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황제' 안현수의 마지막날 이야기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의 마지막날 이야기
  • cjn 기자
  • 승인 2011.04.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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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는 고개를 떨구고 얼굴을 쓸어내렸다. 천천히 링크를 돌면서 아쉬움을 달랬다. 그의 한국에서의 마지막 경기는 아쉬움과 희망으로 끝났다.

안현수는 17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진행된 제26회 전국남녀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 겸 2011~2012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전 남자 1,000m와 슈퍼파이널에 출전했다. 1,000m 예선을 조1위로 통과했지만 준준결승 3조에서 3위에 그쳤다.

1,500m와 500m, 1,000m에서의 포인트를 합산,8위까지 경기를 펼치는 슈퍼 파이널(3,000m)에는 출전해 4위에 올랐다. 종합성적에서는 이정수(단국대)와 동률을 이뤘지만 슈퍼파이널 순위를 우위로 쳐주는 순위 방식으로 종합 5위가 됐다. 어차피 4위로 대표 선발이 되었어도 태극마크를 반납했을 터이지만 못내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는 마무리다.

안현수를 향한 환호성은 제일 컸다. 목동 아이스링크를 팬들이 절반 가량 채운 가운데 '빙판의 전설 안현수', '안현수, 당신은 빙판위에서 가장 빛나는 우리의 히어로입니다', '쇼트트랙의 유일한 히어로 안현수'등 그에 대한 플래카드가 이곳저곳에서 내걸렸다.

1,000m 예선 경기에서 마지막 2바퀴를 남기고 4위에서 단숨에 1위로 치고 올라가자 팬들의 환호성은 절정에 달했다. 장내 방송에서 안현수의 이름 석자만 나와도 빙상장은 떠나갈 듯 했다. 아직 그를 떠나보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팬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미 "한국 국가대표에 선발 된다하더라도 러시아로 떠나겠다"고 밝힌 뒤 참가한 대회다. 태극마크를 위해 달리는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안현수에게는 경기 성적이 아무 의미도 없었다. 하지만 그에게 태극마크보다 더욱 절실한 것이 있는 듯 했다

안현수는 지난 2008년 초 국가대표로 훈련을 하다 부상을 입은 뒤 좀처럼 차고 올라서지 못했다.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탁월한 기량으로 3관왕에 올랐던 그였지만 부상은 그의 발목을 잡았다. 최근 그의 소속팀인 성남시청이 해체되자 그는 오래전부터 러브콜을 보내던 러시아행을 굳혔다.

그에게 있어 이날 경기는 한국에서의 마지막 무대였다. 자신의 이름이 적힌 플래카드를 펼쳐들고 환호하는 팬들 앞에서 자신의 기량을 펼쳐보일 마지막 기회. 이러저러한 이유로 자신이 러시아행이라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에 대한 분노와 아쉬움을 담아 "내가 아직 이렇게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안현수는 경기후 "물론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하면 되겠구나 하는 것도 배웠으니 희망도 찾았다"며 웃어보였다. 경기후 빙상장 관람석에는 길게 줄이 늘어섰다. 안현수의 사인을 받으려는 팬들이었다. 안현수는 자신의 마지막을 보러 와준 팬들을 향해 일일이 사진을 찍고 사인을 해주며 미소를 보냈다. 황제의 마지막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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