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은(수원)·이외수(화천)에의 기대와 실망 / 지자체 ‘사람 관광 정책’, 그만해야 할 때다
[사설] 고은(수원)·이외수(화천)에의 기대와 실망 / 지자체 ‘사람 관광 정책’, 그만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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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시인이 수원 광교산의 거소를 떠난다. 2013년부터 거주하며 창작 활동을 해온 곳이다. 광교산 기슭에 풍광이 아름다운 곳이다. 안성에서 이주해온 그를 위해 수원시가 마련했다. ‘문화향수의 집’이라고 불렸다. 창작 이외에도 작가와의 만남 등의 행사가 이어져 왔다. 고은 재단은 광교산 지역 주민의 반발 등으로 거주에 어려움이 있어서 이주를 준비해 왔다고 배경을 밝혔다. ‘수원시에 누가 되길 원치 않는다’는 뜻도 전했다.
고은 시인의 거소는 그동안 지역 주민 갈등의 요인이었다. 상수원 보호구역 해제를 요구하는 주민의 비난 대상이 됐다. 주민 일부가 집 앞에서 집단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주를 준비해왔다’는 재단 측 설명이 일응 이해가 된다. 하지만, 그 직접적 배경에 고은 시인의 성추행 논란이 있음은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여성 문인에 의해 폭로된 그의 성추행 전력이 들끓은 것이 진짜 이유일 것이다. 시가 그의 뜻을 받기로 한 것도 그래서로 보인다.
고은 시인의 이주는 ‘인문학 도시 수원’의 완성이라는 의미가 있었다. 노벨 문학상 후보라는 개인적 가치 또한 그를 선택한 요소가 됐음도 사실이다. 이주 이후 그가 벌여온 지역 내 활동도 다양했다. 낙후된 동네를 찾아 헌시를 남겼고, 야구팬들을 위한 활동도 했고, 다양한 문단 행사에도 참여했다. 하지만, 모든 게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그를 통해 이루려던 ‘인문학 꿈’도 휘청거리게 됐다. 그의 이주에 기대를 표했던 우리가 받은 충격도 크다.
공교롭게 비슷한 일이 다른 지역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강원도 화천군에 자리한 이외수 작가의 감성마을 논란이다. 지난해 8월 이 작가가 화천군수에게 폭언을 퍼부었다. 육두문자에 ‘감성마을을 폭파시키고 떠나겠다’는 협박까지 했다. 이에 화천군의회와 지역사회단체들이 이 작가의 사과와 감성마을 퇴거를 요구했다. 최근에는 화천군이 이 작가에게 밀린 집필실 사용료 2천여만원을 내라고 통보했다.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한때 이외수 작가의 감성마을은 ‘산천어 축제’와 함께 화천군의 양대 관광 자원으로 여겨졌다. 전국에서 방문하는 ‘문학 관광객’으로 그 일대가 북적거리기도 했다. 이런 모습이 수원시가 고은 시인을 선택한 동기가 된 것일 수도 있다. 그랬던 두 명소(名所)가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붕괴되고 있다. 본인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고 지역민에게는 실망스러운 일이다.
성추행 전력이나 돌출 행동은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이다. ‘성추행 전력을 왜 조사하지 않았느냐’며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눈앞에 다가온 교훈만큼은 뼈저리게 받아들이기 바란다. ‘사람’은 ‘관광 정책의 객체’가 될 수 없음이 확인됐다. 살아 있는 사람에 대한 투자라면 더욱 그렇다. 언제든 뒤바뀔 수 있는 게 사람 평가이고, 그 폭이 극과 극을 오가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더구나 작가의 정치 성향에 따른 부침까지 더해지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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