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리나라의 독특한 ‘쌈’ 음식문화
[기고] 우리나라의 독특한 ‘쌈’ 음식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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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더위를 먹어 자칫 식욕을 잃게 되기 쉽다. 이때 텃밭에 막 딴 상추에 날된장을 곁들여 쌈을 싸먹으면 더위로 잃은 식욕을 되찾을 수 있다.

상추의 쌉쌀한 맛은 침샘을 자극해 소화액인 침을 활발하게 분비하게 되고 짭짤한 된장은 염분을 보충해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체액의 균형을 맞춰주고 소화를 돕는 역할을 한다.

우리 식생활에서 쌈의 역사는 매우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의 쌈 문화가 중국 수나라에 전래돼 초나라에서 정월에 생채소를 먹는 풍습이 있었다는 기록을 미뤄 볼 때 삼국시대부터 쌈 문화가 시작된 것으로 짐작되며 다른 나라에서는 유래를 찾기 힘든 독특한 레시피를 갖고 있다.

한 번은 미국 켄터키대학 교수가 우리나라를 처음 방문해 삼겹살집을 함께 갔다. 삼겹살을 구워 상추 잎에 고기와 마늘, 청양고추, 파채 등 양념된장을 얹어 상추쌈을 크게 싸서 일부러 입을 크게 벌리고 눈을 부라리며 한 입에 넣어 먹는 시범을 보였다.

이를 따라 해보면서 매우 신기해하며 휴대폰으로 동영상 촬영을 해 가족들에게 자랑하겠단다. 우리에게는 일상적인 상추쌈이지만 처음 보는 이에게는 아주 흥미 있는 음식문화와 레시피가 담겨 있는 것이다.

쌈으로 이용할 수 있는 채소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모둠 쌈으로 나오는 채소를 보면 케일, 치커리, 쑥갓, 파, 콜라드, 겨자, 쌈추, 브로콜리, 비트, 배추, 취, 깻잎, 호박잎 등 갖은 엽채류들이 있다. 여기에 싸는 소재들은 육류를 비롯해 생선회 등 더욱 다양한 먹거리들이 이용되며 영양학적으로는 엽채류와 서로 보완돼 훌륭한 먹거리로 탄생하게 된다.

상추는 한자로 와거()라고 하는데 동의보감에서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하고 오장의 기운을 고르게, 머리는 맑게 한다고 언급돼 있다. 상추는 실제로 테르펜류의 하나인 락투신(lactucin)이라는 물질이 있는데 이 물질은 정신을 안정시켜주는 최면, 진통 효능을 갖고 있다.

그래서 현대의학의 창시자 히포크라테스는 최면 진통 효능을 인지하고 외과수술 환자에게 진통제 대신 상추를 먹이고 외과수술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렇듯 상추에는 정신을 안정시켜주는 성분이 있어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더없는 먹거리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쌈 채소의 생산은 수도권 경기지역에서 40% 이상을 생산하고 있고 호냉성 작물인지라 겨울철에 비닐하우스에서도 생산하고 있다. 또 도시텃밭에서 가장 많이 심어지고 있는 채소가 상추를 비롯한 쌈 채소이다.

쌈 채소는 생육 중간에 잎을 따서 이용하기 때문에 수확이 빠르고 상대적으로 병해충에 노출되는 시간도 짧아서 병해충 피해도 적은 편이다. 또한 봄에 한번 심어 놓으면 두 달간은 상추쌈을 실컷 즐길 수 있어 도시농사꾼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이다.

쌈 채소를 담는 용기는 대나무를 엮은 소쿠리가 제격이다. 소쿠리에 담긴 쌈 채소의 녹색, 빨간색, 노란색, 흰색, 자주색 등 컬러풀한 색상은 초라한 식탁을 환하게 빛내며 잃은 식욕을 돋아준다.

또한 요즘 영양적으로 기능성이 뛰어난 오색채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쌈 채소만으로도 오색을 꾸밀 수 있다.

녹색에는 청상추, 콜라드, 케일 등이 있고 빨간색은 적상추, 적겨자, 홍근대, 노란색에는 알배기 쌈배추, 치콘, 흰색에는 양배추, 자주색에는 적자소, 적채 등이 있어 과일을 넣지 않고도 훌륭하고 화려한 오색소쿠리를 식탁에 올릴 수 있다.

이러한 식탁은 보기만 해도 식욕을 돋우며 더위를 이길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저녁은 소쿠리에 쌈 채소를 가득 담아 가족과 함께 저녁 만찬을 즐겨보자.

서명훈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농업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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