고 속력이 있다.

싸늘한 사기지만 그 살결에는 다사로운 온도가 있다. 실로 조형미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과장이 아니라 나로선 미에 대한 개안은 우리 항아리에서 비롯했다고 생각한다. 둥근 항아리, 품에 넘치는 희고 둥근 항아리는 아직도 조형의 전위에 서있지 않을까.”

화가 김환기(1913~1974)가 말한 달항아리의 ‘마력’이다. 많은 예술가와 세계인을 매료시킨 이 백자는 크고 둥글고 하얀 그 모습이 마치 달덩어리 같다 하여 달항아리로 불린다.

조선 후기에 유행, 한자로는 백자대호(白磁大壺)라고 부른다. 생활 용기였지만, 미려한 표면에 선비의 마음을 담은 사군자를 새겨 이상(理想)이 됐다. 위아래를 이어 붙이는 과정에 생긴 미세한 뒤틀림을 인간적인 자연미로 여겨 그대로 뒀다. 이 같은 미학은 달항아리를 예술로 만들었다.

어디, 달항아리 뿐일까. 우리나라는 1만년 전에 처음 토기를 만들어 사용하고, 1100년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자기(磁器)를 생산한 ‘도자기 왕국’이다. 특히 경기도는 일급 도자기를 생산했던, 전국의 분원이 절반 이상 몰려 있는 ‘도자기 수도’였다.

그럼에도 도자는 사라졌다. 유리와 플라스틱이 그 기능을 대신했고, 화려한 현대는 그 아름다움을 가렸다. 옛 유물 혹은 인테리어 소품 정도로 여겼다.

그러나 그 본질은 잊혀지지 않았다. 흙, 불, 시간, 그리고 도공의 땀이 빚은 도자는 그 고요한 빛을 잃지 않고 변모하고 있다. 그릇과 조명 등 일상에 스며들었다. 다른 장르의 예술과 만나 건축이 되고 예술품이 됐다.

24일부터 내달 31일까지 여주, 이천, 광주에서 열리는 ‘2015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는 이 같은 도자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볼 수 있는 세계다. 도자가 가진 다채로운 색과 신비로운 자태의 향연을 펼쳐 보이는 한편, 일상에서도 활용 가능한 도자의 실용성을 알려준다.

올해 큰 주제는 ‘색-Ceramic Spectrum’이다. 이천 세라피아에서는 ‘이색(異色)’, 광주 곤지암도자공원에서 ‘본색(本色)’, 여주 도자세상에서는 ‘채색(彩色)’을 주제로 도자문화를 만끽할 수 있는 전시와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전통 그대로의 매력을 간직한 것부터 변화해 온 도자예술문화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시민이 도자를 쉽게 즐기는 체험 프로그램부터 전문가들이 도자 발전을 모색하는 자리도 있다.

이완희 한국도자재단 대표이사는 “올해는 예술성이 있으면서도 대중성을 갖춘 전시, 체험, 학술 행사 등 볼거리가 어느 때보다 풍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지원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연예 24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