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 따뜻한 미래] ‘20년간 나눔공연’ 가수 손세욱씨
[공존, 따뜻한 미래] ‘20년간 나눔공연’ 가수 손세욱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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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가 나의 무대… 희망을 노래합니다
▲ 수원역 홍보대사 가수 손세욱(왼쪽)씨와 김지호씨가 수원역 지하상가에서 백혈병 어린이 돕기 자선공연을 펼치고 있다. 추상철기자

“내가 가는 길이 험하고 멀지라도 그대 함께 간다면 좋겠네 우리 가는 길에 아침 햇살 비치면 행복하다고 말해 주겠네”

지난 16일 두 남자가 부르는 해바라기의 <행복을 주는 사람> 멜로디가 수원역 지하 광장을 가득 메웠다.

길거리 공연을 하는 평범한 젊은 가수 지망생과는 다르게 그들 앞에는 백혈병어린이를 돕기 위한 모금함이 놓여 있었다.

이들은 가수 손세욱(46)과 그의 동료 김지호 씨(46)다.

두 사람은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다섯 시간 동안 쉬지 않고 노래를 부르면서도 힘든 내색은 전혀 없었다.

■ 무대 필요해 시작한 나눔… 아이들의 건강해진 모습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이렇게 노래 부른 지도 20년 가까이 됐어요. 5시간은 거뜬하죠.”

손세욱씨는 주변의 소외 이웃을 돕기 위해 20년 가까이 거리에서 노래를 불렀다. 방송 무대에서 노래 부르는 것을 꿈꾸던 20대부터 어느덧 한 가정의 가장이 된 지금까지 그의 무대는 줄곧 거리였다.

시작은 19년 전인 1997년 고향인 부산에서였다. 가수의 꿈을 가지고 있었지만 불러 주는 데가 없었다. 그러다 길에서 소년소녀가장돕기 나눔 공연을 펼치는 ‘노래사랑’이라는 팀을 만났다.

처음부터 나눔에 뜻이 있었던 건 아니다. 노래 부를 무대가 필요했던 그에게 나눔 공연이 눈에 먼저 들어왔을 뿐이다.

그렇게 6~7개월을 매주 한두 차례 소외 이웃 돕기 공연을 펼쳤다. 그러다 우연히 유명가수 ‘수와진’과 마주했다. 당시 ‘수와진’은 전국을 무대로 심장병어린이돕기 공연을 펼치고 있었다.

“사실 처음부터 나눔을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노래를 불러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게 근사하게 느껴졌어요. 이왕이면 전문적으로 나눔 활동을 하는 ‘수와진’과 함께 하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죠.”

마침 ‘수와진’의 제안을 받아, 곧바로 그들과 함께 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수와진’의 집이 수원에 있어 손씨도 부산을 떠나 처음 수원에 올라오게 됐다.

수원에 거주하면서 공연이 잡히면 전국 어디든 가리지 않고 노래를 불렀다. 한 달에 20일 이상은 무대에 섰고, 4년여의 시간을 보냈다.

수와진과 함께 하면서 얻은 모금액으로 부천세종병원에 있는 약 25명 심장병어린이 환자의 수술비를 지원했다. 그리고 그 경험이 손 씨가 본격 나눔의 세계로 뛰어든 계기가 됐다.

“수와진과 함께 아픈 아이들을 만나러 간 적이 있었어요. 수술도 잘됐다고 하기에 방문했는데, 10m만 뛰어도 입술이 파래지는 아이가 족히 30m는 되는 거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뛰어와 품에 안기는데 너무 감격스러웠어요. 나눔에 대해 깊은 생각이 없었는데 그때 아마 생겼던 거 같아요”

 

■ 막막한 생계, 건강 문제 등 어려움도 많아… 아른거리는 아픈 아이들 모습에 다시 시작
어려운 점도 있었다. 나눔 활동만 하기에는 생계가 막막했다. 수입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31살 때는 결혼까지 하게 돼 당장 생활비가 급했다.

어쩔 수 없이 그는 하루에 4~5곳의 라이브카페에서 노래를 불렀다. 수입이 크지 않았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생활은 가능한 상황이 됐다.

