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死者의 신분
[데스크칼럼] 死者의 신분
  • 정일형 지역사회부 부국장 ihjung@kyeonggi.com
  • 입력   2015. 07. 16   오후 6 : 50
  •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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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단원고 김초원(당시 26)·이지혜(31) 교사에 대한 순직 인정이 지루한 논란끝에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순직 인정을 촉구하는 9만222명의 서명서가 정부에 전달되자 뒤늦게 나마 세월호특별법을 통해 순직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도 최종 결정이 내려진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동안 이 두 사람의 순직 인정을 두고 벌어진 일련의 과정을 보면, 답답하고 먹먹함이 앞서 뒤끝이 개운치 않다는 것이다.

이 두 교사는 사고 당시 단원고 2학년 담임교사로 학생들을 구조하다 희생됐다. 하지만, 비정규직(기간제 교사) 신분이라는 이유로 공무원연금법상 순직 인정이 되지 않았다.

국회에서 두 교사의 순직 인정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발의됐고, 가족들과 시민단체들이 나서 순직을 인정하라고 청원과 탄원을 수도 없이 냈지만, 인사혁신처는 “두 교사가 공무원연금법이 정한 공무원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순직 처리가 불가하다”며 이달 초 신청을 반려했다.

이에 4·16 연대와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 등은 “인사혁신처가 두 교사가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만으로 순직 신청 요구 서류를 심의조차 하지 않고 반려한 것은 상식에 반하는 행위”라며 반발했고, 인터넷에서는 9만여 명이 넘는 국민이 순직 인정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였다.

그러자 뒤늦게 정부는 “공무원연금법을 개정해 이들 교사에 대한 순직을 인정하는 것은 예외 허용에 따른 부담은 물론이고 시간적으로도 어려운 얘기”라면서도 “현재 인사혁신처와 교육부가 세월호특별법 개정을 통한 구제 방안을 유력하게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두 사람의 순직 인정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하라고 지시하는 등 정부 측에서도 타당성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돼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해법을 찾기가 어려웠다”면서 “현행법을 개정하지 않고도 순직 인정을 하는 방안은 세월호특별법 규정에 포함시키는 것밖에 없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물론, 현행 규정상 기간제 교사는 국민연금 등 4대 보험에 가입돼 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사망’에 따른 보상이 이루어지지만, 정부의 순직심사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정부의 행태는 국민 감정과는 너무도 동떨어져 괴리감마저 든다. 세월호 사고 당시, 두 교사는 ‘나는 기간제 교사니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해 봤을까? 아닐 것이다. 그들은 배가 침몰하자 자신의 안위는 고민조차 하지 않은 채 아이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고, 아이들을 가슴에 묻은 채 바닷속에 잠겼다.

그래서 가족들이 원하는 것은 보상이 아니라 죽어서도 차별당해야 했던 자식들의 명예를 회복하는 것, 바로 ‘순직 인정’이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처음으로 국민들에게 다가왔던 정책은 아마도 ‘손톱밑 가시뽑기’가 아니었나 싶다. 규제를 개혁해 국민과 기업의 삶을 윤택하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 성과도 상당부분 나타났다. 발빠른 행보로 박수도 받았다.

헌데, 이 두 교사의 순직 인정 문제 만큼은 예외적인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회, 시민단체, 국민은 물론이고 심지어 정부내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됐음에도 불구하고, 주무 부서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서 현재까지 결론을 못냈다는 것은 정부 스스로 규제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는 않은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두 교사가 사고현장에서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떻게 행동했는지, 다시금 곱씹어 보고 조속한 결정을 내려 주길 바란다. 그들이 하늘에서도 ‘기간제’라는 신분 차별의 설움을 받지않도록.

정일형 지역사회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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