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메르스가 알려준 공공의료원의 가치
[데스크 칼럼] 메르스가 알려준 공공의료원의 가치
  • 이선호 문화부장 lshgo@kyeonggi.com
  • 입력   2015. 06. 25   오후 8 : 53
  •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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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속에 등장하는 노아라는 인물이 있다. 신의 계시를 받고 대홍수에 대비에 전 재산을 털어 거대한 방주를 짓기 시작한다. 그런 노아를 보고 주변사람들은 미쳤다며 조롱하고 비판한다. 쓸데없는데 돈과 시간을 퍼붓는다는 이유로 미친 사람 취급을 당한다.

이 이야기의 결론은 대홍수에 대비한 노아가 벌인 일이 헛된 일이 아니었다는 것. 노아를 비난하고 조롱하던 인간들은 대홍수에 모두 쓸려가게 됐다. 홍수에 떠내려가며 노아의 방주를 봤다면 그 사람들은 아마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후회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은 뒤였다.

크리스찬이 아니더라도 노아의 방주이야기는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 노아가 방주를 만들어 세상에 살아남아 인류 역사를 이어가게 됐다는 이야기. 교훈은 미리 대비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경기도의료원을 보면서 노아의 방주가 떠올랐다.

그동안 경기도의료원을 비롯한 공공의료원은 너나 할 것 없이 지자체들의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아왔다. 국민의 혈세를 투입하는데 왜 매년 수십억 원 적자를 보느냐. 일부 지자체는 단순 경제논리로 공공의료원을 폐쇄하기까지 이르렀다.

시의원, 도의원 등 정치인들은 공공의료원의 만성적자를 마치 엄청난 부정이라도 저지른 것처럼 공격하기 일쑤였다. 수익창출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공공의료원은 항상 돈 못버는 것이 원죄가 됐고 서민의료지원 사업은 위축됐다.

일각에서 공공의료원 적자는 서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공공의료원의 특성상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항변했지만 그 목소리에 그다지 힘이 실리지 않았다.

오로지 수익과 경제 논리로 공공의료원을 평가하는 것이 불행하게도 지금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공공의료원 지원예산은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것이 빌미가 돼 줄어갔고 시설은 낙후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공공의료원은 지자체의 미운 오리 새끼로 전락했다.

지난 5월 치료백신이 없다는 메르스 사태가 터졌다. 평택에서 시작한 메르스는 전국으로 확산되며 국민들의 공포 대상이 됐다. 메르스 발병 초기 민간 병원, 의료진들조차 메르스 환자를 기피하고 쫓아내기도 했다. 병원에 메르스 환자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질 경우 병원 수익에 막대한 타격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최고 병원 중 하나인 삼성서울병원 역시 자신들을 통해 메르스 감염이 확산된데 대해 책임지기보다는 회피하기에 급급할 때 경기도의료원은 조용히 공공의료원 본연의 역할에 나섰다. 경기도의료원은 메르스 감염 치료 전담병원을 자처했다. 현재 메르스 감염 환자들은 이곳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파주병원, 포천병원 등에서 집중치료를 받고 있다.

유병욱 경기도의료원장은 지난 12일 취임하자마자 의료진들과 함께 마스크를 쓰고 메르스 환자 치료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메르스 발병 초기 메르스 의심환자 진료를 거부하거나 응급실을 폐쇄하기에 급급한 민간병원과 대조된다. 민간 병원에서는 할 수 없는 역할을 공공의료원인 경기도의료원은 묵묵히 하고 있던 것이다.

그동안 천덕꾸러기였던 공공의료원이 메르스 사태로 국민들에게 새롭게 다가오고 있다. 메르스 집중치료 병원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앞에는 의료진을 격려하는 플래카드와 응원 리본 등이 걸렸다. 전국 각지에서 응원편지와 물품이 답지했다. 지금 메르스 퇴치를 위해 최전방에서 싸우는 곳은 국내 굴지의 종합병원도, 최신시설을 갖춘 전문병원도 아닌 공공의료원 경기도의료원이다.

메르스가 전 국민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하지만 메르스의 공포는 우리에게 왜 공공의료원이 필요한지 알려주는 계기가 됐다. 공공의료원에 대한 관심은 여기서 끊기면 안 된다. 지속적인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 성경 속 노아를 비난하고 조롱했던 사람들이 어떻게 됐는지 생각해 보자.

이선호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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