아내도 카페를 운영하며 손 씨의 부담을 덜어줬다. 하지만 오전에는 나눔 공연을 하고, 밤에는 생계를 위한 공연을 하다보니 목에 무리가 왔다. 방송 무대에 오르는 건 아니지만 노래 부르는 일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휴식이 절실했다.

“다행히 큰 병이 생긴 건 아니었어요. 너무 무리해서 목이 자주 쉰 거죠. 일단은 그냥 쉴 수밖에 없었어요. 생계는 이어가야 하니 라이브카페 일만 하고 나눔 공연을 잠깐 쉬게 됐습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쉬기에는 몸이 근질거렸다. 아픈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렸다. 무작정 쉴 수만은 없었다. 손 씨는 주변 지인들을 통해 목 컨디션을 조절하면서 노래하는 방법을 찾아 나섰다. 그동안 노래해온 경험에 목 컨디션 조절하는 방법까지 터득하니 장시간 노래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그렇게 다시 나눔 공연을 시작했다.

목만 나으면 될 줄 알았더니 이번에는 주민들의 민원이 문제였다. 나눔 공연을 쉬면서 자연스럽게 ‘수와진’ 팀에서 나오게 됐고, 수원에 거주하는 지인들과 팀을 꾸렸는데 유명하지 않다보니 주민들이 소음 공해라며 항의를 한 것이다. 심지어 벌금도 한 차례 물었다.

“주민들을 원망하지 않아요. 소음으로 인한 피해가 있었으니 당연히 할 수 있는 행동이었어요. 미리 상가나 주민들과 협의를 했어야 했는데 그런 부분에서 미숙했던 저의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쌓인 노하우를 바탕으로 팀을 다시 꾸렸다. 마음 맞는 지인 5명과 함께 나눔 공연에 나섰다. 매주 주말 나혜석 거리와 만석공원, 광교산 입구 등에서 공연을 진행했다. 모금액은 구청에 마련된 기부창구에 기부했다. 1년여 시간동안 기부한 금액은 1천여 만원에 달한다.

■ 체계 잡힌 나눔 활동… 도움 필요없어도 되는 세상 될 때까지 계속
손씨의 나눔 활동은 더욱 체계가 잡혔다. 무작정 모금해 기부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도움을 줄 대상을 명확하게 정했다.

손 씨는 심장병어린이처럼 점점 생명이 꺼져가는 백혈병 어린이들에게 주목했다. 이후 1년여 동안 공연을 통해 ‘한국백혈병새생명후원회’에 1천여 만원을 기부했다. 2012년부터는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과 인연을 맺었다.

고향인 부산에서 나눔 공연을 하던 한엔터테인먼트에 들어가 주말마다 공연을 진행했다. 평일에는 수원에서 아내 일을 돕고 주말에는 부산에 내려가 공연하는 생활을 3년여 동안 계속했다. 진해군항제, 창원국화축제, 문경찻사발축제, 광안리, 해운대, 서면 등 부산을 비롯해 경남, 경북 지역을 오가며 3천여만원을 기부하는 성과를 올렸다.

올해부터는 평일과 주말 모두 공연에 나서고 있다. 평소 잘 알고 지내던 동료 김지호 씨와 함께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과 정식 협약을 맺고 수원 일대에서 공연을 진행했다.

3월부터는 수원역홍보대사로 위촉돼 수, 목, 금요일은 수원역 지하 광장에서 나눔 공연을 펼치고, 토요일과 일요일은 동부산롯데몰 분수광장에서 나눔 공연을 열었다.

이번달까지 벌써 500여만원의 성금을 모았다. 20년 가까운 시간동안 손 씨가 기부한 금액은 5천여 만원, ‘수와진’과 함께 했던 심장병어린이들의 수술비 모금액까지 포함하면 수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그의 나눔 행보는 계속된다.

“처음부터 나눔에 뜻이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하다보니 이상하게 멈출 수가 없어요. 아직 장소가 확정된 건 아니지만 5월부터는 다른 곳에서도 나눔 공연을 열 생각이에요. 장소 협의가 안 되더라도 괜찮아요. 노래는 어디서든 부를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된 거 우리나라가 엄청 잘 살게 돼 나눔이 필요없어질 때까지 계속 할 겁니다.”

신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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