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의 벗 최태응 소설가 막내딸 최은희씨 “어려서 그 고통 몰랐지만… 아저씨도, 그림도 참 따뜻했어요”
이중섭의 벗 최태응 소설가 막내딸 최은희씨 “어려서 그 고통 몰랐지만… 아저씨도, 그림도 참 따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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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에게서 받은 아버지 유품 정리하던 중 발견한
낙서 같은 스케치·詩 공개… 내일 국립현대미술관 기증
“시대가 몰라본 천재 화가의 삶 연구 위한 밑거름 되길”


“(이)중섭이 아저씨는 아기인 저를 안고 연못가로 나가서 그림을 그리셨대요.

그렇게 저희 집에 몇 달씩 머물며 그림을 그리셨는데 아저씨도, 그림도 참 따뜻했어요. 저희는 너무 어려서 아저씨의 애타고 고통스러운 감정을 몰랐나 봐요. 아저씨는 홀로 그 고통을, 그저 생각나는 대로 던져두셨던 것 같아요.”

오는 13일 국립현대미술관에 이중섭(1916∼1956) 화가의 미공개 작품들을 기증하는 시조시인 최은희(63, 화성시ㆍ사진)씨의 말이다.

그는 이중섭 화가의 벗인 소설가 최태응(1916~1998)의 막내딸이다. <전후파>, <슬픔과 고난은 가는 곳마다>, <바보 용칠이> 등을 발표한 최태응은 1979년 미국으로 이민했다가 1998년 8월 9일 작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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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 이중섭 화가의 벗이었던 소설가 최태응씨 (1916~1998)의 막내딸 최은희씨가 11일 이중섭 화가의 미공개 스케치와 시 작품 9점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전형민기자
최씨는 지난해 미국에 거주하는 언니 은철씨로부터 아버지의 유품을 받았다. 이를 정리하던 중 1955년 일기장에 끼워져 있던 “낙서 같은 그림과 시”를 발견했다.

처음에는 종군 작가였던 아버지가 없는 시기에도 몇 달을 함께 살았을 정도로 가족 같은 ‘중섭이 아저씨’의 작품이라곤 생각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최씨가 11일 오후 수원에서 지인 몇 사람에게 공개한 이중섭 화가의 자작시 6점과 스케치 3점 등 총 9점의 기증예정작은 소와 천진난만한 어린 아이 등 대중에 알려진 그의 작품 세계와는 거리감이 존재했다.

풍만한 몸매의 나신 여성이 구렁이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듯한 소묘, 여성의 나체 스케치, “나를 할퀴던 괴심한 놈들….”처럼 절망과 고통이 점철된 시구 등이 그렇다.

이날 최씨가 전한 아버지와 이중섭 간 일화에서도 고독했던 화가의 마지막 고통이 배어 나왔다.

“아저씨를 모두 정신병자라며 외면할 때 아버지가 정신병원으로 찾아가셨는데 ‘내가 정신병자가 아닌 것을 증명하겠다’며 자화상을 그리셨대요. 천재는 당대에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잖아요. 너무 안타까워요.”

최씨는 이어 “시대가 몰라본 천재 화가의 삶과 위대한 내면을 연구하는 데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고 기증 결심 이유를 밝혔다. 올해로 탄생 100주년, 작고 60주년을 맞은 이중섭 화가가 천상에서 그의 벗 최태응과 함께 예술을 사랑하는 순수한 딸을 바라보며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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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공개된 이중섭 화가의 작품들.

류설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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